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집 전세금을 온전히 자력으로 부담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통상 은행으로부터 상당 금액을 대출받습니다. 그러나 은행이 제공하는 전세대출상품의 상당수는 집주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즉 은행은 전세가 만료되면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 대신 은행이 직접 전세금을 반환받는 것을 전제로 대출을 진행하므로, 대출 전에 위 점에 대해 미리 집주인으로부터 동의를 받고, 동의가 없다면 대출을 승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세입자의 전세금 대출에 협조하지 않는 집주인 분들이 있습니다. 일단 협조절차 자체가 번거롭기도 하고, 집주인으로서는 전세만료 시 전세금을 세입자가 아니라 은행에게 반환해야 하므로 세입자의 밀린 임대료나 원상복구비용 등 세입자 책임으로 발생한 각종 비용을 전세금에서 공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가 계약 이후 집주인의 비협조로 전세금을 대출받지 못하게 되자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요. 이때 집주인은 세입자의 전세금 대출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만약 그렇다고 본다면, 세입자는 집주인의 계약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또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의 배액반환 등을 주장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세입자 스스로 계약을 파기한 것이 되어 이미 지급한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법원은 집주인의 전세금 대출협조의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즉 세입자가 집주인의 전세자금 대출협조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미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의 반환을 구한 다수의 사안에서, 법원은 집주인이 대출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계약위반이 아니라고 보면서 세입자 패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81532 판결, 부천지원 2020가단130966 판결 등
- 임대차계약서에 집주인의 전세자금 대출협조의무가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음.
- 세입자는 집주인이 전세자금 대출에 협조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중요사항을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고 구두로만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 중개인이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전세금대출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중개인이 집주인에게 전세자금대출 협조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사전에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음.
-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위와 같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임대인의 전세자금대출 협조의무’의 의미와 방법, 효력과 내용 등이 사회일반의 상식으로서 널리 이해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움.
다만 만약 임대차계약서에 집주인의 대출협조의무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었거나, 집주인이 전세금 대출절차의 구체적 내용을 숙지하면서 그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는, 법원이 집주인의 대출협조의무 위반을 임대차계약의 위반으로 본다는 점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요컨대, 전세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고자 하는 세입자 분들로서는 반드시 이에 대해 집주인과 구체적으로 상의할 뿐 아니라, 임대차계약서에도 집주인의 대출협조의무를 명시적으로 기재하시기를 권합니다. 단순히 이에 대해 구두로 협의했다거나 중개인을 통해 알렸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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