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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강원도, 한국, 광부, 사진작가, 현재
전제훈의 사진은 자신의 일터인 탄광의 내부와 그곳에 자리한 동료 광부들의 초상을 담았다. 그 얼굴은 하나하나 개별성을 거느리며 출몰한다. 그들은 광부라는 다수의 하나로 구별되지만 이 다수는 실체적 다수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가 갖는 형식상의 다수임을 보인다.
존재의 실체적 다수성을 지양함으로써 존재자들 사이의 위계의 성립은 부정된다. 그러니까 다양한 개체들의 발생과 저 하나의 존재들 각각이 가진 강도적 크기의 다양성이 밀려 나오는 편이다. 그들의 저마다의 삶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고 그만큼의 생의 무게와 헤라이기 어려운 굴곡 심한 마음의 결로와 우연성과 예측하기 어려운 인생의 여러 경로를 밟고 왔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얼굴 형상과 표정, 눈빛과 주름 등을 통해 발산된다. 그것이 비록 탄가루와 헬멧과 마스크에 가려지거나 부분적으로 잠식되었어도, 아니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어느 부분은 더욱 이상하게 강조되고 발설된다. 전적으로 눈이 그렇다. 역설적으로 눈이 어둠 속에서, 탄가루에 묻힌 얼굴 위에서 유독 부분적으로 빛을 내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날카롭고 좁은 구멍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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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인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이들의 어느 상황에 걸려든 얼굴을 응고시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듯하다.
기억과 기록이 다루고 자신의 본모습과 상황, 사건의 어느 순간이 저장되어야 한다는 모종의 소명의식이 이런 사진을 가능하게 하는 동인으로 작동하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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