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재택근무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요즘엔 재택근무 관련 정보와 매뉴얼, 관련 연구들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도입이라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회사들이 많죠. 때문에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재택근무의 효용성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가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여러분의 대답은 Yes인가, No인가요? 기존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는 원격 근무가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업무 유연성과 경력 개발 기회를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워라밸을 더 잘 누릴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BBC에 따르면 영국 여성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가 육아 등에서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 보죠. 아직은 여성의 가사 부담이 더 큽니다. 여성 직장인들이 집에서 일하는 걸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죠. 가사와 독박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가 여성을 더 힘들게 한다는 딜로이트 설문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스페인의 경영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위 질문에 Yes와 No 모두 답이 될 수 있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원격 근무가 경력·급여 수준·일가족 양립 측면에서 직장 내 여성 평등에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1. 원격 근무와 직장 내 여성 평등의 관계
연구진은 1995~2021년 발표된 총 100개의 논문을 분석해서 원격 근무와 직장 내 여성 평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특히 어떤 원격 근무의 특성들이 여성 직장인들의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지를 구분해 제시하고, 그 특성들이 만들어내는 3가지 갈등 요인을 설명했습니다.
1) 원격 근무는 일과 삶 모두에 걸친 여성 직장인들의 통제 가능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원치 않는 간섭이 생길 가능성도 큽니다. 재택근무는 업무 시간의 유연성을 통해 직무 만족도와 웰빙을 높입니다. 하지만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건 일과 가족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더 많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업무 시간의 유연성은 자칫 잘못하면 야간 및 휴일 근로로 연결돼 일과 가정 사이에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2) 원격 근무는 새로운 일자리와 승진 같은 더 나은 경력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 기회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관계 맺기가 쉽지 않은 원격 근무 상황에서는 여성의 참여적 리더십(Participative Leadership)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여성은 일보다 가족을 우선시한다는 프레임에 덮일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의도적으로 재택근무 선택을 꺼리기도 하는 실정입니다.
3) 여성 직장인들은 원격 근무를 통해 사회적으로 더 연결될 수도 있지만, 더 배제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여성들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하지 않을 때, 즉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이는 여성 직장인들이 직장 내 토론에 더 많이 참여하고 그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SNS 역시 여성 직장인들이 좀 더 쉽게 전문 지식 및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항할 단서들을 적게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고정관념적인 평가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2. 연구 결과에 따른 분석
이 논문의 제목은 ‘원격근무: 여성의 경력 평등에 대한 양날의 검(Virtuality at work: A doubled-edged sword for women’s career equality?)’입니다. 제목처럼 재택근무는 원격 근무가 가진 고유 특성과 상황에 따라 그들의 경력과 직장 내 성평등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입니다.
이 논문의 기본 가정은 성 역할 기대와 고정관념은 여전히 우리 사회와 직장에서 지속 중이라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재택근무가 직장 내 성평등을 높일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재택근무의 모든 특성이 긍정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란 점을 먼저 인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일과 가정의 모호한 경계, 정해진 근무 시간 외 업무 가능성,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 등 여성 직장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원격 근무의 특성들이 무엇인지를 구분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재택근무의 도입 여부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CEO와 부서장들은 재택근무가 양성 평등을 위해 제공하는 기회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성차별을 인식하고 재택근무의 특성들이 만들어 내는 부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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