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통영에 도착했어요. 미륵산에 가려면 통영의 미륵도로 가야 하죠. 서울에서 출발해 5시간 반. 참, 멀어요. 그럼에도 지치지 않는 건 바다 때문인데요. 통영 시내를 빙 두른 바다의 상쾌한 짠 내가 싫지 않아요.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통영중앙전통시장의 활기찬 기운도 마음을 들뜨게 하더군요.
육지와 미륵도를 연결하는 충무교는 이젠 개통(1967년) 당시의 모습이 사라졌지만 정겨움은 그대로예요. 다리가 보수되기 전엔 뽀뽀다리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인도 폭이 한 사람 겨우 지나가기에도 버거워 연인끼리 깻잎처럼 꼭 붙어 다녔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여하튼 보수 전이나 후나 충무교는 위로는 사람과 차들이, 아래로는 제법 큰 배들이 지나는 통로예요. 물때와 상관없이 수심이 깊어 늘 배가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의 수식어는 어쩌면 이러한 풍경에 기인하죠.
1. 미륵산에 오르는 가장 빠른 길, 통영케이블카
반칙이라고 해도 할 수 없어요. 이번에 케이블카(성인 왕복 1만 7,000원, 소인 1만 3,000원)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기로 했어요. 해발 461m인 이 야트막한 산에 분명 케이블카를 놓은 이유가 있을 거란 의문이 크기도 했고…. 미륵근린공원 앞에 자리한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에서 출발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꽤 길어요. 2008년 4월에 개통했으니 올해로 16년 차. 당시 스위스의 최신 기술로 완성했다는 곤돌라 방식의 이 케이블카는 길이만 총 1975m나 됩니다.
소요 시간은 약 9분. 평일에도 나들이 나선 이들로 주차장부터 분주해요. 케이블카에 오르면 반대편에 앉아야 볼거리가 많아요. 오를 때나 내릴 때 모두 바다 쪽을 볼 수 있거든요. ‘아, 그래서 이곳에 케이블카가 놓인 건가’싶게 해발이 높아질수록 통영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상부역사에 도착하면 1층이 휴게실, 2층은 승강장, 3층은 전망대예요. 1층에서 미륵산 정상으로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그렇다고 3층 전망대를 지나치면 훌륭한 사진 스폿을 놓치는 셈이에요.
2. 천천히 걸음 옮기는 계단길
나무 데크가 놓인 정상 등산로에는 한려수도 전망대와 통영항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요. 그러니까 오를 땐 한려수도, 내려올 땐 통영항, 이렇게 번갈아 길을 오가는 게 득이죠. 쉬엄쉬엄 오르면 20분 남짓 걸리는 길은 대부분 계단이에요. 계단에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상부역사 전망대에서 멈춰야 해요. 욕심부리다 내려올 때 후회할 수도 있어요. 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차이는 있다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도 일품이에요.
정상에 도착하면 표지석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또한 이색적이에요. 정상 주변은 어느 곳에 포커스를 맞춰도 기막힌 풍광에 입이 떠억 벌어지죠. 그야말로 탁 트였어요. 맑은 화선지에 먹물이 튀듯 놓인 작은 섬들이 다도해를 가득 채우고 있고, 그 반대편은 통영 시내가 오롯해요. 날이 맑으면 여수도 보인다니 망원경 하나쯤 갖고 오르는 것도 그 나름의 방법이에요. 아, 하산 후 먹을거리를 찾는다면 ‘다찌’ 한 상이 유명해요. 통영식 술상인데, 술을 주문하면 갖가지 해산물 안주가 함께 나오는 식이에요. 당일 조업한 해산물만 사용해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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