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 내 세대갈등을 키우는 4가지 오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존중’은 중요한 가치다.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일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조직에 융화하거나 성과에 기여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기업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처할수록 심해진다. 반대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상사와 동료를 신뢰할 가능성도 높고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되며 협업을 하는 데도 수월하다. 전반적으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조직은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딘다. 직장 내 세대 갈등을 줄이기 위해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 세대 갈등 이슈를 깊숙이 들어가면 ‘존중’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많은 리더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문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뒤집어 보면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존중과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를 살펴본다.
1) 직원들도 내 마음 같을 것이다
첫 번째 오해는 ‘내 마음을 남들도 알 것’이라 믿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자기 중심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 중심성은 누구나 있다. 관건은 깨달을 수 있는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자기 중심성을 깨닫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이 관계를 망친다고 경고한다. ‘나 정도면 존중으로 대하는 편이지’라는 생각을 깔고 대화를 하면 남한테 상처를 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한다.
2) 좀 더 잘해주면 되겠지
세대 갈등이 심한 조직에서는 직원 퇴직이 빈번하다. 신입급 직원의 퇴사는 관리자로서 부담이다. 불만 요인을 파악하고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사직서를 내밀었을 때는 이미 결심이 굳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관리자는 이럴 때 ‘내가 평소 얼마나 잘해줬는데 서운하네…’라는 생각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존중은 ‘잘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의도는 좋지만 오해를 부르는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해주려고 하다 보면 때로 선을 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오히려 존중감을 해친다. 잘해주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 직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느껴지면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3) 아랫사람에게 존중을 표하는 것은 어렵다
존중은 긍정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보다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존중 행위다. 영역은 ‘물리적인 공간’ ‘업무 권한’ ‘호칭’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직원 마음속에 “이건 내 거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불쾌해” “난 당신의 종이 아니야”라는 목소리를 이해해 주는 것이 존중의 출발이다.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존중으로 대하면 관리가 안 된다
실제로 상하 관계일지라도 존중으로 부하를 대하면 직원들은 ‘위계’의 무게를 덜 느낀다. 그런데 존중을 ‘제로섬’으로 생각하는 리더는 이렇게 수평적인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중의 가치에 대한 리더들의 회의적 통념을 보여준 설문 결과가 있다. 응답자의 25%가 “내가 예의를 차려서 행동하면 사람들이 나를 리더로 여기지 않을 것”, 40%는 “예의를 차려서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2.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만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존중은 언제나 중요했지만 지금 더 중요하다. 존중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존중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사회에 맞는 가치다.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삼지 말도록’ 한 칸트적인 윤리주의에 기반한다. 군주제, 식민통치, 군부독재 경험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개인주의적 가치가 지배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2018년 조사에서 한국 사람의 93.4%가 “개인의 취향은 존중돼야 한다”라고 답했다.
존중의 문화가 정착된 조직 구성원의 행동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업무 만족도와 조직 충성도가 높고, 부여된 업무 외에도 팀이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기꺼이 한다. 리더의 지시를 잘 따르고, 다른 직원들과 협업도 잘한다. 같은 일이라도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하려고 하고, 그래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조직 생활은 업무와 관계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높은 연봉에 좋은 성과를 내도 관계가 나쁜(즉, 존중이 없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다. 존중이 부족하면 신뢰, 자율, 협업이 어렵다. 존중은 다른 관계 가치의 전제이고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의기투합해 뭔가 함께하기도 쉽지 않다.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얘기하는 구성원들을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관리자들이 있다. 열심히 하지도 않고 시키는 것만 겨우 해내면서 워라밸이나 챙기려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존중으로 대하냐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은 존중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존중은 당위적(무조건적) 존중과 획득적(조건적) 존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리더의 경우 획득적 존중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위해서는 당위적 존중과 획득적 존중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사람의 개성, 성격, 능력, 관계를 떠나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 하나만으로 존중으로 대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런 인식은 은연중에 말투, 행동, 업무 관계로 나타나고, 부하 직원과 동료들은 인정과 신뢰의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이 쌓이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지고, 이는 업무 몰입과 성과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존중하지 않는 행동은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시’당하는 느낌을 준다. 당위적 존중은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고 효과가 검증된 것이다. 예의를 지키는 것, 의견을 들어주는 것,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 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존중을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존중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다.
3. 존중이 당연한 조직이 뉴노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리자들에게 존중은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존중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 생활 갓 시작한 젊은 직원들에게도 존대를 해야 하고, 워라밸까지 챙겨주고, 코칭도 하라고 하니 억울하다는 마음이 든다.
존중한다는 것은 남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를 때도 싫은 내색을 하거나 지적을 하지 않는 정도의 ‘쿨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이 왜 다른지 굳이 역지사지 정신까지 발휘해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아, 다르구나’ 하고 인정하면 충분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젊은 직원들 위주로 맞춰주면 너무 응석받이가 되는 것 아니냐?” 맞다. 그런 직원들도 있을 수 있다. 잘해주는 것도 모르고 기고만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존중한다는 말은 ‘어른’으로 대하는 대신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다. 결국은 조직 내에서의 책임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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