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 익스프레스의 ‘중소기업을 위한 글로벌 확장 가이드’에 따르면 국제 무역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소기업(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산업은 세계화를 마치고 다시 지역화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요. 위 리포트는 국제 무역 산업 규모는 꾸준히 성장 중이며, 특히 중소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합니다. 2021년 기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 국가에선 수출입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었다죠.
반면 시장 참여자 수에선 중소기업이 월등히 앞서지만, 이들이 처리하는 가치 총액은 대기업 대비 상당히 작습니다. 일례로 EU의 수입 기업 중 78.4%가 중소기업이지만, 이들이 수입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에 불과하다고요. 우리나라도 비슷한데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총 수출액 6,324억 달러(한화 약 881조 2,494억 원)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7%였습니다.
이때 주목할 점은 바로 중소기업이 온라인 수출, 해외 역직구 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3년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액은 약 7억 6,000만 달러(한화 약 1조 587억 원)로 지난해 대비 11.3% 증가했고요. 국내 온라인 총 수출액 약 9억 9,000만 달러 중 중소기업 비중이 76.5%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고객 문전까지 B2C 특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기업 DHL익스프레스가 이번 리포트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 직접 연결된다 볼 수 있겠네요.
이번 DHL 익스프레스 리포트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전략을 짤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총 9가지입니다. 해당 요소들을 체크리스트 삼아 자사의 강점은 무엇인지, 부족한 요소는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점검해 보길 권했는데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고요.
첫째, 국제화의 중요성 이해하기(Understanding the Importance of Internationalization)
리포트에 따르면 해외 진출은 국내 시장 포화 및 경기 침체에 대한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새로운 시장 경쟁을 맞닥뜨려 운영 효율성, 제품 품질, 고객 서비스 기준을 개선해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예컨대 가나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뷰티 브랜드 ‘Hamamt’는 이커머스 시작 후 3일 만에 상품 매진을 경험했습니다.
둘째, 철저한 시장 조사 수행하기(Conducting Thorough Market Research)
해외 시장 개척은 단순히 시장을 발견하는 게 아닌, 잠재 시장에 대한 이해와 이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현지 시장 조사가 필수이며, 경제 상황, 소비자 행태, 문화, 법률 및 규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 현지 및 국제 경쟁사의 전략, 강점, 약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사 포지셔닝과 독창적인 판매 방식을 갖춰야 합니다. IBM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 툴을 사용하는 기업은 평균 매출 8% 증가, 비용 10% 감소 효과를 봤습니다.
셋째, 인적자원 활용하기(Leveraging Human Resources)
중소기업의 글로벌 확장에서 인적자원 활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해외 경험이 있거나, 외국어에 능통한 현지 관리자 인재를 모집한다면 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일례로 이민자 배경의 관리자들은 언어에 능통함과 동시에 시장과 문화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 보다 풍부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나아가 관련 교육 투자, 유연한 HR 관행 개발, 지속적인 학습 문화 조성 역시 중요합니다.
넷째, 문화 인텔리전스 개발하기(Developing Cultural Intelligence)
문화 인텔리전스란 현지 관습, 가치,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인식이자 일종의 감수성입니다. 또 비즈니스 예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리포트는 덴마크의 주스 및 커피 바 체인 ‘Joe & The Juice’ 사례를 소개하는데요. 이 기업은 미국 시장 진출 전 미국 소비자의 행동과 문화적 기대치를 이해하는 데 투자했습니다. 직원들이 미국 환경에 몰입하여 현지 인사이트를 수집하고, 독자적인 서비스 스타일과 제품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Joe & The Juice는 16개국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다섯째, 전략적 파트너십 및 네트워크 형성하기(Forming Strategic Partnerships and Networks)
해외 진출을 위해선 현지의 공급사, 유통사와 같은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국제 무역 박람회나 산업별 네트워킹 행사에 적극 참여해 해외 시장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소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다 보면 현지 기업이나 연구 기관, 정부 기관과 제휴를 맺어 자금 조달이나 전문성 및 규제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점차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리포트는 조언합니다.
여섯째, 적절한 진입 방법 선택하기(Choosing the Right Entry Mode)
해외 현지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으로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수출부터 생산과 공급 이원화, 외국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같은 진출 방식이 있으며, 라이센싱과 프랜차이징, 로열티 계약 등 현지 협력사와 계약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리포트는 위기관리와 지역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적절한 진입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곱째, 국제 법률 및 규제 극복하기(Navigating International Laws and Regulations)
리포트는 목표 시장의 규제를 항상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여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규제 준수를 위해 관세와 통관, 현지 물류 관련 업무를 처리해 줄 믿을 만한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세관 당국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역시 방법입니다. 환율 변동과 경제적 장벽에 대비하기 위해 선도 계약 같은 금융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여덟째, 공급망 관리 최적화하기(Optimizing Supply Chain Management)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해선 각 요소마다 적절한 파트너를 조합하는 게 중요합니다. 운송업체부터 라스트마일 배송, 물류센터 운영 및 유통, 금융, 특수 물류, 소프트웨어,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 4PL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 등 상황에 따라 여러 옵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해당 파트너가 글로벌 및 현지 시장에서 이미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조언입니다.
아홉째, 모니터링 및 실험하기(Monitoring and Experimenting)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실험과 모니터링을 통해 전략을 사전 검토하여 실패를 방지해야 합니다. 최소의 상품을 출시해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때 핵심 성과 지표(KPI)를 설정하여 마치 스타트업이 신규 사업을 성장시키듯 민첩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외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DHL익스프레스의 ‘중소기업을 위한 글로벌 확장 가이드’ 체크리스트별 요약을 전해 드렸습니다. 물론 해외 진출과 역직구 방법론에 정답은 없다지만요. 관련 전략을 구성하기 위한 초창기 단계에 계신 중소 브랜드 및 셀러가 계시다면 자사 비즈니스에 체크리스트 각 요소를 대입해 보셨을 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관련해 실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패션, 뷰티, 전자기기 브랜드 관계자들이 “흥미롭게 읽었다”라 리포트를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글로벌 진출 이전에 현지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문화 인텔리전스 부분에 대한 공감을 전해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자세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1번부터 9번까지의 요소가 해외 진출 단계에 따라 순서대로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넷째, 문화 인텔리전스 부분이 크게 공감되는데요. 문화 인텔리전스라는 표현 아래 시장 조사부터 인력 채용, 현지 소비자들의 생활양식이나 경쟁사 브랜딩까지 통합적인 사고가 가능하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커머스 거래 단계 전반이 매우 간단하고, 상호신뢰적입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시장만 가도 고객 대면 수령이 아니면 배송이 불가능한 수준이거든요. 이런 디테일을 챙김과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으려면 현지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 동남아시아, 북미 등에 진출한 7년 차 역직구 셀러 A 씨
“문화 인텔리전스를 구축하는 것과 현지 파트너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 봤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나머지 요소들은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하거든요.
해외 시장은 리포트나 데이터 만으론 절대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민자 출신 등 현지 상황과 문화에 대해 이해가 깊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듯하며 크게 공감합니다. 우리 회사 역시 첫 해외 진출 당시 현지 직원을 채용해 통역부터 계약서 검토 등 여러모로 도움을 얻었는데요. 그분이 이제는 베트남 법인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현지에서 좋은 인력을 찾아 채용하는 과정은 어렵고, 실패하는 사례도 많지만요. 그럼에도 해외 진출은 새롭게 창업하는 과정과 같다고 봐야 합니다. 자금적으로 안전한 선에서 실패를 무수히 경험해야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산업전시회나 박람회 등에 꾸준히 다니며 얼굴을 알리고, 뭐라도 접점을 만들다 보니 점차 인맥이 늘었고요. 그들을 통해 사업적 도움을 받는 것 외에도 시장 파악이나 문화적 이해, 채용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11년 차 식품 및 생활용품 역직구 셀러 B 씨
관련해 지난달 3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아시아의 한국인 2024’에서 들은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위 행사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대표들과 현지 시장에 이해가 깊은 VC 관계자들이 연사로 나섰는데요. 모든 연사가 강조한 것이 “해외 진출이란 현지 재창업 과정”이란 점이었고요. 동시에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 속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 설명한 점에서 DHL 리포트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요. 향후 한국 브랜드의 선택을 받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은 문화 인텔리전스 관련해 입점 셀러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셀러가 관련 내용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 팔아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아닐까요? 아마존, 알리바바, 쇼피, 쿠팡 등 앞으로의 경쟁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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