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직장인의 80%는 자신이 직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 믿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70%는 업무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7%는 적극적으로 일을 등한시한다고 말했는데요. 직장인 절대다수가 자기 일에 전념하지도, 열정을 갖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있는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 종일 하고 있는 업무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지긋지긋한 대상이 되어버렸다 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연구들은 더 있습니다. 미국 직장인의 87% 이상이 업무에 열정이 없고 따라서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직장인들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떠넘겨야 할까요?
1. 모든 걸 통제하는 관리 기법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는 19세기말 테일러리즘이란 경영 관리 기법을 만들었습니다. 테일러리즘은 노동자의 움직임, 동선, 작업 범위 등을 모두 계산해 할당량을 내리고,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리법입니다. 수천 명의 거대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죠.
덕분에 생산량이 늘고 불량이 줄었지만, 직원들의 자기표현, 실험과 학습 능력, 최종 생산물에 대한 애착은 줄어들었습니다. 테일러리즘은 현대의 경영 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리더들은 이런 관리 방식이 최선이 아니라는 점을 개인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 측정법, 인센티브와 처벌 규정, 승진 방식 등 이미 너무 많은 경영 도구들이 표준화되어 있으면 새로운 세대의 리더가 등장하더라도 운신의 폭이 좁아집니다. 결국 기업들은 직원들을 정해진 틀로 제한하고, 공포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불안해하며, 경계심을 갖게 됩니다. 창의적으로 일하고 싶지만 모든 것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구성원들도 생겨나죠. 시간이 가면서 현재 상태가 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게 되고, 업무에 관심을 잃게 됩니다.
솔직히 리더들은 대개 연속성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규정이 준수되는지, 고객에게 한 약속이 지켜지는지 확인해야만 합니다. 물론 필요한 일입니다. 게다가 조직의 통제 관점에서 본다면 훌륭하다고 칭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교한 통제는 직원들이 새로운 대안을 탐구하거나 실험하기 어렵게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2. 조직은 창의성 있는 사람을 처벌한다
전 세계 CEO를 대상으로 한 IBM의 조사를 보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자질로 꼽힌 것이 바로 창의성입니다. 리더들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현실에서는 실험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여전히 처벌받는다고 합니다. 와튼스쿨의 경영대학원 제니퍼 뮐러 교수에 의하면 창의성을 목표로 설정한 사람들조차 창의성을 거부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불확실성을 경험하는 사람은 창의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부정적 편향을 보인다는 것이죠.
결국 모든 문제는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제 중심 인사 정책, 무의식적 편견을 지닌 관리자들이 문제입니다. 입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직원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존 목표 달성을 방해할 기미가 보이면 혁신 시도는 폐기됩니다. 점점 더 예측 가능하고 경직된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죠. 이런 조직을 스마트하다고 말하더군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성취 가능하며, 연관성 있고, 시급한 일을 목표로 수립하고 강압적으로 목표치를 할당하는 관행인데요. 이런 문화는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3. 탐색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실 탐험하고 실험하고 학습하는 건 인간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환경을 학습하고 주변에서 의미를 찾을 땐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이 도파민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고, 즐거움을 주죠.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이 탐험하고 학습하게 됩니다. 이 책에선 이걸 탐색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일하는 방식은 이런 우리 본성에 맞춰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기업 조직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인간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고, 새롭게 배우고 싶을 때 탐색 시스템을 작동시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할 때 눈이 번쩍 뜨이고 집중하게 되는 것도 탐색 시스템이 발생되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불안함을 느낄 땐 열정과 창의력이 줄어듭니다. 조직 문화에 따라 직원들의 사기가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는 법도 여러 가지일 겁니다. 그중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사례 1) 신입 직원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
보통의 신입 직원 교육시간엔 회사의 가치를 설명하고 이 회사가 왜 훌륭한 조직인지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콜센터를 운영하는 한 회사는 반대로 교육했습니다. 직원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최고였던 순간을 교육시간에 공유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들이 실무에서 일했을 때 고객이 만족하는 비율이 11% 더 높았고, 그들이 계속 현장에서 계속 근무할 확률은 무려 32%나 높았다고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을 남들이 알아주었을 때 그 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사례 2) 스스로 직함을 만들게 해라
또 다른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모든 직원들에게 공식 직함에 더해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반영한 나름의 직함을 만들게 했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할머니, 달러와 센스 장관, 인사의 여신, 행복뉴스 파발꾼, 데이터 공작부인 등의 다양한 직함이 만들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실험의 결과인데요. 새 직함이 직원들을 조금 더 개방적으로 만들었고, 정보 공유와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을 북돋았다고 합니다. 자기를 드러내는 직함이 직원들로 하여금 ‘우리 속의 나’를 깨닫게 했다는 것입니다. 고객 서비스는 최대 7%, 업무 집중력은 15%, 이직률은 최대 72%나 줄었고, 매출 증가율은 19%, 이익 상승률은 최대 29%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직함 하나 바꿨을 뿐인데요.
정리하자면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상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상은 단기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반면, 탐색 시스템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탐색 시스템은 행동을 자극하고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보상은 행동 이후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원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당근과 채찍’으로 조직을 관리하던 문화는 조금씩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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