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제엔 설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기업들이 더 나은 환경과 보상, 기회를 제공하면서 끝나지 않는 인재 확보 경쟁이 시작됐죠. 경쟁이 치열해질 무렵,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결국 직원의 주관적 경험이 중요하단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직원 경험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 겁니다.
1. 주관적 요소인 직원 경험을 측정하는 방법
MIT의 리서치에 따르면 직원 경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에 비해 두 배 정도 더 혁신적이라고 합니다. 또한 더 높은 매출이나 생산성 등 재무적 지표들과의 연관성도 확고해졌습니다. 직원 경험이 기업에 가장 주요한 우선순위가 된 겁니다.
대표적으로 직원 경험을 설계하고 정교하게 운영하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MS는 특히 주관적 요소인 경험을 저장하고 분석하며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디지털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기존에 관찰하거나 측정하기 어려웠던 기업 내 인적 교류 및 다양한 경험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덕분입니다.
MS의 모든 인사 관련 제도, 복리후생과 교육 등은 ‘HR웹’이라는 통일된 플랫폼을 통해 공유됩니다. 채용부터 퇴사까지의 모든 과정과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페이지 접속 로그와 체류시간, 완독률 등의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편리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 모든 인사 요청과 질문은 처리할 수 있는 별도의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재직증명서 요청부터 복리후생 질문, 고충 처리나 복잡한 이슈 코칭 및 경력개발까지 모든 인사 관련 요청들은 접수되고, 접수된 내용은 각 분야의 전문 관리팀에 전달돼 처리됩니다.
채널을 단일화했기 때문에 MS는 모든 직원의 인사 관련 요청을 데이터로 전환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요청이 가장 많은지, 어떤 부분에 대한 어려움들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지, 어떠한 인사 관련 지원이 조직적으로 요구되는지 등의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건데요.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직원 경험을 디자인할 수도 있습니다.
MS는 모든 업무 활동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활용합니다. MS의 비바 솔루션은 각 직원이 주로 교류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일정이 너무 빈틈이 없거나 미팅이 많아 이메일을 읽거나 업무를 정리하는 시간 등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데이터로 업무 현황을 보여주고 개선 방법을 제안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겁니다.
이외에도 MS에서 데이터가 활용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매일 하루 일정을 정리해 알려주고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에 기반해 인공지능(AI)이 마감일을 잊지 않도록 독려하기도 합니다. 관리자가 팀원과 만난 빈도를 분석해 보여주고, 최근 만나지 못한 사람과 일대일 미팅을 추천하기도 하죠. 업무 시간 외에 팀원들에게 연락한 빈도를 알려줘 팀원의 개인 시간을 존중하도록 돕기도 하고, 팀원들이 얼마나 초과 업무를 했는지 등을 분석해 잠재적인 번아웃을 방지하는 역할도 큽니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당사자만 볼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되는데요. 관리자와 리더에게는 팀 또는 조직 단위로 집계한 데이터만을 보여주고, 식별이 불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를 철처히 보호하도록 설계됐습니다.
2. 직원 경험 개선, ‘리스닝 시스템‘에 신경 써야
직원 경험을 개선할 때 중심돼야 하는 또 다른 부분은 리스닝 시스템입니다. 말 그대로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거죠. MS는 연 2회 임플로이 시그널 조사를 통해 직원 의견을 청취하고 별도로 리더들에 대한 직원 의견을 듣는 리더십 시그널도 실시합니다. ‘글린트’라는 솔루션으로 진행하는 이 조사들은 빠르고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하고, 각 리더들이 효율적으로 개선 활동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와 별도로 시그널에 들어가는 질문들을 간추려 매일 무작위로 선발된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일리펄스라는 조사도 진행하는데요. 이 조사는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이벤트들이나 변화가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합니다. 결과는 물론 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시킬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화나 이메일 혹은 인사팀에 불쑥 찾아가 물어보거나 요청하던 일들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업무 환경의 복합적인 활동들이 축적되고 분석되기 시작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죠. 직원 경험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데이터 측정은 필수 요인입니다. 또 기술의 발전과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업무 환경은 직원 경험의 설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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