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LG에너지솔루션, LS일렉트릭 등에서 MZ세대 사무직 노조들이 잇따라 출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MZ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MZ세대 노조의 요구사항과 활동, 그리고 현재 맞닥뜨린 한계점은 무엇일까요. 노사관계의 새로운 흐름을 열어가고 있는 MZ세대 노조에 대해 자세히 조망해 봅니다.
저성장시대, 제한된 양질의 일자리, 경쟁 사회 속 디지털 기술발전과 함께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최근 Z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함에 따라 양자를 통칭한 ‘MZ세대’라 불리는 기업 내 구성원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MZ세대가 향후 10년 내 세계 경제인구의 약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 중 MZ세대에 속하는 인원은 약 1,9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기업 구성원 비중은 60%를 상회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기업 내 주력세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Z세대의 경우 아직 일부만 사회에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그 비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MZ세대의 특징 그리고 직장관
최근 MZ세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 공정, 소통, 워라밸, 수평, 뚜렷한 개성, 집단보다는 개인, 미래보다는 현재, 플렉스 Flex 문화, 스티커 인맥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이처럼 이전 세대들과 차별화되는 MZ세대만의 특징들이 직장생활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세대가 다른 일부 HR담당자들은 점점 증가하는 MZ세대와 일하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실시한 403개 기업 대상 MZ세대 직원들의 동기부여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MZ세대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5.1%가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그 이유는 장기근속 의지가 적고 애사심이 약함(71.7%, 복수응답), 이전 세대에 비해 원하는 보상 수준이 높음(47.8%), 일정 수준의 성취만 달성하고자 함(40.5%), 수직적 조직문화를 못 견딤(34.1%), 협동심·배려 등이 약함(28.6%), 승진 등의 보상에 관심 낮음(14.3%) 등의 순으로 집계됐으며 이들 MZ세대를 동기부여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은 퇴사로 이어지고, 기업 입장으로선 이와 관련한 어려움이 많다고 응답했습니다.
코리 시밀러 Corey Seemiller 라이트주립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Z세대 직장인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선망하며, 업무수행 시 일과 삶의 균형, 사회적 영향(직무의 의미성), 재미(일도 놀이처럼 즐겁게)를 중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 MZ세대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M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노사관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가 ‘노사협력이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수적 요소’라고 응답했으며, ‘필수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4.9%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48.3%는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노사관계를 떠올리면 가장 생각나는 단어를 물어본 결과 파업(40.2%), 투쟁(17.3%), 타협(5.0%), 양보(3.0%), 화합(3.0%)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은 긍정적 이라보 다는 부정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노사관계를 대립적으로 만드는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기업(48.2%), 노동조합(37.4%), 정부(14.4%) 순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기업 측 책임 요소로서는 열악한 근무환경(41.7%), 불공정한 임금체계(19.0%), 낮은 임금 수준(14.7%), 고용불안(10.0%), 딱딱한 조직문화(7.8%) 순으로, 노동조합 측 책임 요소로서 대화와 타협 거부(34.3%),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28.0%), 노동조합 간 세력 경쟁(11.3%), 근로시간 면제자(10.0%), 성과주의 임금체계 거부(8.3%)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기업 측면에서 ‘낮은 임금 수준(14.7%)’보다는 ‘불공정한 평가보상 체계(19.0%)’를 더 큰 원인으로 지목했으며, 노동조합 측면에서 ‘대화와 타협 거부’의 비非타협적 노동운동이 노사 간 관계를 더욱 대립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응답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전자의 경우 ‘공정’을, 후자의 경우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기업과 노동조합 간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동시에 상생적·협력적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잇따라 설립된 MZ세대 사무직 노조
최근 환경변화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무인 키오스크 Kiosk,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 각종 신기술이 인간의 육체노동을 보완하거나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에 더해 팬데믹에 따른 IT기술을 통한 비대면 접촉의 일상화가 동인이 되어 2030년 이후에나 예상됐던 우리 사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는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졌습니다.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기존 육체노동 중심에서 지식(정신) 노동으로의 전환을 더욱 앞당겼으며 향후 노동시장 역시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근로형태가 등장하고 연구·개발직 등 지식노동 종사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변화에 MZ세대 고유의 특성과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맞물리면서,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성장을 위한 역량개발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단체성을 전제로 하는 노조를 설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민간부문 및 공공부문 전반에서 MZ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정과 소통을 기치로 내걸고 디지털 세대답게 블라인드, 카카오톡, 밴드, 카페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집행부와 조합원을 모집해 단기간 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있으며, 조합원의 익명성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주요 집행부 회의는 줌 Zoom, 팀즈 Teams 등을 활용한 온라인 미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노동운동 역시 기존의 투쟁 일변도의 방식을 벗어나 사업장 내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시공간의 제약을 넘는 SNS를 통해 조합원끼리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에 대한 고충과 성과보상체계 등에 대한 불만, 불합리한 관행 등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솔직한 견해를 밝힙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무직 노조의 자주성을 강조하며 상급단체에 가입하거나 연맹을 결성하는 데 있어 소극적이며 주로 본인이 소속한 회사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에 국한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4. 찻잔 속 태풍 VS 노동운동의 서막
하지만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한계도 분명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성을 전제로 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조합원들은 현재까지는 SNS를 떠나 대면 활동이나 외부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듯한데, 이 부분은 단결력 강화에 있어서는 분명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MZ세대 직원들이 사무직 노조에 관심을 두고 있음에도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특성으로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니 일단 비조합원으로 지켜보다가 노조의 성과를 보고 가입하겠다는 편승적·이해타산적 마인드도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세력 확장이나 단결력 강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은 교섭권의 확보가 최우선이라 할 수 있는데, 사업 또는 사업장에 기존 현장직 중심의 노조가 교섭권을 가지고 있기에 사무직 노조 조합원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거나 복수노조제도 하에서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 인정되고 있는 생산직과 사무직 간 교섭단위의 분리신청이 노동위원회를 통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교섭권 획득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불어 기업은 물론이고 기존 노동조합 역시 추가적 소통이나 단결력 약화 등 여러 이유에서 사무직 노조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교섭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현 노동법 체계 내에서는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참여해 소수노조 지위에서 교섭 과정에서의 의견수렴을 요구하고 교섭대표노조와 기업 측에 단체협약에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소위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할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가 만난 사무직 노조의 대다수 집행부에서 강조한 것은 임금 수준 자체보다는 객관적 기준과 절차에 따른 보상의 공정성이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에 더해 기타 근로환경에 대한 부분도 회사와 소통을 원했으나, 소통창구가 없거나 혹은 있다고 해도 형식적 수준이었다는 점, 그리고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 권한이 생산직 위주의 과반수 노동조합에 있었다는 점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소통을 원하는 그들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한 배경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잇따른 사무직 노조의 결성이 향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노동운동 변화의 서막이 될 것인지 아직은 단언할 수 없지만, 노동운동의 방향 역시 시대를 지나고 세대를 거치며 시나브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5. 본질은 ‘소통’에 있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경쟁우위 Competitive advantage의 원천은 양질의 인적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개발 및 유지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기업 HR담당자들은 구성원 비중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MZ세대 직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동시에 동기부여를 해 조직 효과성 Organizational effectiveness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조직문화 진단을 통한 수평적 조직으로의 점진적 변화 추구, 직원의 역량과 성장욕구에 기반한 직무충실 Job enrichment, 직원의견 조사 Employee Voice Survey 등 소통을 위한 노력, 직무수행에 의미성 및 자율성 부여, 분배적 공정성 이외에 절차적 공정성이 반영된 평가·보상체계 설계, 선택적 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무제의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노사관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 노동환경 변화에 따라 사무직 노조가 출범한 배경, 그리고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교육·훈련이나 평가·보상체계 등 인사노무관리 제도를 재정립하고 개선이나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도적인 조직 변화의 촉진자 Change Agent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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