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문송’의 시대입니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유행어가 세간에 나오게 된 것도 어언 10여 년이 지났지만, 세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업의 이공계 수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말로는 융합형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공계 출신이 점유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입니다.
문과 출신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타파할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코딩을 배우고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분야를 학습하는 것인데요. 어쩌면 이 시대가 원하는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한 유일한 솔루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진로를 어려서부터 문과 계열로 설정하고 열심히 매진해 온 ‘찐’ 문과형 인재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건데요. 한 마디로 인문학에 심취해서 이 분야 전문가가 되기로 했던 수많은 인재에게 갑자기 융합형 인재로 ‘변신’하라는 주문이 들어온 겁니다. 이는 어쩌면 진로를 정할 때 있어 자기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문과형 인재들에게 큰 혼선을 줄 수 있습니다.
1. 융합형 조직 만들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융합형 인재’가 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기업이 스스로 ‘융합형 조직’이 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이공계 인재가 다수를 차지하는 조직보다는 문과형 인재와 이과형 인재가 균형을 이루는 조직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분야별로 인재를 고르게 배치해 융합형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조직의 성과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상황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만으로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기업윤리나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영역도 중요한 분야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기업활동에 일종의 제동자가 필요해진 거죠.
이 관점에서 앞으로는 문·이과가 융합한 기술력이 더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최근 5년 사이 미국에서 인문학도의 몸값이 크게 치솟고 있기도 한데요.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의 데이비드 댄크스 교수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설계되는 것이 기술개발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일단 융합형 조직에 걸맞은 인재에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창의적이어야 하며 기업 혁신 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융합형 조직에서는 필연적으로 여러 지식의 재조합·재구성이 원활하게 발생합니다. 이 지식이 조직 내 다양한 반론과 의견 등의 과정을 거쳐 통합적으로 수렴·발현됩니다. 때문에 다양한 분야 구성원 간의 의견과 지식 상호작용이 조직 전체의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도록 촉진해야 합니다.
1) 조직문화 유연화
융합인재의 인지 역량인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문화 유연화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과감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상사의 격려, 업무 집단의 지원, 자율성, 아이디어 창출에 필요한 건설적인 시간 압박, 다양성을 강조하는 문화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겠죠.
2) 리더의 의지
융합형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 예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소양과 중요성을 조직구성원에게 늘 강조했습니다. 리더의 리더십과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융합형 조직이 되기 위한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3) 사내 교육체계 확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다양한 관점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체계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신이 가진 전문성에 새로운 소양을 탑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때 교육 내용은 문·이과를 구분 짓지 않고 어우러져 있어야 합니다. 종합 교육을 통해 융합적 사고력을 토대로 한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창조적 상호작용과 지식의 수렴·발산과정을 내재화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융합형 인재를 통해 융합적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융합적 조직을 통해 융합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이를 통해 테크 인재에만 치우친 기울어진 조직에서 탈피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 중심의 기업이나 문과형 인재 중심의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수십 년간 기업들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통해 이미 검증됐습니다. 융합형 시대에 맞는 융합형 조직 전략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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