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수기를 성수기로 만듭니다
여름휴가 시즌은 오랫동안 백화점의 비수기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도시를 떠나 휴양지로 향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최근 들어 '칠말팔초(7월 말 ~ 8월 초)'로 불리던 전통적인 휴가 시즌의 개념이 사라지고, 휴가 수요가 분산되면서 백화점의 여름 장사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더현대 서울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들을 아예 휴양지 중 하나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내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테마공간, '포지타노의 태양'을 선보이며, 도심 속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메시지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는데요. 오픈 후 불과 열흘 만에 1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더현대 서울의 행보는 백화점의 콘텐츠 커머스를 한층 더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가장 먼저 이를 활용한 것은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연말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신세계 본점이었는데요. 더현대 서울은 이를 단지 볼거리를 넘어서 공간 체험이 가능한 크리스마스 빌리지로 발전시켜, '크리스마스 성지'의 대표 자리를 빼앗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를 아예 여름휴가 시즌까지 확장시켜 적용한 겁니다.
2. 원조보다도 더 매력적인 곳이 된 건
공교롭게도 작년 겨울, 이번 더현대 서울 테마 공간의 모티브가 된 포지타노를 직접 방문했었습니다. 당시 감탄했던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경을 백화점이 그대로 재현할 순 없었지만, '포지타노의 태양'은 작은 마을 포지타노보다 오히려 더 이탈리아 같은 먹거리와 쇼핑 아이템으로 가득했습니다.
약 1,000평 규모의 공간에는 특산품인 레몬 캔디를 비롯해, 리빙 소품숍과 식료품점, 그리고 15개의 이탈리아 현지 브랜드와 50여 개의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이렇게나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한이탈리아대사관, 무역공사, 상공회의소, 문화원, 관광청 등 5개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무려 1년여를 준비한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VMD(Visual Merchandising)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레몬나무 숲과 선베드 등을 통해 이탈리아 해변 분위기를 자아냈고요. 파라솔 하나마저 75년 전통의 이탈리아 브랜드 마그나니 것을 사용하는 등 세심한 디테일도 돋보였습니다.
덕분에 이번 행사는 의도했던 것처럼 장마철 실내 놀거리, 휴가철 바캉스 명소 등의 타이틀로 바이럴 되고 있었는데요. 더현대 서울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직접 만지고 구매하고 느끼는 공간 체험 요소들을 갖추는 데 엄청난 투자를 했고, 이는 실제 방문객들의 만족스러운 후기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입지와 브랜드, 세일 행사가 아닌 콘텐츠로 먼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후 구매 전환을 이끌어 간다는 더현대 서울의 전략은 계속 진화 중입니다. 이에 따라 최단기간 매출 1조 원 돌파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신장률 1위를 기록한 더현대 서울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고요.
3. 매장 방문 이전부터 이후까지
그런데 더현대 서울이 시도 중인 새로운 전략 하나가 더 있습니다. KBS 예능 방송 '팝업상륙작전'과 손잡고 유명 맛집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이를 현대백화점 팝업으로 들여오는 것인데요. 첫 타자로 미국 핫도그 브랜드 '더트 도그'와 일본 도쿄 계란말이집 '마루타케'가 7월 22일부터 28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국내 최초로 팝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팝업스토어가 방문 중 경험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방송 콘텐츠를 활용하여 방문 이전부터 이들을 선정하고 들여오는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경험은 더욱 풍부해지고 만족도는 올라갈고요. 특히 더현대 서울은 이미 매장 곳곳에 포토존과 포토스폿을 설치하는 등 방문 후 후기 공유 등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왔습니다. 매장 방문 이후에도 고객의 만족한 경험이 퍼져나갈 수 있는 장치들을 계속 추가해 온 것인데요. 따라서 이번 시도마저 성공한다면, 방문 이전, 매장 내 공간 경험, 방문 이후까지 끊기지 않는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현대백화점의 남은 고민은 아마 이러한 경험 기반의 콘텐츠 전략을 더현대 서울 이외 점포에서 동일하게 펼칠 수 없다는 점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 팝업상륙작전을 통한 팝업은 무역센터점, 본점, 목동점, 디큐브시티점, 판교점 등 전국의 여러 점포에서 차례로 열어 성공 공식을 확장 적용하려고 한다는데요. 만약 점포 편차와 관계없이 고객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 실험까지 완성된다면, 더현대 서울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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