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 참여했던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50~150명 내외 규모의 조직에서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조직문화를 분석하고 필요한 조언을 제시, 이를 실현할 교육 활동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작동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모든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도 있었고, 작은 단위 조직에서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특별한 요소도 있었죠. 그리고 그 요소들에 기반한 일 처리 방식은 그들을 일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기도, 때로는 조급함과 불안감 등의 자극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들과 함께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요소들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조직문화를 구현하는 과정에 있는 담당자나 리더들이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1. 일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경험하는 조직 만들기
자신들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 중 하나는 합의됐거나 요청된 목표점 이상으로 업무에 깊이 빠져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추가 검토나 점검 혹은 제출만 하면 끝나는 보고자료라도 기꺼이 개인의 시간을 투입해 더 나은 아이디어는 없는지 숙고하는 현상이 자주 발견됐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나타나는 건 외부의 지시나 기대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일의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조직이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강력하고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영향력 있는 일을 수행하는 본인에 대해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꼈죠.
일의 영향력에 기반한 자부심은 일하는 과정에서 학습·성장 욕구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겐 업무를 탁월하게 잘 수행하는 사람으로 인정·존중받는 경험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만큼 업무 분야와 관련한 학습 및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노하우나 기술 습득 욕구가 매우 높았는데요. 이를 잘 지원하는 조직이나 리더는 긍정적으로 인정되는 반면, 지원의 부족함을 경험한 구성원들은 학습 환경의 문제를 조직과 관리자의 중요한 이슈로 제시했습니다.
1) 핵심은 역할 설계
일의 영향력을 자극하고 경험시키는 방식에서 특히 중요한 건 직무와 역할 설계였습니다. 일의 영향력을 인지하는 구성원들은 보편적으로 다른 유관부서나 담당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나 프로세스가 있었습니다. 유관부서의 리더나 담당자는 특정 개인이나 직무담당자가 자신들의 프로젝트 및 프로세스에 특정한 역할 수행을 위해 참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회의 과정에 활용되는 보고서나 발언자, 디지털 도구에 기반한 시스템을 통해 서로 확인할 수 있었죠.
또한 구성원에게는 유관부서나 담당자와의 회의에 직접 참여하거나 필요한 판단과 실행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결정 권한이 부여되어 있었는데요. 책임에 대한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높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는 동료 간의 협력이나 리더의 지원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2. 심리적 안전감을 경험하는 조직 만들기
긍정적 조직문화를 경험하는 구성원들은 도움 받을 수 있는 선배나 리더에게 자신들의 실수나 실패를 솔직하고 빠르게 전달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높기 때문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자신들의 실수나 실패를 빠르게 공유하고 해결하는 것보다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는 동료·리더·구성원들의 행동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은 일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역할 책임에 대한 부담감과 새로운 업무 기피, 회의에서 침묵, 소극적 의견 제시 등 문제행동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할당된 목표나 기준은 충족했지만 큰 사업이나 프로젝트 관점에서 잠재된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그를 무시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먼저, 대개 구성원들은 개개인들의 특성을 ‘모난 사람이 없다’ ‘둥글둥글하다’ ‘착하다’로 묘사하고 있었는데요. 본질적으로는 기복이 없고 안정된 상태를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부정적인 상황이나 사건에 직면해도 감정적 동요를 억제하고, 문제 해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경험하는 조직의 리더들은 다른 조직의 리더들에 비해 구성원들과 일상적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소통에 능숙했습니다. 리더 개인의 역량이나 성향에 따라 소통 도구나 방식, 친밀감을 만들어가기 위해 활용한 대화의 내용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직접 대화를 요청하거나 ‘나와 리더는 언제든지, 어떠한 내용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리더가 평가자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바로 자신의 실수를 공유하고 리더의 지원을 기대했습니다.
또 심리적인 안전감은 동료 간 협력이나 신뢰를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배나 후배, 동료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발견했을 때 이를 비난하거나 평가에서의 우위 요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동료들과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함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런 믿음은 직접 협력 과정을 목격하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동료 간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3. 리더가 먼저냐 조직문화가 먼저냐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긍정적인 조직문화 발현 근원이 ‘리더의 성향’에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전 조직’이나 ‘이전 리더’와의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현재 리더’가 얼마나 다른 가치와 철학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리더들 또한 이러한 비교를 통해 현재의 조직·직무 만족감을 드러내는 구성원을 접한 사례를 설명하며 리더로서의 보람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리더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 외부 인재 확보가 활발한 경우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십의 영향력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조직이나 내부 인적자원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경우에도 구성원들은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기도, 부정적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리더에 따라 내부에서 단순히 정보를 교류하거나 협력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각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결정과 승인, 회의하는 방식 등 업무 과정 전반이 달라지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리더’가 조직문화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달리 말해 ‘리더가 좋으면 조직문화도 좋아지고, 리더가 나쁘면 조직문화도 나빠지는’ 셈이었죠.
물론 이와 반대되는 인식을 하는 조직도 있었습니다. 현재 경험하는 긍정적인 조직문화에 리더들의 바람직한 조직관리 방식과 소통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있었으나, 이것이 자신들이 경험하는 조직문화의 근원이라고는 인식하지 않았죠.
오히려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혹은 ‘어쩌다 보니’ 오랜 시간 만들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또 현재의 리더 또한 지금의 조직문화를 경험하면서 성장한 구성원 중 하나이기에, 자신들의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을 우리 조직의 리더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행동 패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 중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현재 경험하는 조직문화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특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진단에서 제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실제로 적용하고 실현해 봐야 훌륭한 이론이 빛을 발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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