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성향에 따라 투자 결과가 갈린다?!
펀드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수익률 극대화죠. 효율적인 시장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펀드 매니저의 정치 성향에 따른 펀드 성과의 차이가 없어야 맞을 텐데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치우친 정치 성향이 투자 수익에도 영향을 준다는 건데요. 조지메이슨대 연구진이 펀드 매니저의 정치적 성향과 투자 성과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봤습니다.
조지메이슨대 마리안 모조로 교수는 주식 투자에 집중하는 헤지펀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주식 헤지펀드 매니저가 역량과 재능 면에서 가장 뛰어나고 시장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죠. 정치 성향은 헤지펀드 투자자가 정치 헌금을 어느 당에 더 많이 했는가로 측정했습니다.
2. 민주당 지지자가 더 투자를 잘한다?!
연구 결과, 1999∼2014년 사이 16년간 민주당 성향 헤지펀드 매니저가 공화당 성향 헤지펀드 매니저보다 지속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월평균 수익률이 더 높았던 겁니다. 특히 오바마 정부 초기 10개월(2008년 12월∼2009년 9월) 동안 수익률 격차가 월평균 0.75% p로 가장 컸습니다.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8.76% p에 달합니다. 또 이 기간 민주당 성향 펀드의 수익률은 공화당 성향 펀드에 한 번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월평균 약 13억 9,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정도로 높은 이익을 챙겼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수익률 차이는 정치적 성향이 정보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당의 정치적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격동·격변의 시기에는 정치적 성향이 투자 성과와 경제 정책 정보 접근과 상관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민주당 성향 헤지펀드의 성과가 우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 헤지펀드 매니저가 민주당 행정부의 증권과 금융 정책에 이해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핵심 정책 입안자를 향한 접근도 쉬웠기 때문입니다.
정치 성향에 따른 헤지펀드 성과의 격차를 설명할 때 행동경제학적 이유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할 때 기존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찾아 헤매거나 기억해 내고,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확신 편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수 매체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극단적 경제 위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확신 편향으로 인해 공화당 성향의 헤지펀드 매니저는 위험에 불필요하게 높은 가중치를 뒀고, 그것이 결국 투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도 무시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이밍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파산’이나 ‘고물가’ 등 부정적 단어는 미국 경제를 기술할 때 잘 사용치 않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우파 보수 매체들은 이러한 단어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공화당 성향 헤지펀드 매니저 역시 이 단어들이 주는 부정 편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 결과가 수익률 저하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오바마 정부 초기, 공화당 성향 헤지펀드 매니저를 비롯한 공화당 지지자는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보수 매체 보도 내용에 스스로 매몰된 것입니다. 2009년 초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 시점에도 자신들의 잘못된 믿음을 고수하면서 결과적으로 저성과의 늪에 빠지게 됐습니다.
3.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정치적 신념에 기인한 편향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 산업에서조차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권 이양기 등 정치 변화의 격동기엔 정보 처리 과정에 더 깊숙이 개입해 합리적 투자 판단과 선택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금융 위기, 정치적 양극화, 새로운 행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는 정치 성향이 펀드매니저의 금융시장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 비대칭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로 일시적이긴 하지만, 민주당 성향과 공화당 성향 헤지펀드의 성과 격차가 나타난 것입니다.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정치적 성향을 포함해 펀드매니저의 신념이 다를 때 그 차이에 기인한 성과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예언한 바 있습니다. J. F. 케네디 대통령도 “진실의 적은 종종 거짓이 아니라 잘못된 신념이다. 신념과 일치하는 의견이나 해석의 편안함이 사유가 주는 갈등과 고뇌의 인지 부조화를 압도한다”라고 통찰했습니다. 이처럼 이데올로기의 편향이 타인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재무 안정성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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