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하게 늙어가는 웰에이징 시대: 세대 불문, 저속노화 식단 주목
“초4 제 아들의 저녁밥입니다. 아들용 저속노화법, 코코넛 오일로 구운 광어인데요. 아들용 저속노화밥 구성은 콩과 잡곡 35%, 찹쌀 15%, 백미 50%입니다. 어릴 때 먹는 ‘가속노화음식’으로 영양 왜곡이 생기면 성장 궤적이 왜곡됩니다. 소아비만, 성조숙증 등 대사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결과 타고 난 키보다 작게 자랄 수도 있고요. 문제는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이어집니다. 더 이른 시기에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가지게 될 수 있고, 생식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평생 써야 하는 대사 소프트웨어, 어릴 때 잘못된 방향으로 쓰면 더 오래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지난해 ‘저속노화 식사법’이란 책을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의 SNS 게시물 중 한 토막이에요. 정 교수가 올린 아들의 저속노화 식단엔 2월 중순 현재 1599개의 하트가 달렸어요. 같은 플랫폼의 #저속노화 관련 게시물은 5000개, #저속노화식단 관련 게시물은 1000개를 훌쩍 넘어섰어요. 마케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SNS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20~40대, 특히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연령대가 20대인 점을 감안하면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라고 분석하더군요.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웰에이징 관련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2030세대의 관심도가 중장년층 못지않은 수준으로 집계됐어요. 특히 건강관리는 20대가 60대 다음으로 노력 수준이 높았어요.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2030 세대의 관심도가 80%를 넘어섰어요. 이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30대 응답자가 74%로 가장 적극적이었어요.
2. 8년 연속 세계 최고로 선정된 지중해식 식단
나가오카 이사오 준텐도대 의료과학부 특임교수는 저서 ‘노화 건강하게 늙는 법’에서 “노화 속도나 수명은 유전자가 30~40%, 환경이 60~70%를 좌우한다”며 후천적인 영향을 노화 원인으로 지목했어요. 이덕철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늙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생활 습관 중 첫 번째가 식단, 두 번째는 운동, 세 번째는 스트레스 관리”라고 전하더군요.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말 그대로 올바른 식습관만으로 충분히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조언이에요. 실제로 의학 전문지 란셋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95개국에서 조사한 조기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잘못된 식습관’이 ‘고혈압’과 ‘흡연’을 앞질렀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기 마련인데요.
과연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올바른 걸까요. 이 질문에 최근 가장 어울리는 답변 중 하나는 ‘지중해식 식단’이에요. 미국 시사주간지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매년 연초에 발표하는 최고의 식단에 8년 연속 이름을 올렸어요. 이 매체는 해마다 의학·영양학 전문가들과 협업해 가장 유익한 식단 순위를 선정하는데, 지중해식 식단은 영양의 완전성, 건강 위험 및 이점, 장기적 지속 가능성 등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8점을 받았어요. 그것만? 가장 따라 하기 쉬운 식단, 장 건강, 체중 감량 등 11가지 세부 항목에서도 수위에 올랐어요. 영양학 전문가들은 “지중해식 식단은 짜여진 식단이 아니라 생활방식”이라고 말하는데요. 이 식단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올리브오일, 기름진 생선을 주로 섭취하되 설탕 등 달콤한 음식을 줄이고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과 붉은 고기는 적게 섭취할 것을 권합니다.
지중해식 식단의 효과는 미국 툴레인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과학 저널 ‘장내 세균 보고서’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서구식 식단을 따른 쥐에 비해 장내 유익한 세균 4종이 증가하고 나쁜 세균 5종이 감소했어요. 그렇다면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기 위해선 지중해 지역의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김형미 메디쏠라 연구소장은 저서 ‘맛있는 지중해식 레시피’에서 “질환을 낫게 하거나 예방하는 단 하나의 식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단이 지중해식 식단”이라고 전하고 있어요. 그는 “지중해에서만 나는 재료를 사용한 특정 지역의 식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먹는 다양한 식품이 갖고 있는 영양소의 밸런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내 몸에서 영양적 균형이 이뤄지게 하는 식사 구성이 지중해식 식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3. 먹는 것만큼 소화도 중요해
그런가 하면 먹는 것만큼 소화도 중요하다는 당연한 논리에서 비롯된 ‘채소·과일식’도 주목받고 있어요. 2022년 조승우 한약사가 저서 ‘내 몸 살리는 7대 3의 법칙! 기적의 채소·과일식’에서 소개한 후 다이어트와 저속노화 바람을 타고 트렌드가 됐어요. 새로운 책 ‘채소과일식 레시피’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조승우 한약사는 “단순히 느리게 늙기 위한 목적으로만 채소·과일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진 않는다”며 “노화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리대로 살며 얼마나 마음의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느냐를 건강의 기준으로 삼고 그 노력의 시작을 채소과일식으로 하자는 메시지를 드리고 있다”라고 전했어요. 채소·과일식 70%, 가공식품 30%로 식단 관리를 권하고 있는 조승우 한약사는 “채소·과일식은 마음수행이란 말을 자주 한다”며 “그렇게 기본으로 돌아가 믿음과 신념을 가질 때 공포, 불안 마케팅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진정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면서 고통 속에 임종을 맞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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