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혹의 시대를 살며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이겨내기 힘든 유혹이 가득합니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유명한 화장품 광고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냥 해버려! Just do it!”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가 우리를 부추깁니다. 인스타그램에 전시되는 수많은 음식점과 여행지는 또 어떤가요? 눈길과 발걸음이 닿는 곳곳마다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많이!’라며 욕망을 부추기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나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 단 하나, 유혹만 빼고.”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입니다. 아무리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유혹에 치명적입니다. 7, 80년대 최고의 록밴드 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난 다 원해. 지금 다 원해. I want it all, and I want it now.” 이후 이 가사의 메시지는 곳곳에서 애용되는 후렴구가 되었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나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은 비극적일 만큼 짧았습니다. 그러니 우리 역시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더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거기에 일말의 망설임 따윈 있을 수 없습니다. 1분 1초도 아까우니까요.
2.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낫다고?
그래서인지 유행이나 흐름에 뒤처지는 데 대한 두려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가 늘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소셜미디어의 게시물을 확인하고 맛집이든 특가 세일 상품이나 한정 판매 상품이든 어쩌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라면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진 않을까,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까, 나만 소외되지 않을까 두려운 것입니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움을 찾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수많은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선 누구보다 재빨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효율에 관한 책을 찾으면 무수히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해내라’, ‘계속 성취하라’, 심지어 휴가 때에도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여행하는 법’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책들 말입니다.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걸 해내는 법을 다루고, 그렇게 재빨리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다시 ‘효율적’인 여가 활동 통해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법을 말합니다. 이와 반대로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천천히 하면서 더 적게 해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3. 인정해야 할 것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모든 행복을 다 쥘 순 없습니다. 행복한 상태를 24시간 내내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일을 해내면서 새로운 행복을 찾는 게 아니라, 더 적게 해내면서 이미 지니고 있는 행복을 소중하게 쓰는 법은 아닐까요.
지나치게 다양한 선택지와 수많은 유혹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개인은 쉽게 파편화됩니다. 일도, 취향도, 우리의 삶과 정신도. 한 사람의 삶을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그저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 일에 지속적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안 돼’,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능력, 어떤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능력, 다시 말해 절제의 기술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으로서나 사회 전체로서나 이런 기술이 부족합니다. 오랫동안 자원 소모와 과소비를 통한 무한 성장을 개인의 삶의, 이 사회의 토대로 삼아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초한 이런 위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위기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요? 당장 전 세계의 모든 공장을 멈추고 원시 자연 상태로 돌아가야 할까요? 이 책은 몽상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생태주의자 입장에서 쓴 책이 아닙니다. 그 대신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철학 전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절제’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리스어로 ‘소프로시네’라 불리는 절제를 시민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꼭 필요한 품성으로 여겼습니다. 달리 말해 어떤 사회적, 윤리적 활동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 따르면 모든 일에서 절제를 실천할 때, 비로소 용기와 관대함 같은 다른 덕을 익힐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덕을 익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덕이 바로 절제의 기술이라는 말입니다. 만약 누군가 세상 모든 일들을 모조리 다 해내려 한다면, 특정한 어떤 분야를 잘하는 전문가가 되기란 무척 힘들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자기 통제가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여기서 자기 통제와 절제란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자학이나 기본적인 욕구를 부정하는 엄격한 금욕 같은 것이 아닙니다. 자학이나 금욕은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을 그 자체로 목적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자기 절제는 어쩌다 우리가 다다른 현실에서, 어쩌다 우리 어깨에 놓인 책임을 짊어진 존재들로서 최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건입니다.
4. 다섯 가지 절제의 기술
1) ‘선택지를 줄여라’
이 원칙은 심리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는 법과 연결됩니다. 우리 마음에는 ‘쾌락 쳇바퀴’라는 비극이 있습니다. 무언가 얻으려고 애쓰던 것을 막상 손에 넣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지고 더 이상 매력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다시 새로운 다른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애씁니다. 이렇게 쾌락을 좇는 추격전이 시작되고, 이 추격전은 우리가 살아 있는 내내 이어지다가 죽어서야 비로소 멈춥니다.
2)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라'
실존적 관점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마음의 순결함은 단 한 가지만 바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드라마틱한 표현이지만 자신이 가장 마음 쓰는 한 가지에 계속 집중하기 위해 다른 것들은 놓아버리는 것이 마음의 순결함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3) ‘감사하고 기뻐하라'
윤리적 관점에서 타인과 맺는 관계를 다룹니다. 우리는 소중한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무언가를 놓칠 때에야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절제를 윤리적 삶의 핵심 요소로 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의 ‘덕’ 개념과 연결됩니다.
4) ‘단순하게 살아라’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지만 인구는 계속 증가합니다. 한쪽에서는 환경 문제가, 다른 한쪽에서는 식량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최근 몇십 년 동안 많은 나라에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의 삶이, 이상적으로는 인류 모두의 삶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길 바란다면 절제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5) ‘기쁜 마음으로 뒤처져라’
미학적 관점에서 절제는 단순하며, 그렇기에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단순함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으며 예술과 철학, 과학 분야 모두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생각은 우리 삶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더 의미 있는 활동에 쏟도록 해주는 단순한 의례들에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약간의 부족함을 즐기는 일은 예술적인 삶의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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