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하철역 앞에서 땅콩을 볶아서 파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녁 6시만 되면 강남역에서 땅콩을 볶았다. 할머니가 땅콩을 볶기 시작하면 그 일대에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 냄새는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사람들이 할머니의 가게로 다가오면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한 움큼씩 공짜로 퍼주셨다. “그냥 한 번 드셔 봐요. 나중에 많이 사 주셔요.”
할머니는 6개월간 같은 자리에서 공짜로 땅콩을 나눠 주셨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땅콩을 받아 갔다. 7개월쯤 되었을 때 할머니의 정식 장사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할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던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땅콩을 구입하였다. 할머니의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무려 6개월간 무료 시식 서비스를 이어 간 할머니의 전략은 두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첫째, 사람들이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해서 재방문을 유도하였다. 사람들은 조건 없이 마음을 베풀어 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땅콩을 많이 구입했다. 사람들은 때때로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양을 구입하면서도 돈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동안 무료로 많이 받은 만큼 나도 그 이상 사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둘째, 할머니의 공짜 서비스는 사람들을 길들였다. 6개월이라는 제법 긴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매일 고소한 냄새를 맡으면서 땅콩을 즐겼다. 냄새만 맡아도 입에 절로 군침이 나올 정도로 땅콩을 먹는 데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공짜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었음에도 사람들은 퇴근 시간 땅콩을 먹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할머니의 전략을 보며 갓 장사를 시작한 신생 가게가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참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게 무료 체험 행사이다. 상품이라면 무료 체험할 수 있도록 샘플을 만드는 것이고, 음식이라면 무료 시식일 것이다.
그 상품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고객들이 선뜻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못하기에 무료 체험 기회를 선사하는 게 필요하다. 무료 체험은 단지 시각만 아니라 미각, 후각 등 추가적인 감각을 자극하므로 고객이 강한 구매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만약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당장 내가 써야 할 비용을 아까워하는 마음가짐이라면 차라리 사업/장사를 하지 않는 게 낫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해도 미끼가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투자 없이 가능할까. 땅콩을 파셨던 할머니 역시 6개월 동안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인근 직장인들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다.
기업/자영업자들은 고객들을 향해 ‘퍼 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뿌리기도 전에 거둘 궁리부터 하지 말고 일단 뿌리겠다는 마음이 우선이다. 6개월 공짜 서비스 전략이 나중에 6년, 10년을 버티게 해 줄 힘이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라 투자이다. 언젠가 내가 거둘 수 있으며, 원금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 우리 상품 혹은 음식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기업/자영업자들은 ‘서비스가 곧 투자’라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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