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주류 판매업자인 A사. 이 회사는 197개 유흥 소매업소의 소위 키맨*들에게 경쟁사 제품 취급을 줄이고 자사 제품을 일정 수량 이상 구매하는 대가로 현금을 제공했습니다. 평균 5,000만 원, 1회당 최대 3억 원으로 총 288회에 걸쳐 148억 532만 원이 전달됐습니다.
키맨(Keyman)은 유흥 소매업소에서 근무하며 해당 업소와 소비자의 주류 선택,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무자. 주로 대표·지배인·매니저·실장·마담 중에서 지정됩니다.
이 같은 행위가 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할까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금지합니다.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할 것을 제의하여,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함으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먼저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란 원칙적으로 해당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따라선 바람직한 경쟁 질서에 부합하는 관행을 의미하기도 하며, 현실의 거래 관행과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부당한 이익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에 의해 금지되거나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은 이익인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과대한 이익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부당한 이익의 제공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고객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경쟁 수단이나 거래 내용이 정당하지 않으면 불공정한 행위로써 공정 거래 저해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 공정위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A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 원을 부과했고요.
정상적인 거래 질서 아래서 A사는 판매량 증진을 위해 사전적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자기 제품의 판매량 증가분에 따라 정액·정률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사후 정산을 통해 해당 금액을 지급하는 등의 가격 할인적 요소를 지닌 판매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중간 단계 의사결정권자인 키맨에게 경쟁사 제품의 판매를 축소하거나 취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실상 판매량과 무관한 정액의 현금을 최종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전에 사전적으로 지급했죠. 공정위는 이를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키맨 입장에서는 소비자 권유 등의 방법으로 A사 제품 판매를 촉진하는데 따르는 비용은 거의 없는 반면, 키맨이 경쟁사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여 소비자의 유흥 소매 업소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으므로 A사의 이익제공으로 키맨이 소비자로 하여금 A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더욱이 A사가 현금 지원 조건으로 경쟁사 판촉 행사를 하지 않을 것, 경쟁사 제품을 메뉴에서 제외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약정하거나 고지한 건 단순히 자사 제품 판매량 증대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고 자사 제품을 우선 취급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하에 이뤄진 것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국세청 고시인 ‘주류 거래 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제2조는 주류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주류 공급과 관련해 장려금이나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 주류 제공 또는 외상 매출금을 경감함으로써 무자료 거래를 조장하거나 주류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주류판매점 종업원 등에게 병마개 회수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거나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양주를 포함한 주류는 주세법령에 따라 용도별로 가정용, 유흥음식점용, 주세면세용으로 판매됩니다. 특히 그 자리에서 주류를 소비할 수 없는 매장(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등)에서의 판매량이 많은 맥주, 소주, 막걸리 등과 달리 양주, 특히 위스키의 경우 유흥 소매업소를 통한 판매 비중이 80~90%에 이릅니다. 때문에 유흥 소매업소에 대한 주류 판매업자의 유통망 관리 능력이 중요합니다.
결국 최종 고객에게 제품을 권유할 수 있는 중간 단계 고객, 즉 키맨이 최종 고객의 선택을 대신하거나 왜곡하도록 사회 통념에 비해 과다한 금액을 음성으로 제공해 고객을 유인하는 건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 우수성에 근거한 공정한 경쟁 수단이 아닌 겁니다. 음성적 자금 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최종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거래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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