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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경영

안전,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이 필요 (feat. 중대재해처벌법)

by 트렌디한 일반 상식 2024.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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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이 필요 (feat. 중대재해처벌법)
안전,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이 필요 (feat. 중대재해처벌법)

 

'13만 6,796명' 지난해 산업 재해를 겪은 근로자의 숫자입니다. 10년 새 최고치입니다. 올해 상반기는 어떨까요? 6만 8,413명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올해 피해 근로자의 수가 작년을 넘어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통계입니다. 2014∼2017년 9만 명 안팎이던 산업재해자 수는 2018년 10만 명을 처음 넘겼고, 2020년 10만 8,379명, 2021년엔 12만 8,379명, 2022년 13만 3,48명 등으로 증가세입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여전히 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해 산업재해 등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률입니다. 벌써 시행된 지 2년 8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올 초부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확대 적용이 됐고요. 적용 기간이 아직 짧아 속단은 어렵지만, 법 통과 당시 강조했던 산업 재해 감소라는 목표는 달성이 안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강화된 처벌 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습니다. 처벌이 두려워 안전 비용을 충분히 투자해야 산업재해가 줄 텐데, 소송 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안전 조치에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기업들이 안전 비용이 아니라 소송 비용에 돈을 쓰면서 로펌만 배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000명 이상 제조업 대기업 10곳 중 7곳이 국내 10대 로펌을 선임했고, 단 한 곳만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주요 내용은 이겁니다. 안전이 단순한 리스크 관리를 넘어 기업의 주요 성과를 개선하고 고객 가치를 끌어올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안전을 독립적 이니셔티브로 만들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안전이 별도의 규제나 목표가 될수록 여타 사업적 의사결정과는 분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구분된 가치로 존재하는 안전은 언제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안전 문제로 발생할 피해비용과 투자 비용을 따져 이득을 보는 쪽으로 움직일 테니까요. 처벌에 힘을 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들이 안전이 아닌 소송 비용을 늘리고 있는 모습도 이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충분한 투자로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경영진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안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야 한다는 오늘의 아티클, 꼭 한 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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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전의 인식에 대한 문제

대부분 경영진은 안전을 규정 준수의 문제로 인식한다.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자를 적게 한다. 나아가 안전을 성과의 원동력으로 여기기보다는 추상적 가치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안전위기에 직면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대외 이미지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재정적·경영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대응을 한다. 종국엔 이런 대응마저 포기한다.

 

우리는 유통, 교육, 의료, 시설관리, 유전 관리, 금융, IT, 제조 등 다양한 업종 약 30개 기업의 임원 76명을 인터뷰했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안전은 내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발생하는 오늘의 비용이라고 말이다. 심층 인터뷰에서 경영진이 사용한 언어들은 '위험 최소화'나 '규정 시행',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 등이었다. 안전을 고객 가치의 원동력으로 보고 선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규정 준수와 문제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 안전을 투자해야 할 성과 원동력으로 재구성

CEO는 안전을 다루는 각본을 뒤집어 투자해야 할 성과 원동력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필자 중 하나가 2021년 65개 업종 1785개 기업에 걸쳐 고객 1만 1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가 있다. 안전은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를 9% 높였고, 이는 매출 13% 증가로 이어졌다. 2024년 진행한 2484개 B2B 구매 연구에 따르면 고객은 더 나은 안전 교육을 받는 공급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61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19년 간 패널조사를 한 결과 직원 안전기록이 우수한 기업이 저조한 기업보다 고객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근로자의 휴업 감소로 보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이점도 누릴 수 있다. 2023년 뉴욕시 전역 3만 2061개 건설현장을 분석한 결과 의무 안전교육은 근로자 부상률을 15~18% 줄여 연간 18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42% 투자수익률 효과를 냈다.

 

3. 안전 투자는 다양한 부과 효과 창출

안전 투자는 고객 만족도, 직원 복지, 매출, 수익, 가격 결정력, 시장 점유율 및 장기적인 기업 가치의 상승, 의료 및 소송 비용 감소 효과를 낳는다. 일부 기업은 이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안전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격상했다. 핵심 가치는 "아무도 다치지 않게"다. 안전 문제를 의사결정에 통합하고, 성과 관리를 위해 종합적인 운영 무결성 관리 시스템(OIMS)을 사용한다. 잠재적 안전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거의 사고에 근접한 사례를 분석하고, 다양한 위험 식별 지표를 추적한다. 엑손모빌은 2022년 근무 20만 시간당 0.02건의 인명 손실 사고율을 기록하면서 업계 최고의 인적 안전 성과를 달성했다.

 

4. 전략적 목표로 채택할 때 주의점

안전을 전략적 목표로 채택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안전을 독립적 이니셔티브로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핵심 사업전략과 안전을 분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이 효과적인 성과 원동력이 되려면 안전의 의미와 성공의 측정 방법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분명한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또한 위험을 예측하고 사고가 현실화하기 전에 예방하는 관행을 도입하고, 이 관행에 대한 교육 목표를 설정하며, 직원들이 스스로 안전을 개선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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