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100대 기업은 여성 임원 비율 늘리기에 분주합니다. 지난해 8월부터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법인에서 여성이사 할당제가 시행됐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블랙록, 뱅가드 같은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국내 기업의 ESG 경영 관련 다양성 항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을 규제나 투자와 같은 외부요인에 대응하는 것처럼 소극적 태도로 접근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은 일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만의 이슈도 아니고, 성별이나 인종의 다양성만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성평등과 다문화를 넘어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해석이 필요한 영역이죠. 그래서 오늘은 ‘다름의 공존’과 ‘다양성의 시너지’가 지닌 가치와 구체적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변화의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인 다양성과 포용
‘다름’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포용’은 다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자 연습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교육을 받고 각자 다른 경험을 거쳐 한 회사에 모였습니다. 세대도 다르고 각자의 전문 분야도 천차만별입니다.
획일화된 시스템과 집단사고에 익숙해지면 ‘다름’이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름’이란 옳고 그름이나 우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업에는 오케스트라의 교향곡 합주처럼, 각자의 파트에서 공동체의 합의를 지키며 제 몫을 충실히 해내는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필요합니다.
포용은 이렇게 저마다 다른 가치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정렬·연계돼 미래를 구축하는 추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경험적 지식은 동일한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 생각하는 방식, 해석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이 인지적 다양성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문제 해결책을 찾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고, 더 나아가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정의하게 합니다.
비즈니스 환경의 빠른 변화로 기업이 직면한 문제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관행적 업무 처리와 획일화된 집단사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융복합 이슈들이 넘쳐나죠. 기업이 과거 경험에 집착하고 고수해 오던 방식만 고집하면, 변화의 시대에 대응할 유연성과 파괴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구성원 각자의 자기다움이 공존하는 ‘다양성’과 다양한 관점과 의견의 ‘포용’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생존전략입니다.
2. 개인의 능력을 이기는 다양성의 시너지
다양성과 포용은 창조와 혁신을 추구하는 핀란드 기업의 전략적 출발점입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도 하고, 리더의 결정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죠. 핀란드 기업들은 구성원 모두가 전략 구상에 참여해 공유된 미래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이 믿음의 바탕은 미시간대학 스콧 페이지 교수가 강조한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가 있는데요. 이미 15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1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 효과가 증명됐습니다. 맥킨지는 ‘다양성을 가진 팀은 35% 이상의 성과를 더 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도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19% 높은 수익성 실적을 낸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의 능력을 이기는 다양성의 시너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다양성의 시너지는 익숙한 영역 밖으로 내딛는 첫걸음에서 시작됩니다. 핀란드 상공회의소 프로젝트에서 증명된 ‘다양성의 ABCD’를 참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방법은 개개인의 다양한 강점을 기반으로 다양성의 다이내믹을 경험하는 4단계의 여정입니다.
A. 편안함을 벗어나 한발 내딛는 담대함으로
핀란드 기업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는 획일화된 관점의 위험을 인지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사회와 또래로부터 동질화를 향한 무언의 압력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런 압박에 익숙하죠. 하지만 다양성의 시너지는 동질화가 아닌 ‘다양한 다름의 공존’을 전제로 합니다. 전부터 해오던 익숙한 방식에 고착되면 편견과 선입견을 정당화하고 새로운 환경과 변화를 거부하게 됩니다. 이 거부감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 기업에서는 리더부터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구성원 모두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서로 배척하거나 경쟁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배우고 협력하며 더불어 성장하죠.
이런 시도는 채용 과정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 새로운 관점과 생각을 더해주도록 이전과 다른 다양한 인재풀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환영받고 각자의 역할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포괄적 업무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애써 영입한 핵심인재들이 상사나 동료의 견제대상이 돼 각자의 탁월함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꺾이지 않도록 채용, 정착, 유지에 이르는 인재경영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며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겠죠.
B. 익숙함의 경계를 넘어
핀란드 기업들은 공정한 문화를 위해 구성원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그러면서도 익숙함의 경계를 과감히 넘어설 것을 권장하고 격려하죠. 각자 옳다고 믿는 가치와 신념에 갇히면 시야가 좁아지고 사고가 편협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비슷한 성향과 교육 배경 등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만, 이는 우리의 무의식적 편향으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다양성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의식적 선택은 새로운 창조의 공간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그리고 참는 것을 넘어 서로의 다름을 포용할 때,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시작됩니다.
핀란드 기업의 회의는 다양성과 포용으로 솔루션의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모두의 의견이 공정하게 존중되며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반대하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또,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구성원들은 본인이 맡은 부분 외에 전체를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갖게 되죠. 입체적 관점을 확보한 구성원은 각자 맡은 역할이 공동체의 협업 결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집단사고가 아닌 집단지성을 지렛대로 혁신적이고 독특한 해결방안을 발견하게 됩니다.
C. 서로 보완하며 더불어 성장하는
서로의 다름은 협력의 이유이고 배움의 기회입니다. 서로 다른 취향, 배경, 전문성을 가진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의도적 교류는 각자의 독창성과 상상력을 존중하며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를 배워가는 성장 과정입니다. 경계를 넘어 비전을 공유하는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상호작용은 구성원이 현재의 역량을 뛰어넘어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잠재력을 발견하게 하고, 창조적 발상을 자극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게 합니다.
1991년 핀란드 대학생 리누스 또르발스의 취미에서 시작된 오픈 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는 국내 기업들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출발점입니다. 기업 간 경계를 허무는 개방성을 전제로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에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해 관점의 변주를 추구합니다. 핀란드 기업들은 익숙한 동질성에 다름의 공존을 더하는 모험 같은 선택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상호보완의 가치를 실현, 다방향적 혁신의 협력우위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D. 다양성의 다이내믹
핀란드 기업에서 다양성의 공존은 협업의 토양이 되고, 투명한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은 다자간 협력을 혁신적 성과로 발전시키는 성장촉진제가 됩니다.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각각 다른 것처럼, 핀란드 기업들은 조직을 구성하는 각 부서와 개인의 서로 다른 역할과 강점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다른 구성원이나 다른 팀을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서로 보완하고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로 여기며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거죠.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핀란드 기업의 조직문화는 집단지성 시너지를 발휘하는 지식공유의 플랫폼과 다름없습니다. 이를 통해 구성원 모두는 더불어 성장하는 집합적 성장궤도를 경험하게 됩니다. 인지적 다양성은 생각의 흐름을 전환하며 구성원 모두에게 새로운 자극과 동기부여가 됩니다. 기업의 프로세스 개선에 구성원의 다양한 경험과 시각이 반영되면 다양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개인별 맞춤화 전략에도 유리해집니다.
개인의 학문적 배경, 직업, 전문성, 인종, 성별, 나이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배우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다양성의 시너지를 활용하여 더불어 성장합니다. ‘다양성의 ABCD’는 유럽과 북미에서 7000여 명의 다양성 전문가가 모이는 국제 컨퍼런스 심포지엄에 초대받았을 뿐 아니라, 영국 ‘처칠 팰로우십’ 연구의 벤치마킹 사례 및 독일 연방정부 산하 ‘Integration through Qualification’의 해외 우수 사례로도 선정됐습니다. 남다른 개성이 공존하는 조직문화, ‘다양성의 ABCD’를 통해 실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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