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신, 경상북도 울진, 지리산화가, 1957-현재
어머니의 땅. 지리산을 그리는 이호신 화백이 세상을 보는 법, 생활산수
지리산을 어머니의 땅이라 칭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화백은 지리산을 보며, 그리며 무엇을 느꼈을까
“민족의 대서사시 지리산에서는 역사의 바람이 불었고, 문화의 꽃이 피어났습니다. 유난히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산이요, 온갖 삶을 다 받아주고 아픔을 삭여주는, 지리산은 그래서 어머니 품속 같은 산입니다.” 이 화백은 말했다.
평생을 배우는 자세로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 화백은 어머니의 땅이라 부르는 지리산을 또 하나의 배움터로 정했고, 그곳이 축적해 온 방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스스로 그 품속에 걸어 들어갔다.
이 화백이 집중해 온 마을그림과 사찰그림의 특징은 부감법과 진경이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즐겨 사용한 부감법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대상을 화폭에 담는 기법이다.
진경산수는 관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실경을 직접 보고 그리는 화법으로 조선시대 겸재 정선 등에 의해 창출된 독자적인 화풍이다.
"부감법은 제 스스로 솔개가 되어 높이 뜬 창공에서 본 장면들을 화폭에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현장을 고집하는 것은 겸재 선생의 진경산수 정신을 따라 관념이 아닌 현실에서 포착한 실경을 보여주자는 의도입니다.” 이 화백이 여기서 그쳤다면 전통의 계승이나 복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법고창신(法鼓創新), 근본을 잃지 않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신념에 따라 매진했다. 지난 수십 년 간의 답사와 현장 사생을 통해 그가 독자적으로 연마해 이름 붙인 화풍이 ‘생활산수’다.
“생활산수란 역사와 삶과 문화를 하나의 화폭에 담는 것입니다. 전국의 고찰들은 천년 전에 지어졌지만 지금도 중생들이 위안을 얻는 생활공간이잖아요. 고목 한그루, 마을의 돌담과 초가의 곡선, 그곳에 민초들의 숨결이 스며있잖아요. 저는 생활산수를 하면서 조선시대 학자 남명 조식 선생이 남긴 ‘산을 보고 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라는 이치를 깨닫곤 합니다. 자연 속에 인간이 있고 삶이 이어져온 것이니까요. “
이처럼 이 화백의 그림은 지리산의 외양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네 정서와 삶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그의 수묵산수가 '생활산수'로 불릴 수 있는 것도 인문학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화백의 세계관은 그림뿐 아니라 그의 저서인 화문집 <화가의 한글사랑>, <화가의 시골편지>, <남사예담촌>, <지리산진경>, <가람진경>, <길에서 쓴 그림일기>, <쇠똥마을 가는 길> 등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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