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때 노점을 시작한 이후 장사에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겼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장사가 잘 되는 곳, 안 되는 곳, 대박 가게 등 여러 곳을 탐방했다. 노점인데도 엄청나게 돈을 버는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우연찮게 어느 대학교 근처에서 왕닭꼬치 노점을 보게 되었다. 일반적인 닭꼬치보다 두 배 정도 길어서 이름이 왕닭꼬치였고, 가격은 2,000원으로 일반 닭꼬치의 두 배였다. 볼 때마다 사람이 바글바글 붐볐고 테이블에는 꼬치가 늘 산처럼 쌓여 있었다. 비법을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어느 날 작정하고 가게를 관찰해 보았다.
그 노점은 특이하게도 콜라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었다. 왕사탕도 무료였다. 테이블에 한 바구니 수북하게 쌓아 두고 마음껏 가져가라고 하였다. 관찰할수록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작 2,000원짜리 닭꼬치를 팔면서 콜라와 왕사탕이 무료라니. 닭꼬치 제조 원가를 감안하고 서비스를 포함하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익을 남기는 것인지 꼭 알고 싶어서 마감 때까지 기다렸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마주한 사장은 내가 몇 시간 동안 관찰하는 걸 봤다면서 내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그가 말해 준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콜라와 왕사탕을 도매 시장에서 저렴하게 공수해 왔다. 닭꼬치 원가와 무료 서비스를 다 합해도 단가가 500원 정도였고, 2,000원에 팔았으니 네 배의 수익이었다. 무료라고 해서 콜라를 서너 잔 이상 마시거나 왕사탕을 한 주먹 가져가는 이도 드물었다. 또한 노점이기 때문에 꼬치만 사 가지고 가는 고객들도 많았다. 그 자리에서 먹는 고객들은 무료 서비스 덕분에 꼬치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무료 서비스를 갖추고 그 덕에 메인 메뉴를 더 많이 팔 수 있게 된, 아주 좋은 판매 전략이었다.
노점 사장님은 매월 천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면서 자기 수입을 공개했다. 2000년대 초였고 노점이었는데 천만 원이라니, 지금으로 치면 2천만 원이 넘지 않을까. 진짜 엄청난 액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번듯한 상가, 식당에서만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점, 길거리 장사라 해도 서비스 전략을 잘 세우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경험이었다.
이런 가게들을 보면서 무료 서비스가 얼마나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장사가 안 되더라도 서비스 전략을 잘 세우면 얼마든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후 대학생, 대학원생으로 공부할 때 여러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러한 서비스 전략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하였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 중에 음식 맛이 참 좋은데 장사가 안 되었던 칼국수집이 있었다. 고객이 너무 없어서 아르바이트비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였다. 나는 사장님에게 전단지를 만들자고 졸랐다. 사장님은 손바닥만 한 가게인데 무슨 전단지를 돌리느냐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떼를 쓰다시피 해서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
약도, 음식 사진, 연락처를 기본으로 포함시켰고, 한쪽 귀퉁이에 절취선을 넣고 ‘음료수, 공깃밥 서비스’라고 새겼다. 이 전단지를 점심 무렵에 근처 종합병원 앞에서 돌렸다. 점심때 인근 직장인, 병원 직원들이 쏟아져 나왔고 내가 나눠 준 전단지를 보고 가게를 찾아왔다. 음식 맛이 좋았기에 고객들이 일단 찾아온 이상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었다. 2개월이 지날 무렵 가게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점심 장사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한산했던 가게가 고객들로 북적이는 가게로 변화할 수 있었던 건 단지 내가 전단지를 돌렸기 때문만이 아니다. 장사를 오래 해 본 경험으로 보면 전단지 2,000장을 돌리면 20명의 손님이 온다. 약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전단지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끌기에 부족하다. 중요한 건 전단지가 어떤 내용이냐는 점이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받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려면 그만큼 쓸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전단지를 받자마자 버린다면 그 안의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내게 이익이 되는 서비스가 들어 있는 전단지라면 휴지조각처럼 버릴 리 없다.
내가 만든 전단지에는 ‘음료수/공깃밥 서비스’, ‘3인분 시키면 1인분이 공짜’와 같이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가 들어 있었다. 전단지에 이런 서비스를 넣었기에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 찾아온 것이고, 음식 맛이 좋아서 고객들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방문했다. 음식이라면 맛, 상품이라면 성능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여기에 서비스까지 곁들인다면 고객들은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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