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를 기가 막히게 하는 직원 A가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A를 차기 리더로 낙점하고 있습니다. 이 좋은 소식을 살짝 내비치니,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옵니다. “저는 리더 맡기 싫은데요?”
일 잘하는 직원이 리더로 승진하는 것. 이는 오랫동안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는 ‘요즘 부쩍 팀장 되길 거부하는 직원이 많다’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리더라는 무게를 짊어지기 싫은, 편하게 살고 싶은 직원이 많아져서일까요.
1. 리더가 됨으로써 잃을 수 있는 것들
예전에는 승진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었습니다. 돈도 더 많이 받고, 그 자체가 명예와 사회적 지위가 되고, 실무에서 손을 떼니 조금 더 편해지고. 근데 갈수록 1)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2) 직함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리더가 되면 잃는 게 많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책임은 커지는데 권한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갈수록 일을 잘하는 능력보다는 정치적 역량이 내 앞 날을 좌우하게 되는 경향도 있고. 그렇다고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의 높은 직급이 나를 언제까지도 책임져주지도 않고.
실무에서 멀어지는 것도 큰 부담이 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실무와 현장에 대한 감을 놓치면 금방이라도 뒤처질 것 같은데, 아무래도 리더가 되면 무뎌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2.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될 수 있다
실무 역량 수준과 리더십 수준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실무를 할 때는 참신함이나 꼼꼼함이 중요하다면 리더는 방향 제시 능력이나 소통 능력이 중요하죠. 필요로 하는 능력이 다른 만큼 실무를 잘하는 모든 직원이 좋은 리더가 되진 않습니다. 실무를 잘하는 에이스에게 리더십을 요구한다면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회사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돌아갔고, 실무진의 역할과 리더의 역할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실무진에서 리더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자리에 맞는 경험을 하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당연한 성장 루트로 여겨졌죠. 이 공식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쌓는 대신 실무자로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합니다. 능력 중심의 시대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요.
3. 새로운 바람, 투트랙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리더는 어떻게 뽑으라는 말인가요?’ 당연히 모든 실무자가 실무자로 남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커리어 발전도 사람에 따라 달리하는 관점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이 본인 성향에 맞게 투 트랙으로 커리어를 밟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 역량이 뛰어나지만 남을 이끄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 20년 차 엔지니어 A는 ‘전문가 트랙’을 밟아 해당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됩니다. 또 다른 10년 차 엔지니어 B는 어느 정도의 실무 경험을 갖춘 뒤 방향 제시 능력, 갈등 관리 능력, 채용, 육성 능력 등을 쌓아 ‘리더십 트랙’을 밟아 A가 속한 팀의 리더가 됩니다. 전통적인 회사에서는 기형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구조이지만 머지않아 이런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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