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성과를 추구한다면, 스타트업은 성장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의 차이는 리더십 결의 차이를 만드는데요. 스타트업의 리더는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의 리더십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그 조직만의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 리더십 육성에 긴 시간을 쓰기보다 먼저 조직 내 리더 개개인이 조직이 생각하는 방향성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합니다.
1. 실제로 숨 쉬는 비전
기업의 성과보다 미래 가치가 중요한 스타트업, 실체 없이 가능성과 희망을 향해 달리는 곳이 스타트업입니다. 그렇기에 리더의 선명한 비전과 확신이 필수적이죠. 때문에 매 순간 ‘우리가 뭘 향해 달리는가’를 되새김질할 수 있는 회사의 비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업력도 짧고 경험도 부족한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묶고 앞으로 달리게 하기 위한 것이 바로 가슴을 뛰게 만들 비전이라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토스(toss)를 들 수 있는데요. 토스는 ‘금융을 혁신한다’는 목표로 창업 초기부터 일하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좋은 것이 아닌 위대한 것을 추구하고, 모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등 일상의 매 순간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높은 업무 강도나 압박감으로도 유명하지만, 일하며 느끼는 탁월함으로 구성원들은 높은 자부심을 느끼고 성장해 가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죠.
비전이 중요한 이유는 CEO의 개인적 특성, 즉 성격, 성향, 화법 등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도 조직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그 방식에 공감한다면 구성원은 충분히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왜 이 사업을 하는가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비전은 리더의 성숙도까지 보완해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기입니다.
2. 조급함의 완급 조절
유니콘이라 불리는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지만, 전체 스타트업 중 유니콘이 되는 기업은 극소수입니다. 나머지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작게는 1인 기업부터 대부분 수십 명 단위인데요. 조직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CEO와 가깝고 그의 영향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CEO의 기질과 선호가 고스란히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특히 스타트업의 리더는 대기업 전문경영인과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를 어깨에 지고 본인의 인생을 건 게임을 하루하루 힘겹게 치러 나갑니다. 대기업의 전문경영인과 다르다는 건 여러 가지를 내포하는데요. 오랜 시간 많은 경험을 축적하며 성장해 온 다른 임원들이 없다는 것이고, 온전히 위임할 수 있는 풍부한 리더십 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어느 정도 시장에서 검증된 구성원들로 팀이 꾸려지지 않았고, 누가 입사해도 바로 가동될 수 있는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지 못한 채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되죠. 스타트업 CEO의 판단과 실행력은 물론, 스트레스 내성과 멘털 관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CEO가 다른 경력자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경력자가 적응하고 팀과 체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CEO가 ‘굳은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새로 영입한 경력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기 전력화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량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에는 이런 역량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스타트업 CEO가 조급함을 버리지 못하고 경력자를 압박하다 어렵게 영입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3. 리더십의 충돌과 조정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조직 내에서 개인의 주도성이 조금 더 강조됩니다. 짧은 업력과 경험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인재를 육성하거나 리더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며 일을 배우기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영진부터 말단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동일한 목표에 같은 에너지로 몰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협업이 더 중요합니다. 적은 리소스와 미비한 시스템 내에서 자원 최적화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인이 일당백의 ‘멀티플레이’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다만 각자가 문제해결의 리더가 돼 ‘일이 되게 하는데’ 집중해야 하므로 팔로어십보단 리더십의 총합이 중요해집니다. 누가 더 열정적으로. 성장을 만드는 데 기여했느냐가 연공서열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이 스타트업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리더들은 각자의 욕구가 분명한 구성원들을 어떻게 맞추고 조합해 내느냐가 중요한 리더십 역량이 됩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할 방법은 채용과 업무 분장 시 역할과 책임(R&R), 성향을 최대한 구분해 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조직 내 업무나 구성원 간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을 일의 절차나 권한의 문제인지 혹은 사람 간의 감정 문제인지 분석해 보면 됩니다. 감정 문제라면 성향의 차이인지 일의 절차나 권한의 문제인지 오가며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근본 원인이 프로세스라면 그걸 정리해 주면 되고, 권한의 문제라면 R&R를 짚어주면 됩니다. 성향과 욕구 충돌에 의한 감정 문제라면 업무를 분리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조직에서 솎아내는 노력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플레잉 코치
스타트업의 리더는 팀장은 물론 C레벨(Chief가 붙은 직책들), CEO에 이르기까지 실무를 맡습니다. 리더 본인의 업무와 조직 파악만큼이나 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중요해지게 되는 거죠. 전문성과 성과를 내야 포지션을 얻을 수 있는 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 실무의 전문성과 성과가 직책을 맡은 이후에도 지속돼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본인의 경험을 조직 육성에 전수하는 건 물론 그 자체로 자기 몫의 업무를 구성원과 동일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리더가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학습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성장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경우 ‘보고 배울 수 있는 리더인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인가?’ 등으로 리더십을 판단하는 경향도 강합니다.
5. 채용 파워
스타트업의 목표가 성장이라면 그 성장의 필수요건 중 하나가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수급하는 ‘채용’입니다. 스타트업은 함께 일하는 리더가 누구냐가 채용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특정 리더가 이직할 때 그 휘하의 팀원들이 단체로 이직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인데요. 이직이 일반화되고 재직 중에도 기회를 찾는다며 링크트인 같은 구직 플랫폼에 공개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스타트업에서는 일상입니다. 그래서 스타 개발자나 CTO, 직군별로 유명하다는 사람들을 회사가 드러내 놓고 홍보하기도 하죠.
가장 선호되는 건 기존에 합을 맞춰 일종의 검증된 멤버들을 데리고 올 때인데 이건 전 직장 동료들이 그의 실력이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강력할 때 가능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스타트업의 리더는 신뢰 확보가 중요합니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 그것이 리더의 채용 파워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채용 파워와 관련해 개인 브랜딩도 중시됩니다. 채용 파워를 위해서라도 리더는 물론 구성원들도 본인 노출과 어필에 적극적인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리더뿐만 아니라 구성원들도 조직 충성도가 낮습니다. 기회를 적극적으로 얻고 싶어 하고 그 기회의 획득과 성취의 기간이 대기업과 비교해 월등히 짧은 만큼 이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단기에 확신을 줘야 하고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6. 중요한 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근래 몇 년간 스타트업에 ‘조직 문화’란 키워드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이냐는 모든 기업의 목표인 동시에 과제였는데요. 좋다고 하는 것들,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과연 그것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느냐를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그보다 더 앞서 우리는 어떤 회사인지를 객관화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좋은 인재와 좋은 제도가 있다 한 들 그걸 알아보고 잘 운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이 어떤 체력을 가지고 있느냐, 현재 기준으로 무엇을 차용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냐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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