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CEO의 첫 번째 글자 C를 ‘Culture’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만연해 있던 갈등과 반목의 조직문화를 공감과 협력의 문화로 바꿔 기업성과를 획기적으로 향상했습니다. 기업 성공요인이 우수인재의 확보나 관리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몰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직문화에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겁니다.
1. 수평적 문화로 전환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기업들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과거 효율성 향상을 명목으로 유지됐던 수직적·위계적 조직문화를 수평적·혁신적 문화로 전환하려는 건데요. 삼성, 현대, LG 등의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협업, 신뢰, 공감, 자율, 투명성, 위험 감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직급과 보고체계의 단순화, 호칭 변경, 자유로운 옷차림, 평가제도 변화,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 CEO들은 조직문화 변화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조직문화의 성공적인 변화가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조직문화가 의도한 방향으로 변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여러 이론들에서도 조직문화가 형성될 순 있어도 그것이 다른 유형의 조직문화로 완전히 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합니다. 사람과 조직은 자신들이 익숙한 부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에 저항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조직문화의 변화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단지 어려울 뿐이죠.
2. 조직문화 변화는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
통제 중심의 수직적·위계적 문화에서 자율, 공감, 협업, 책임 등을 강조하는 수평·자율적 조직문화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유의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문화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문화는 조직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 규범, 행동 방식을 의미합니다. 만약 구성원들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나 행동 방식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조직은 조직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의 강도는 구성원들 간 조직의 가치나 행동 방식 공유 정도에 따라 나뉘는데요. 이는 구성원들이 조직문화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 공유, 협업을 함으로써 불확실한 환경에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즉, 조직문화의 유형과 강도는 구성원들의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직문화는 사업 초창기에 형성되는데요. 설립자가 사업의 철학을 보여주기 어려울 때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조직 내의 바람직한 행동 방식과 가치를 서로 공유하고 내재화하면서 그것이 문화로 자리 잡는 겁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는 ‘우수인재를 중심으로 한 자율과 책임’이라는 조직문화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초창기 사업 실패로 많은 구성원들이 해고됐었는데요. 이때 남아있던 우수 인력들이 자발적인 협력과 몰입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직문화가 형성된 겁니다. 지금까지도 이 원칙은 구성원들의 가치 체계에 내재화돼 조직의 의사결정 규율로 공유되면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3.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전환, 기억해야 할 요소
그렇다면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효과적인 전환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다음의 몇 가지만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에 대해 명확히 진단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 가장 먼저 고객의 니즈와 현황을 파악하듯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할 때에도 혁신 주체를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기업은 직원들이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가치와 행동 방식에 대한 공유 수준(강도)은 어느 정도인지, 세대, 직종, 부서, 사업 등이 저마다 다른 다양한 구성원들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이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혁신기업들 또는 성공적인 경쟁사들의 문화를 모방하기 위해 단순히 이들의 제도적·구조적 활동을 따라 해서는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내진 못할 겁니다.
2) 기업문화가 가치창출 요인이라는 인식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좋은 조직문화란 없습니다. 기업의 외부환경, 추구하는 전략, 조직구조, 성공요인 등에 따라 해당 조직에 적합한 문화가 있을 뿐이죠. 물론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요즘엔 수평적인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안정성이 높은 부서나 사업 등에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직적·위계적 문화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따라서 내부 조직 간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하위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체 수준의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최고경영층부터 조직문화 변화에 적극 참여
효과적인 변화를 이루려면 최고경영층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새로운 사고를 가지고 체계적이고 상징적인 활동을 계속 수행해야 구성원들도 익숙했던 가치 체계나 행동 방식을 새롭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가령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바꾼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직의 방향성과 문화의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를 스티브 발머에서 사티아 나델라로 교체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성원들이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반목과 갈등이 만연했었는데요. 새로 CEO에 오른 사티아 나델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직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들의 입장을 공감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고는 반목하던 사업부의 임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구성해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리더십의 변화와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목과 갈등의 원인이었던 성과평가 제도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관리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등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했죠.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감, 협업 및 성장을 주된 가치로 삼는 조직문화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처럼 최고경영자는 조직문화 변화의 책임자로서 기존의 가치가 어떠한 가치로 변화돼야 하는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부터 내재화 방법, 구조와 제도 변화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4) 인사제도·조직구조적 측면에서의 변화
조직문화는 결국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만들어내는 최종 산물입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들의 가치 체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인사제도 측면에서 변화도 수반돼야 합니다. 조직행동 분야의 저명한 교수 벤자민 슈나이더는 조직관 구성원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조직이 조직생활에 적합한 구성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요.
물론 어느 하나의 관점이 옳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채용에서부터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반영돼야 합니다. 기존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훈련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성과평가와 보상제도, 퇴직과 관련된 일련의 인사제도, 보고체계와 부서 간 조정과 통합방식 등 조직구조의 변화까지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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