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회사원 A 씨는 최근 우연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명품 시계나 화장품 등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광고와 후기를 보고, 시계와 화장품 등이 들어 있는 ‘랜덤박스’를 구매했습니다. 이튿날 A 씨에게 택배가 도착했고, A 씨는 어떤 제품들이 들어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박스를 뜯어봤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싸고 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보고 실망했습니다. A 씨는 쇼핑몰에 전화를 걸어 “랜덤박스를 교환하고 싶다”라고 했지만, 쇼핑몰 직원은 “랜덤박스는 한번 사면 환불이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A 씨는 랜덤박스를 반품하고 환불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랜덤박스’는 정말 ‘럭키박스’ 또는 ‘대박박스’가 맞을까요?
1. 소비자 기만한 ‘대박박스’ 판매업자, 공정위로부터 영업정지 등 강력 제재받아
랜덤박스는 같은 종류의 여러 가지 상품(예: 시계)을 판매 화면에 나열하고 이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상자(랜덤박스)에 넣어 배송하는 것입니다. 소비자·판매자 모두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2007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랜덤박스 형태의 상품이 최초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오프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랜덤박스에 대항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랜덤박스는 같은 가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서로 다른 상품이 선택될 수 있다는 일종의 사행성이 가미된 상품입니다. 판매업자들은 “대박 아니면 중박! 쪽박은 없습니다”, “팔자필 인생을 위해!!” 등의 문구로 소비자의 사행 심리를 적절히 이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는데요.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제품은 주로 시계, 향수, 화장품 등이며, 랜덤박스 판매가 증가하면서 A 씨와 같은 소비자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랜덤박스의 특성상, 당초 기대와 달리 ‘쪽박’ 상품을 얻은 소비자는 애초에 자신이 원한 ‘대박’ 상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비자가 ‘대박’ 상품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등 사업자의 광고가 거짓·과장임을 알기 어려워 피해를 입고서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했습니다.
결국 공정위는 랜덤박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3개 랜덤박스 통신판매업자에게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례적으로 3개월간의 영업정지를 결정했습니다.
2. 실제로는 제공되지 않는 상품의 브랜드 등을 광고화면에 표시하거나 랜덤방식이 아닌 자의적 상품을 배송…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
공정위로부터 제재받은 사업자들은 랜덤박스 상품 판매 화면에 총 41개의 브랜드 시계가 랜덤박스 대상인 것처럼 광고하였으나, 실제로는 9개의 브랜드 시계만을 랜덤박스로 소비자에게 공급하였으며 나머지 32개의 브랜드 시계는 전혀 공급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또한, 미리 모든 브랜드의 시계들을 박스로 포장한 후 주문이 들어오면 무작위로 박스를 선택하여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은 후 재고소진을 목적으로 당시 재고가 있는 시계들 중에서 자의적으로 시계를 선택하여 소비자에게 배송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용후기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소비자가 작성한 ‘불만족’ 이용후기를 고의로 게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상품구매과정에서 다른 소비자의 ‘만족’ 이용후기만을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행위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금지행위)
①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
3. 교환·반품 가능함에도 불가능하다는 등 고지… 거짓된 사실을 알려 청약 철회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
상품의 하자가 있는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또는 받은 날로부터 3개월) 내에는 취소, 환불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위 사업자들은 랜덤박스라는 이유만으로 상품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전화를 통해서만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하다고 고지하거나 아예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고지하였습니다. 또한 7일 이내에 청약 철회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이 7일 이내에 업체에 “도착”하여야만 하는 것으로 고지하고 취소·환불 가능 기간을 사실상 축소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행위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3항 및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청약 철회 가능 여부 및 기간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거짓된 사실을 알려 청약 철회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청약철회등) ①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기간(거래당사자가 다음 각 호의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말한다)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
3. 제21조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의 청약철회 등에 대한 방해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방해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7일
4. 공정위, 허위·과장 광고에 엄격한 법 적용으로 처벌 강화 추세… 사업자의 법 준수 인식 확산이 우선 필요
올해 들어 공정위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비교적 제재 수준이 낮은 ‘경고’보다는 시정명령·과징금·고발 등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제재하는 건수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법 위반 잣대가 더 엄중해졌다는 평가로, 특히 랜덤박스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한 앞선 사례의 경우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로는 최초로 ‘영업정지’까지 결정한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여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강력한 제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랜덤박스 외에도 뽑기 방식이 성행하고 있는 확률성 상품은 물론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상품 구매 현실. 반드시 공정위의 강력한 처벌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업자들 스스로 법 준수 인식을 확산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사실에 입각한 이용후기 등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자신의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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