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a Complex System?』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필독서이긴 합니다만 복잡계 논의의 핵심적 논제 중 하나인 창발(emergence)을 너무 간략하게 다뤘고 창발 개념을 제대로 다루려면 수반(supervenience)과 하향 인과(downward causation or top-down causation) 개념 역시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하는데 전혀 다루지 않았고 이 세 가지 개념에 대한 논의를 현대 철학에서 재점화시키는 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한 김재권의 논문과 저작도 전혀 언급 · 인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고도 씁쓸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아무튼 마음 · 의식 · 뇌 · 인공지능 등을 탐구하는 연구자들은 필독해야 할 책으로 보입니다. 책 소개 정말 감사합니다.
복잡계가 있다는 건 단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런 계들(systems)의 구조는 단순성과 복잡성의 정도에 따라 위계나 층위 혹은 차원이나 단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죠. 해서 복잡계 탐구는 그런 구조의 위계 · 층위 · 차원 · 단계들(hierarchies, levels, layers, dimensions, strata, orders etc.) 사이를 가로세로 종횡하거나 쌍방 간 길항하면서 나타나는 물리적 및 심적 현상과 작용 그리고 그 모든 걸 포괄하고 실현하는 부분전체론적 구조와 기제(mereological structure and mechanism)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물리적이거나 심적인 복잡계의 위계적 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작용 및 그 부분전체론적 구조와 기제 탐구는 위에서 언급한 창발 · 수반 · 하향 인과 등의 개념을 동원하지 않고는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특히 이런 논의를 적법하게 하자면 상기 개념에 대한 선도적 연구를 남긴 김재권(Jaegwon Kim, 1934~2019)의 해당 논문과 저작을 참조하고 인용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 절차라는 것입니다.
mereology와 그 형용사형 mereological의 번역어는 단일 개념어임을 나타내기 위해 “부분 전체론/부분 전체론적”으로 띄어 쓰지 않고 “부분전체론/부분전체론적”으로 붙여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음줄(하이픈)을 첨가한 “부분-전체론/부분-전체론적”이란 표기도 가능하나 이음줄 없이 쓰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윗글에서 “물리적 현상과 작용”이란 구절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화학/신경과학/생태학/천문학” 등등 모든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현상과 작용을 가리키는 포괄적 의미에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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