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2011년 '사피엔스'를 출간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후 '호모 데우스' 등에 이어, 이달 들어서는 'NEXUS: A Brief History of Information Networks from the Stone Age to AI'를 펴내며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작 넥서스는 초미의 관심주제인 '인공지능'을 다룬다. 이 책에 대해 Northwestern 대학의 Daniel Immerwhar는 최근 9월 6일 서평을 통해 하라리가 AI를 인류 종말론적 현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즉 AI는,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며 사회적인 개입을 통해서 그 궤적을 변경시키는 것도 가능한데 하라리는 지나치게 숙명론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어 정치적 변혁 가능성을 닫아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지하듯 AI를 둘러싼 Doomer와 Boomer진영 간 팽팽하고도 치열한 윤리적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발 하라리의 이번 신작은 그 힘의 균형을 흩트릴 것인가? 아니면 위 다니엘의 서평처럼 어느 역사학자의 과민반응으로 치부되면서 Boomer진영의 새로운 역공의 빌미가 될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신작에서 하라리는 인류가 AI를 잘못 다룬다면 AI는 인간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의식의 빛 자체를 소멸시켜 우주를 완전한 어둠의 영역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즉 "AI는 모든 인간의 얼굴을 알고, 모든 인간의 기분도 알 것이다. 그런데 그 정보를 무기화할 수 있는 가공할 존재에 대해 인간이 어떤 방어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AI를 연구하는 학계 동향과 그 스탠스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즉 AI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적 측면, 일자리 문제, 양극화 문제 등에서 어떠한 논의와 대응 등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비근한 예로, SNS 역시 정보 유통 속도와 범위의 신기원과 새 지평을 열었지만, 반면 클릭 극대화 알고리즘의 폐해를 가져왔다. 최근 들어 정치적 양극화 심화는, 이 SNS 클릭 역기능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AI로 와보면, 향후 예상되는 역기능과 폐해는 가공할만하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다 보니, 뉴테크놀로지에 대한 순기능론에 보다 주목하면서 그것을 수용하는데 급급한 경향성을 띤다. 반면 유럽은 미국에 비해 뉴테크놀로지가 가져올 역기능, 그것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 여타 사회적 임팩트 등에 대해 보다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기술 진화 속도가 미국보다 매우 느리다.) 하지만 AI의 경우에는 그 예상되는 부작용이 가공할만할뿐더러, 하라리의 주장처럼 인류를 파국적 종말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을 둘러싼 순기능에만 주목하기보다, 보다 진지하게 그 역기능에 대한 균형 있는 다각도의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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