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HR 측면에서도 2년여의 관리 공백과 재택근무 선호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결집을 어렵게 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죠. 그러나 코로나의 종식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기업들은 온라인에 일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구성원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고 실제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일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다양한 솔루션을 경험하면서 온라인에서 많은 일을 해결했고 이제는 매우 익숙하게 그 안에서 소통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든 엔데믹이든 이제 기업은 예전과 달리 온·오프의 적절한 믹스를 통해 다양하게 적응해 나갈 겁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일들과 달리 구성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온·오프를 능숙하게 넘나들며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1. 관계 이슈를 해소하는 코칭 문화
사실 조직에서 관계 이슈는 소위 HR 테크가 아무리 발전해도 별개의 것으로 존재합니다. 물론 불필요한 소통을 줄여주면 사소한 관계 이슈의 발생을 줄일 순 있지만, 일의 주체인 사람의 마음을 시스템만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일의 정체성이 달라지고 진행의 효율성이 결정되죠. 이는 관계의 속성 안에 감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관계는 긍정적인 감정이 전제가 됩니다. 상호 공감과 교감이 이루어지면 관계가 좋아집니다. 팬데믹이 불러온 물리적 대안이 일의 흐름을 돕고 있지만 일의 주체인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다른 차원에서 보완해야 합니다. 온라인 세계에서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관계에 대한 별도의 보강이 없으면 온·오프 비즈니스 환경의 절묘한 조화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최근에 OKR을 온라인 시스템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기서도 일대일 대화(1on1)를 가장 긴요한 촉진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는 걸 보면 관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각 기업과 조직에서는 코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올해와 내년을 기준으로 코칭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일부 리더들이 외부 코치들로부터 코칭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면 앞으로는 코칭 대상자가 중간 관리자급으로 확대될 것이고 한편으로 사내 코치가 많아지면서 그들이 체인지 에이전트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여기에 더해 궁극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코칭을 주고받는 조직문화가 구축되면 그간 그렇게도 고민하던 조직문화에 대한 걱정도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피어코칭(Peer Coaching)은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동료 간의 코칭을 의미합니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순서에 의해 코칭 교육을 받고 나서야 피어코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피어 코칭은 코칭 문화를 통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대화 운동입니다.
코칭은 전문가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생산적 대화 방법이기도 합니다. 코칭이 담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감과 생각 파트너로서의 역할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기능적 대화는 결코 어려운 이론과 기술이 아닙니다. 기업과 조직에서 동료들끼리 주고받는 피어코칭은 그 방법만 익히면 코칭 교육을 정식으로 이수하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현재의 일터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2. 피어코칭을 실행하는 3단계 모델
필자가 번역한 ‘VUCA 시대의 조직문화와 피어코칭’에는 다소 거창하게 나와 있지만 피어코칭의 핵심은 관계 구축과 코칭 대화 그리고 도움 주기이며, 개인적 이슈부터 업무적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겪는 이슈를 폭넓게 다룰 수 있습니다.
피어코칭은 리더십코칭, 성과코칭 등 전문 코칭과 다소 다른 점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 조언, 정보 제공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코칭 대화가 지니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피어코칭이 관계를 통한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 도출됩니다.
즉 구성원은 피어코칭을 통해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피드백의 한계인 심리적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코칭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방안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한 피드포워드로 연결되고 피어 코치로부터 유익한 조언과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학습 현상을 관계적 학습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일찍이 피터 센게가 주창한 ‘학습 조직’ 개념과 연결돼 있습니다. 피어코칭을 실행하는 3단계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단계에서의 활동
동료들이 그들의 경험을 성찰하고, 자기 인식을 향상하며,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실천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상호 코칭을 해 줄 수 있는 동료 간 매칭을 실시하며 매칭 방식은 조직의 특성에 맞게 정합니다. 매칭된 피어 코치들은 코칭 기간과 주제를 설정하고 합의합니다. 대화 방식 또한 온·오프 모두 가능하며 양측이 합의하면 시간도 자유롭습니다. 피어 코치들은 상호 집중, 배려하는 태도, 생각을 공유하는 모습, 내적 성찰을 일깨우는 질문을 제공하면서 진실을 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 2단계에서의 행동
성공적인 적용과 개인적 그리고 전문적인 학습을 신장시키는 관계 기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매칭된 피어 코치들은 코칭 관계 안에서 상호 발전을 위해 협력합니다. 호혜적인 피어코칭은 참여자들이 자기 개방과 피드백의 교차점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맥락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피어 코치들은 자기 인식이 확장되고 관계 역량이 심화되는 새로운 통찰을 경험합니다. 보다 효과적인 코칭을 위해 코칭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관계적 학습을 촉진하는 방안입니다.
3) 3단계에서의 행동
피어 코치들은 학습 관계를 수립하는 경험에서 교훈을 얻은 뒤 피어코칭의 가능성을 깨닫고, 관계 기술을 다른 관계로 확장합니다. 피어코칭은 일상에서 실천할 때 하나의 습관이 됩니다. 피어 코치들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적 학습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함으로써 삶과 커리어의 모든 단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호 학습 파트너십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피어코칭을 일상에 도입하게 되면 본인이 코칭을 하는 기쁨도 있지만 매 순간 코칭을 받고 있다는 유익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3. 다양한 피어코칭 관계가 다양한 학습을 만든다
조직에서 피어코칭을 도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누구부터 시작할 것인가’입니다. 코칭 교육을 받거나 코칭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리더들이 중심이 되어 상호 피어코칭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쉽죠. 그렇게 시작한 피어코칭의 경험을 살려 리더들의 주도 하에 부하 구성원들의 피어코칭 매칭을 도우면서 점차 확산해 나가면 될 겁니다. 동료 간 피어코칭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평적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하 간 피어코칭도 조직문화 변화에 효과적이며 다른 부서의 구성원과도 피어코칭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복수의 피어코칭 관계를 맺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다양한 피어코칭 관계가 다양한 관계적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피어코칭은 일시적인 사내 이벤트가 아니고 지속되어야 할 대화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막힘없는 대화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며, 소위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지름길입니다.
피어코칭은 관계적 학습을 촉진하고 구성원 간의 감성적 관계를 심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매칭이 잘못되거나 코칭 과정 중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1단계에서 더욱 세심하게 매칭이 이루어져야 하며 상호 간 합의 사항이 분명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서 코칭 중지를 요구하면 기꺼이 응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관계성과 상호성이 생명인 피어코칭은 결코 제도의 일환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누군가의 주도에 의해 선도되어야 시작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지속성은 순전히 구성원의 자발적인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직원 경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어코칭은 조직문화를 염두에 둔 전사적인 활동이자 운동입니다. 지금까지 코칭 문화를 통한 조직 문화 활성화가 주춤했던 원인을 해결할 핵심 방안으로 피어코칭을 제시하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동안 멀어졌을지도 모르는 구성원들의 마음이 서로를 돕는 관계 구축을 통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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