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소송을 제기하거나 반대로 소송을 당했는데, 재판에 직접 출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법원이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거나 업무 등으로 재판날짜에 휴가를 내기 곤란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재판에 출석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소송을 제기한 측(원고)에서 출석을 두 번 이상 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송을 당한 측(피고)에서 출석하지 않는다면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돼 이 경우에도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재판을 ‘영상으로’ 진행해 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87조의2). 즉 집이나 사무실 등 편리한 장소에서 재판부가 제공하는 인터넷 링크에 접속하여 재판에 참여하는 것인데요. 참고로 핸드폰으로도 쉽게 접속이 가능하고, 상대방 또한 영상 재판으로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대방 동의는 필요 없습니다.
단, 범죄 사실이 문제가 되는 형사재판의 경우에는 영상재판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민사재판의 경우에도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변호사만 출석하면 되므로 소송 당사자 본인이 굳이 영상재판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한편 신청서 양식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고 통상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기재하면 충분합니다. ‘신청의 이유’ 란에는 ‘집에서 법원까지 왕복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등 자유롭게 서술하면 됩니다.
다만 재판부가 영상재판을 언제나 허락해 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영상재판을 허락해 줄지는 재판부의 완전한 재량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비교적 가까운 거리임에도(사무실과 법원 모두 서울 소재) 허용해 주는 재판부도 있었고, 상당히 먼 거리(사무실은 서울이나 법원은 대구)임에도 불허하는 재판부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재판부가 원칙적으로 영상재판을 허용해 주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그를 불허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통상 재판에서의 주장과 증거는 문서 제출에 의해 이뤄지고, 막상 실제 재판에서는 당사자에게 10분 내외의 짧은 진술 기회만 주어집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법정까지 직접 출석하려면 적게는 1시간, 많게는 하루 종일 걸려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기술적 오류 등으로 영상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있더라도(경험상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만), 이는 영상재판을 신청한 자 본인의 책임으로 하면 될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1조는 법원이 소송절차를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념이 단순히 이론적인 구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을 겪고 있는 당사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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