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가 사라졌다?' 무슨 말이냐고요? 롯데홈쇼핑이 자체 기획했던 유통업계 첫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 얘기입니다. 각종 광고는 물론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던 루시의 모습이 도통 보이질 않습니다. 한창땐 루이뷔통 전시회 같은 명품 브랜드 행사에 VVIP로 참석할 정도로 잘 나갔는데요. 이젠 '재정비'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합니다. 팬데믹 종료와 함께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데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수익성 확보 고민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롯데홈쇼핑은 그간 보유했던 포바이포(4by4) 지분 2.97%도 올해 들어 전량 매각해 버렸습니다. 루시를 실제 사람처럼 구현하는 실감형 콘텐츠 기술 업체 지분을 아예 정리한 겁니다.
루시뿐만이 아닙니다. 한때 화제의 중심에 섰던 가상 인플루언서들 대부분이 지금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사실 2~3년 전부터 정말 많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국내 1호 가상 인플루언서인 로커스엑스의 '로지'에서 시작해 LG전자가 CES를 통해 선보인 '김래아', 국내 첫 온라인 강사로 등장했던 이스트소프트의 '백하나', 앞서 말씀드린 롯데홈쇼핑의 '루시'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죠. 그런데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를 꼽으라면 물음표가 뜹니다. 존재감마저 희미해졌고, 다시 보기 어려운 이들도 생겼죠. 로지 정도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과거만큼의 위상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인기가 이른바 '첫 끝'에 기댄 측면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가상 인간 자체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닌데도, 소비자들은 예상 밖의 호응을 보여줬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기대 이상의 퀄리티,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환경적 요인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 인간은 과거의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이른바 '대유쾌 마운틴'에 진입합니다.* 가상 인간은 이제 어설픈 게임 캐릭터 같은 모습이 아니라,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를 갖고 우리와 똑같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예쁘고 멋진 가상 인간들이 새롭게 등장하다 보니 그걸 구현한 기술, 그리고 그 결과물인 가상 인플루언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온라인 활동 전반에 엄청난 상승 압력을 가했던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더해집니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크게 흥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갖춰진 거죠.
초창기의 신선함, 특별함은 금세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겁니다. 팬데믹도 끝났고, 이제 다시 오프라인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결과는 수없이 범람한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씁쓸한 퇴장입니다.
결국 가상 인플루언서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선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야 할 겁니다. 사람이 아니라 왜 가상 인플루언서를 택해야 하는가? 가상 인플루언서 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갈수록 설 자린 좁아지겠죠. 기술 수준의 고도화와 별개로요. 특별한 서사, 가상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 같은 것들이 뭉툭한 해답은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뾰족한 이유를 찾아낸 기업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이 정도론 충분히 설득이 안 되는 느낌이거든요.
'가상 인플루언서를 가지고 왜 고민을 해야 하느냐!' 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효용이 있다는 점이 연구 결과로 입증이 됐다고 합니다. 결국 잘 쓰면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 오늘 소개해드릴 아티클이 AI 생성 캐릭터를 이용한 브랜드 마케팅 효과와 전략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포트폴리오 접근 방식을 수용하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인간 인플루언서와 가상 인플루언서를 동시에 조합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데요. AI가 효과적인 부분은 AI에게 맡기라는 AI 활용의 관점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한 번 살펴보시며 가상 인플루언서 활용법에 대해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1. 가상 인플루언서, 효과 있다? 없다?
오늘날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은 브랜드 마케팅의 대세가 됐다. 하지만 이 파트너십엔 잠재적 위험이 있다. 인플루언서의 신뢰가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플루언서의 외부 활동이 홍보 브랜드 이미지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신중하게 행동하고, 신뢰감 주는 이미지를 소유한 인플루언서를 고용해서 홍보 메시지가 훼손될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게 바로 가상 인플루언서다. 마케팅 회사가 프로그래밍하고 제어하는 컴퓨터 생성 이미지이기 때문에 기존 인플루언서에 비해 논란이 될 말이나 행동을 할 가능성이 훨씬 적다. 틱톡에서 350만 명, 인스타그램에서 27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가 대표적이다. 2016년 데뷔해 디올, 캘빈 클라인, BMW 등 다양한 브랜드 홍보 콘텐츠를 게시하며 연평균 20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2. 가상 인플루언서는 인간 인플루언서에 비해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존재
1) 참여도
사람들은 가상 인플루언서의 유료 협찬 게시물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연구 결과 가상 인플루언서의 협찬 게시물과 자체 제작 콘텐츠를 비교한 결과 팔로어들이 협찬 게시물에 13.3% 더 많이 참여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인간 인플루언서의 경우 협찬 게시물 참여율이 평균 2.1% 낮았다.
2) 도달범위
팔로어 수는 소비자 참여도와 역 U자형 관계가 있다. 팔로어 수가 많거나 적은 인플루언서는 중간 정도인 인플루언서보다 참여를 덜 이끌어낸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평균 팔로어 수는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적지만, 참여를 이끌어내는 측면에선 더 의미 있는 영향력을 보였다.
3) 다양성
인간 인플루언서는 다양성이 높지 않다. 특히 패션 뷰티 등 특정 부문의 인플루언서는 대부분 백인 여성이다. 하지만 마케터가 CG로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낼 때는 인종, 성별, 기타 특성에 대한 제약이 없다. 외계 생명체 가상인플루언서 '블루(Blu)'가 대표적이다.
4) 평판 위험
인간 인플루언서는 주기적으로 스캔들이나 논란에 휘말린다. 자율성이 없는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런 위험이 줄어든다. 인플루언서의 개별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프랑스 화장품 기업 나스(Nars)가 맥신, 첼시, 시시라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5) 가상 인플루언서는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싸다.
1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려면 게시물당 25만 달러 이상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릴 미켈라를 만든 회사는 게시물당 9000달러 밖에 청구하지 않는다.
3. 브랜드가 가상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 다음의 4가지 원칙
1)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인식하라.
참신하고 색다른 것을 갈망하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특성에 맞게 의외성과 낯섦을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해 선사할 수 있다.
2) 데이터를 활용하라
소셜미디어의 참여도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가상 인플루언서의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3) 포트폴리오 접근방식을 수용하라.
브랜드들은 보통 인간과 가상 인플루어선 양쪽을 다양하게 조합해 활용한다.
4) 실험하고 측정하고 학습하라.
가상 인플루언서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한 두 명을 배치한 뒤 참여도과 결과, 투자수익률을 계산하고, 다른 마케팅 대안과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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