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구나
맞습니다. 10월 7일부터 매일 한 분야씩 수상자가 발표되는데요. 지금까진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수상자가 공개되었대요. 이 외에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는 10월 11일, 14일에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죠.
2. 어떤 사람들이 수상했어?
지금까지 발표된 수상자들을 살펴보자면요.
1) 생리의학상
마이크로 RNA를 발견한 이들*이 상을 받았어요. 우리 몸에는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레시피(mRNA)가 존재하는데요. 마이크로 RNA는 여기에 결합해서 레시피를 맛없게 or 맛있게 만들어요. 마이크로RNA가 잘못되면 장님이 되거나 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죠.
*빅터 앰브로스(Victor Ambros), 게리 러브컨(Gary Ruvkun)
2) 물리학상
머신러닝의 기초를 다진 이들*이 상을 받았어요. 이들은 생물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과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 위한 방법론(머신러닝)을 개발해, AI의 발전에 기여했어요.
*존 홉필드(John Hopfield),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3) 화학상 1
단백질 구조 예측 AI 플랫폼(AlphaFold)을 개발한 이들*이 상을 받았어요. 특별한 기능을 가진 단백질 구조를 설계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실험으로 알아낸 단백질 구조의 수가 단 18만 개에 불과했지만, AlphaFold의 등장 이후에는 2억 개에 달하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 이뤄졌다고 하죠.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존 점퍼(John Jumper)
4) 화학상 2
비슷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플랫폼(RoseTTA fold)을 개발한 사람*이 상을 받았어요. 우리나라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백신(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할 때도 이 AI 플랫폼을 썼대요.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우리나라의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RoseTTA fold 연구에 참여해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어요.
5) 문학상
우리나라의 작가, 한강이 상을 받았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면서 인간의 연약함을 폭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죠. 참, 한강 작가가 쓴 책을 읽고 보고 싶다면, 최근작 중 하나인 '작별하지 않는다'로 시작해 보세요. 자신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는 이들에게 한강이 직접 추천한 책이거든요.
3.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AI 쪽에서 모두 쓸어갔네?
네, 맞아요. 인류에 큰 이익을 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이 AI 분야에 집중되었다는 건, 그만큼 AI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증거겠죠.
일례로 우리 몸의 뼈, 근육을 강화하고 면역체계를 유지하며 호르몬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정복할 수만 있다면,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해요.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모든 질병이 10년 안에 정복될 거라고 했어요. 우리, 딱 10년만 열심히 버텨봐요.
다만, 그만큼 AI의 위험성이 커졌다는 경고음도 이어지는데요.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 역시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 하나예요. 기후 변화처럼 해결책(탄소 배출 줄이기)이 딱 나와 있는 것도 아니라, 어떻게 AI를 통제하고 위험성을 줄일지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나아가 AI가 많은 직업을 앗아가 버릴 것을 염려하기도 했는데요. 그나마 배관공 같은 물리적인 작업이 필요한 일들이 늦게 대체될 거라고 해요.
어떻게 해야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요. 세계 3대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몇 가지 포인트가 있대요.
1) 고령자가 많아요
54세일 때 수상한 사람들이 제일 많았어요.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58세였죠. 거대한 업적을 쌓고 환갑에 가까워졌다면, 살짝 기대해 볼 만해요.
2) 남자가 많아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제한되었던 만큼, 과거에는 여성 수상자가 거의 없었어요. 2000년 이전에 여성에게 수여된 노벨상은 11개뿐이었죠. 다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는데요. 2000년 이후에만 15명의 여성 수상자가 추가로 등장했거든요.
3) 준비는 40대에 해요
거대한 업적/성과를 만든 후, 평균적으로 20년 정도 지나야 노벨상을 받아요. 그러니 3~40대 정도에 업적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죠.
4) 북미/유럽에 살아요
절반 이상의 노벨상이 북미 사람들에 수여되었어요. 다음으로는 유럽 사람들이 많이 받았고요. 지역 간 기초과학, 공학 수준 차이가 나타나는 거예요.
5) 인맥이 최고예요
노벨상 수상자와 인간관계를 맺으면 수상 가능성이 올라가요. 과학 및 경제학상을 받은 연구자 736명 대부분(702명)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래저래 연결되어 있었죠.
6) 이 분야가 잘 나가요
절반 이상의 과학 부문 상이 입자물리학, 세포생물학, 원자물리학, 신경과학, 분자화학 분야에서 나왔어요.
정리 보자면, 노벨상 수상자로 뽑히기 위한 지름길은 이렇습니다. 이전 수상자의 북미 연구실에서 입자물리학, 세포생물학, 원자물리학, 신경과학, 분자화학을 연구해서 3~40대쯤에 거대한 성과를 내고 20년 존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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