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비친 호수의 잔물결이 일렁입니다. 우리말로 윤슬. 찬란한 윤슬 따라 걷는 길에 붙여진 이름은 ‘가족길’이에요. 이름 따라간다 했던가요.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꼭 잡은 손 자랑하듯 크게 휘젓는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 다양한 가족이 횡성호수 둘레길을 걷고 있더군요.
1. A·B코스 모두 걸어도 서너 시간
횡성호수길 5구간인 가족길은 망향의 동산에서 시작해요. ‘망향(望鄕)’이라니 무슨 사연인가 싶은데, 지난 2000년 섬강을 막은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갑천면 5 개리, 258세대가 호수에 잠겼어요. 그러니까 망향의 동산은 수몰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추억의 장소죠.
작은 공원에 수몰민의 문화를 전시한 자료관과 ‘화성정’이란 누각이 있고, 아래쪽에 장터 겸 주차장으로 쓰는 공간이 자리했어요. 인공호수인 횡성호수는 주변 둘레길이 총 31.5㎞에 이르는데요. 6개 구간의 둘레길 중 가장 찾는 이가 많은 코스가 바로 5구간이에요.
A코스(4.5㎞)와 B코스(4.5㎞)로 나뉜 이 길은 두 코스가 ‘원두막’ 부근에서 서로 겹치는데, 그래서인지 A코스를 가다 B코스로 빠져 다시 A코스로 돌아 나오는 이들이 많아요. 6개 구간의 횡성호수길 중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회귀 코스이기도 해요. 각각 4.5㎞인 두 길을 모두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가족길이 인기가 높은 건 평탄하고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쉼터가 많기 때문인데, 맨발 걷기에 나선 이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더군요.
2. 만만히 보다가 큰코다칠 수도
A구간에는 호수길 전망대, 가족 쉼터, 산림욕장, 타이타닉 전망대, 오솔길 전망대 등이 자리했어요.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죠. 반면 B구간은 한눈에 호수를 담을 수 있는, 자연에 온몸을 맡기는 구간이에요. 두 코스 모두 소나무, 전나무, 밤나무가 그득한데, 특히 밤나무가 무성해요.
길은 맑고 바람은 시원합니다. 숲으로 둘러싸여 그늘도 넓고 깊어요. 한여름엔 봄, 가을보다 물이 빠져 언저리에 허연 속살을 드러내지만 그럼에도 출렁이는 물살을 보면 해외 어딘가가 떠오를 만큼 이국적이에요. 풍경에 취해 하염없이 앞만 보고 걷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어요. 한 번에 9㎞를 걷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럴 땐 자신의 양에 맞춰 걷는 참을성이 필수덕목이에요. 엇! 벌써 떠나셨다고요? 물 한 병 챙기는 거 잊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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