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수행에 대한 피드백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연구돼 온 주제로 직원들의 성과 향상에 효과적인 기법으로 검증돼 왔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이 항상 효과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단순 충고나 평가 등급 공지는 피드백이라고 볼 수 없으며, 내용이 모호하거나 도움 되는 정보가 없는 피드백은 효과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피드백을 하는 목적은 직원 개인 혹은 팀의 업무 수행 역량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효과적인 피드백은 직무 수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포함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데요. 하지만 이런 가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부정확한 피드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자는 부하 직원을 자주 모니터링할 기회가 없다 보니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도 있고, 관리자가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선의로 마냥 긍정적으로 편향된 피드백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공식적인 업무 평가에 대한 피드백도 정확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은 자신이 왜 특정 등급을 받았는지 상세히 알지 못하죠.
이런 부정확한 피드백은 장기적으로 업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이 효과적이려면 피드백 제공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요. 근로자가 피드백이 부정확하다고 인식하면 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곧 이후의 정확한 피드백도 신뢰하지 않게 돼 업무 성과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거죠. 물론 직원이 본인의 성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피드백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사실 부하 직원의 모든 업무를 모니터링하지 않는 관리자 입장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죠. 정확한 피드백과 업무 향상의 상관관계가 확실하다면 이런 노력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만약 그 영향이 미미하다면 굳이 정확한 피드백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저희 연구는 바로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1. 어떻게 실험했나요?
한국의 한 종합 대학에 재학 중인 총 1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4가지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성과가 명확한 과제 조건에서 정확한 피드백 혹은 부정확한 피드백을 받는 집단, 그리고 성과가 불명확한 과제 조건에서 정확한 혹은 부정확한 피드백을 받는 집단에 무작위로 할당됐습니다.
본 실험은 가상 도서 정리 프로그램으로 도난 방지 RFID 부착, 바코드 스캔, 도서 포장, Category, Column number, Row number와 일치하는 책장 위치에 도서를 배치하는 순으로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총 12회 실험에 참여했으며 과제를 수행한 개수와 오류는 자동으로 온라인에 저장됐습니다.
1) 성과가 명확한 과제
성과가 명확한 과제 조건은 책장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도서를 정리할 때마다 책이 표시됐습니다. 정확한 피드백은 참가자가 올바르게 작업한 개수 그대로를 서면에 작성해 피드백을 제공했고, 부정확한 피드백은 올바르게 작업한 개수에 무작위로 -20부터 +20을 계산해 피드백을 제공했습니다.
실험 결과, 피드백 정확도의 효과는 업무 수행 결과의 명확성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수행 결과가 명확한 과제 조건에서는 정확한 피드백을 받은 집단이 부정확한 피드백을 받은 집단보다 성과가 약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정확한 피드백을 받은 집단의 성과는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2) 성과가 불명확한 과제
반면 명확하지 않은 조건은 책장이 모두 채워 있는 상태로 나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는지 알 수 없도록 했습니다. 피드백은 동일한 조건으로 이뤄졌는데요. 그 결과 정확한 피드백 집단과 부정확한 피드백 집단 간 성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2. 연구 결과의 의미는?
본 연구는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 성과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경우,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성과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반면 부정확한 피드백은 성과를 감소시킬 수 있고요.
업무 수행 결과가 명확한 과제에서 부정확한 피드백을 제공받는 집단의 일부 참가자는 처음에 부정확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 자신이 잘못 파악했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이 거듭될수록 자신이 잘못 파악한 게 아니라 피드백이 부정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성과가 좋아지지 않았죠. 이는 본인의 업무 성과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경우, 관리자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확하게 직원의 업무 수행을 반영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한편, 직원이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피드백을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피드백을 다소 부정확하게 해도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했을 때만큼이나 성과를 향상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관리자는 맡은 업무의 성격과 각 직원의 특성에 따라 피드백 전략을 달리 세워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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