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재가 중요할까요?” 어찌 보면 우문으로 보이는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은 “당연하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핵심인재를 선발해서 관리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몇 퍼센트 정도가 “그렇다”라고 대답할까요? 2020년 사람인에서 3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핵심인재 관리 현황입니다. 절반도 되지 않는 약 44%가량의 기업에서만 ‘핵심인재를 선발하고 별도로 관리한다’고 답했습니다. 조사에서 알 수 있듯 핵심인재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핵심인재를 별도로 선발해서 관리하는 기업 수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팬데믹 이후 기업과 HR 내·외부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인재 선발과 육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0년 한국 내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대비 300만 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입사 지원자는 더욱 줄어들 테고요. 이런 환경 요소를 살펴보면 핵심인재 선발 방법과 관리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1. 대퇴사 시대, 인재가 조직을 떠나는 이유
대퇴사/대전환 시대라는 표현이 우리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은 것처럼 조직 내 인재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HR의 고민입니다. 하지만 인재가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시간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1) 코로나로 인한 삶의 가치관 변화
대퇴사 시대와 관련된 월드 이코노믹 포럼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내 직장인 20%가량이 올해 안에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맥킨지가 전 세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향후 3~6개월 내 40% 이상 구성원이 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고요.
이 연구 보고서를 보면 퇴직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로 인한 삶의 가치관 변화입니다. 코로나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높은 치명률로 지인을 잃는 경험을 하면서 가족에 대한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 겁니다.
또한 코로나로 대량 실업을 경험하면서 직장과의 공식적 계약 관계는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처럼 우리 조직 내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연스레 소속 조직과의 관계도 ‘굳건한’ 법적 관계라고 믿는 사람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죠.
2) 본격화된 데드 크로스
우리나라는 사망인구가 출생인구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물론 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가 젊은 국가로 알고 있는 베트남 역시 고령사회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9%에 달했습니다. UN이 발표한 고령인구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인구 80억 명 중 65세 이상이 7억 명을 넘기고 2050년에 15억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인구 문제가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노후에 대한 대비 때문입니다. 직장인들 대부분 힘들게 번 월급의 일정 부분을 국민연금 또는 사학연금 등으로 납부하고 있을 텐데요. 많은 금액이 빠져나가지만, 월급 명세서를 보며 “이 돈이 내 미래를 준비해 줄 거야”라는 위로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아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2042년부터 적자가 되어 2057년 고갈될 예정입니다. 그 금액 역시 2019년 기준으로 30년 납입했을 때 월평균 127만 원을 받는 수준에 그치고요. 게다가 사학연금의 상황은 더 암담합니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 사학연금이 2029년 적자로 전환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내는 사람에 비해서 수급받는 사람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부쩍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3) 핵심인재들의 조직 이동 변수의 다양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직 내 인재들은 연금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자산 투자나 자기 경쟁력을 키워 제2 또는 제3의 직업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현재 조직에 남아있기보다는 더 높은 급여를 주거나 개인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는 욕구가 크겠죠. 코로나로 인한 직장 환경의 변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미래 준비 등으로 인해 조직 내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변수는 너무 다양해졌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 같은 상황은 조직 내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전략적 방향을 준비하고, 조직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핵심인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ESG 중 G(지배구조) 활동에서 이사회의 투명한 CEO 선발과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삼성과 SK를 필두로 핵심인재를 선발해 CEO 후보군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2. 피플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핵심인재 선발 시기
그렇다면 핵심인재를 어떻게 선발하고 유지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저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몬터레이베이 캠퍼스의 스티븐 킴 수학・통계학과 교수와 함께 피플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핵심인재 선발 시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피플 애널리틱스 사례를 보면 핵심인재 특성과 퇴직 예측을 위한 여러 요인을 충분히 다양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주목한 점은 분석 결과를 ‘언제 조직 내에 적용할지’에 대한 의사결정 시기입니다. 현업에서 열심히 분석해 경영자 층에 보고하더라도 그들이 항상 하는 질문은 “그래서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거든요. 국내 기업인 A기업의 데이터로 실증해 본 핵심인재 채용 시기를 함께 알아봅시다.
우선 A기업은 매년 공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입사 후에는 신입사원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15일 이상 진행합니다. 본 교육은 기업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조직 내 핵심인재로 분류되는 인력들이 교육 운영을 도와주며 신입사원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평가는 향후 직무배치를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A기업은 최근 데이터를 통한 인사관리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신입사원 교육 결과를 바탕으로 핵심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지 궁금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A기업 신입사원의 교육연수 결과와 3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예측모델을 만들어봤습니다.
신입사원 성과는 S-A-B-C-D로 구분됐는데요. 제가 주요하게 보고자 했던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S로 구분되는 핵심인재를 ‘무엇으로 예측할 수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S로 예측한 해당 인재를 ‘언제 핵심인재 풀에 편입시킬 것인가’였습니다. A기업은 창의, 협력, 도전 및 고객 중심이라는 4가지 핵심가치로 교육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관리 핵심인재들은 15일간 모니터링하면서 자체 평가 툴로 그들의 핵심가치 정도를 측정했고, 이 결과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됩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 일종인 랜덤 포레스트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활용해 모델링을 한 결과 핵심가치 4가지 중 협업과 창의로만 당해 연도 성과를 예측한 모델이 59%가량 예측력을 보였습니다. 당해 연도 성과를 포함한 1년 후 성과는 협업과 창의가 58% 그리고 2년 후 성과는 당해 연도 + 1년 후 성과 + 협업 + 창의가 62%가량 예측했습니다. 예측력 차이는 4%에 그쳤지만, 연간 채용하는 인원이 수천 명임을 감안하면 그 예측력 차이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결과 활용하기
당해 연도 결과를 가지고 그들을 핵심인재로 관리하기 시작할지, 아니면 2년을 기다리고 예측력을 높인 후에 핵심인재로 편입시킬 것인지는 회사 리더나 HR 철학과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빠르게 당해 연도에 선별해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예측력을 중요시하는 경우 2년 후까지 기다려서 관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핵심인재 풀은 인아웃을 반복하니 이 판단이 중요하겠죠.
다만 이 연구에서 제가 중요하게 던졌던 질문은 ‘피플 애널리틱스 분석 결과를 언제 어떻게 의사결정과 연결 지어야 하는가’입니다. 오랫동안 강조해 온대로 예측 문제는 다양한 조직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분석 목적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조직에서 특수한 상황에 유용하도록 활용하는 것이 예측 분석의 효용입니다. 그러므로 본 분석 결과는 조직마다 상이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핵심인재를 언제 선발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질문을 데이터에 기반해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조직 내 인재 유지, 특히 핵심인재 이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겁니다. 많은 연구와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지만 단순히 환경 요인, 조직 내 이슈만으로 이를 다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직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 맥락과 데이터, 인력에 대한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이를 통해 이직 요인을 확인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구성원들의 회사와의 관계는 약한 심리적 계약으로 전환됐습니다. 이제 직원들은 회사에 자신의 미래를 내걸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에서 우리 HR이 구성원들에게 고용 가능성을 높여주면 자연스럽게 인재 유지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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