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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과유불급해서 오히려 더 탐나는 10대의 자동차 (feat. 합리성)

by 트렌디한 일반 상식 2024.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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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해서 오히려 더 탐나는 10대의 자동차 (feat. 합리성)
과유불급해서 오히려 더 탐나는 10대의 자동차 (feat. 합리성)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지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합니다. 이 삶의 격언, 그런데 자동차에는 해당되지 않는데요.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자동차. 과유불급해서 오히려 더 탐나는 10대의 자동차를 소개합니다.

 

No1. 포드 머스탱 GT

가속페달을 밟으면 바로 알 수 있다. 차고 넘친다. 우선 실린더가 두둑하다. ‘머스탱 GT’는 V8 엔진을 품었다. 4 기통에 터보차저를 결합한 다운사이징 엔진이 주류인 시대다. 터보차저는 출력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지만 감성까지 높이긴 힘들다. 자연흡기 V8 엔진은 다수의 실린더가 연출하는 결이 두툼한 질감을 전달한다. 그래서 소리 또한 풍성하다. 실린더가 연주자라면 4인 합주보다 8인 합주가 좀 더 입체적일 수밖에 없다. 그냥 머스탱이 아닌 머스탱 GT라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합당한 출력이 청각과 촉각을 증폭시킨다. 493마력의 출력은 모터보트처럼 앞머리가 들린 듯 차체를 밀어붙인다. 그럴 때면 딱히 극적인 길을 달리지 않아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근육질 몸이 아니어도 근육질이 된 듯한 자부심까지 생기면서. 머슬카의 흥취다. 머슬카는 과잉이 곧 미덕인 차다. 머스탱 GT가 그 미덕을 계승한다. 물론 머스탱은 굳이 따지면 포니카다. 머슬카보다 덜 차고 넘치기에 접근성이 좋았다. 머슬카가 멸종한 지금은 머스탱 GT가 머슬카의 영역도 품는다. 합리성과 효율이 절대 기준이 된 시대이기에 머스탱 GT의 풍요는 과해서 특별하다. 1970년대 미국 차의 낭만이 그랬으니까.

 

No2. GMC 시에라

이 한마디로 족하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가장 큰 승용 모델’. 전장이 5896㎜, 즉 6m에 육박한다. 높이도 1950㎜로 2m에 가깝다. 버스나 상용 트럭이 아닌 이상 시에라의 덩치 앞에서 주눅 들지 않을 차가 없다. 크기에 관해선 정점에 도달했다. 다들 큰 차를 좋아한다지만 이 정도로 큰 차가 필요할까. 필요의 영역이 아니기에 멋의 관점으로 넘어간다. 거대하기에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달까. 차를 타고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 특별해진다.

 

그걸 음미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다. 벽이 높기에 그 너머의 경치는 한층 달라 보일 수 있다. 물론 거대한 차체에 걸맞은 넘치는 출력도 품었다. 6162cc V8 자연흡기 엔진은 거대 골렘의 심장으로 걸맞다. 이 정도로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에 연비를 운운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효율이나 합리는 풀사이즈 픽업트럭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2024년식 모델에선 액티브 가변 배기 시스템도 새로 적용했다. 스포츠나 오프로드 모드에선 배기음이 한층 증폭한다. 덩치를 더욱 호쾌하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주 무기가 더 날카로워졌다.

 

No3. 페라리 12칠린드리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칠린 드리(Cilindri)’는 이탈리아어로 실린더다. 그러니까 12 기통. 실린더 개수를 아예 차명으로 정했다. 그만큼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12 기통의 의미를 강조한다는 뜻이다. 다운사이징 엔진이 주류가 되고 전기모터가 흔해진 시대다. 그래서 자연흡기 12 기통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품는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고성능 모델이 줄 수 있는 순수함을 전하겠다는 선언처럼. 출시 행사에 참석한 페라리 글로벌 프로덕트 마케팅 총괄도 말했다. “12 칠린 드리는 최고 수준의 편안함, 혁신 기술로 탄생한 뛰어난 성능 그리고 순수한 운전의 스릴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량”이라고.

 

편안함부터 운전 재미까지, 어느 하나 타협하지 않고 최고를 준비했다는 자신감이다. 그 자신감은 12 기통이라는 짧고 굵은 이름이 상징한다. 늘씬한 차체 역시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는 걸 웅변한다. 긴 보닛과 2인승 좌석은 애초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12 칠린 드리는 오직 진정한 그란 투리스모가 선사하는 흥취만을 주목한다. 최대 엔진 회전수 9500 rpm에서 뿜어져 나오는 830마력. 그리고 자연흡기 엔진의 귀곡성. 차명이 12 기통이어서 더욱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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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 테슬라 모델 S 플래드

2.1초. 모델 S 플래드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숫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1초 만에 도달하다니. 자동차가 그렇게 빠를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모델 S는 지극히 차분한 세단인데…. 중요한 건 숫자가 드러내는 자신감이다. 전기차 브랜드의 대표로서 테슬라의 자신감이다. 운전자에겐 미지의 영역을 접한다는 경이로움일 테고. 100㎞/h까지 3초 이내에 도달하는 차는 여럿이다. 익히 아는 스포츠카 브랜드의 상위 모델이 뽐내는 기록이다.

 

하지만 2.1은 ‘모델 S 플래드’만의 숫자다. 가장 앞에서, 가장 도드라진다. 2.1초와 2.2초는 고작 0.1초 차이지만 그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 테슬라는 그 숫자를 손에 넣기 위해 모델 S 플래드에 1020마력을 부여했다. 세단에 그 정도 고성능이 어울릴지 말지는 둘째다. 최고를 증명하기엔 숫자만큼 확실한 증표가 없다. 모델 S 플래드는 증명했다. 가속력만이라면 정점에서 군림한다. 예전에도 지금도 변함없다. 항상 경이로운 숫자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No5. 벤틀리 벤테이가

‘벤테이가’를 처음 탔을 때를 기억한다. 벤틀리의 귀족적 미감이 안팎에 가득했다. 한국의 도심보다 유럽 귀족의 대저택 앞이 더 어울렸다. 아니, 어디에 서 있듯 그런 배경을 상상하게 했다. 원래 벤틀리 모델이 그렇긴 하다. 그럼에도 벤테이가는 SUV라는 크기에서 오는 강렬함에 그 느낌이 더 진했다. 각 부분마다 자동차를 넘어 공예의 영역으로 확장했달까. 자동차가 자동차 이상의 무언가를 전한다는 건 그 자체로 풍요로움을 품었다는 얘기다. 운전석에 앉아 여정을 떠나는 내내 그 풍요로움은 몸을 감쌌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정말 실내 전체를 두른 공예품 같은 고급 가죽이 몸을 감쌌으니까. 2024년형 벤테이가는 더욱 풍성해졌다. 우선 라인업에 신규 외장 색을 여덟 개나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고를 수 있는 외장 색은 총 112개. 자동차 외장 색에 112개까지 필요할까. 이런 질문은 벤테이가 앞에선 무의미하다. 원래 최고를 지향할수록 디테일에 강한 법이다. 정체성을 담은 자신감이다. 선택 사양으로 고를 수 있는 자세 조정 시스템도 같은 맥락이다. 시트 표면이 압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3시간 동안 시트 자세를 177가지로 바꿔 피로감을 낮춘다. 과하다. 과해서 흡족해진다.

 

No6. 메르세데스-AMG S 63 E-퍼포먼스

역대 ‘S-클래스’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AMG에다가 E,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더한 결과다. 최고 출력은 802마력. 시속 100㎞까지 3.3초면 족하다. S-클래스는 대형 세단의 대명사다. 커다란 차체를 움직이려면 넉넉한 출력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802마력은 과하다. 최대 토크는 무려 124.3㎏·m다. 전기모터를 덧붙이니 이렇게 무지막지한 출력을 뽑아낸다. 무지막지한 출력이 고급 대형 세단에 어울릴까.

 

과한 면은 있지만 의외로 고급스러움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한 대로 여러 가지 즐거움을 즐기게 한달까. S-클래스는 기본 안락하다. 거기에 성능을 더 얹었으니 호쾌하다. 고성능 배지를 부여한 만큼 디자인에서 합당한 장식도 했다. AMG다운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매혹적이다. S-클래스는 긴 세월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분하지만, 그 이상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S 63 E-퍼포먼스’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과해서 더 특별하니까.

 

No7. BMW XM

고성능은 럭셔리와 어떻게 이어질까. ‘XM’에는 BMW의 이런 고민이 담겼다. M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다. 세단에 고성능을 접목해 ‘양의 탈을 쓴 늑대’로 군림했다. 당시에는 세단과 스포츠성은 양립하기 힘들었으니까. 그 자체로 특별한 자동차가 됐다. 이젠 다르다. 세단은 물론 SUV에서도 고성능이 제한 없이 담긴다. 고성능이 흔해졌다기보다 고성능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BMW는 M의 확장성을 고려해 럭셔리를 택했다.

 

고성능 모델은 애초 값이 비싸니 자연스레 연결고리도 있다. XM은 M의 시작을 알린 스포츠 쿠페 M1 이후 두 번째 M 전용 모델이다. M의 역사상 의미 있는 모델이란 뜻이다. 그런 모델인데 장르가 세단이 아닌 SUV다. 게다가 파워트레인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고성능 세단의 대명사인 M으로선 파격이다. 기존 M 모델과 다른 가치를 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XM은 도발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실내가 돋보인다. 특히 실내 천장을 프리즘 형태로 구현하고 알칸타라를 덮었다. 시트의 색상과 질감도 화려하다. 그렇게 XM은 부티크 호텔의 라운지처럼 넘치는 화려함을 품었다. 물론 M답게 화끈한 성능도.

 

No8.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

순도 높게 고성능을 즐기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힘센 엔진과 경량 차체, 고성능을 증폭할 특별한 장치. ‘아투라 스파이더’는 모두 충족한다. 3.0ℓ V6 트윈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심장은 뜨거운 출력을 뿜어낸다. 시스템 출력 700마력이면 어디 가서 주눅 들 숫자는 아니다. 경량 차체는 맥라렌의 자랑인 카본 경량 아키텍처로 구현했다. 같은 출력이면 무게가 덜 나갈수록 민첩해진다. 민첩할수록 운전할 때 짜릿함은 자연스레 커진다.

 

아투라 스파이더는 후면 구조를 새로 설계해 전동식 하드톱을 품고도 무게를 극도로 제한했다. 쿠페와 무게 차이는 단 62㎏. 1457㎏ 차체를 휘두르기에 700마력은 차고 넘친다. 잘 벼린 칼을 다룰 때의 긴장과 설렘을 즐기게 한다. 고성능을 증폭할 장치로는 하드톱을 들 수 있다. 지붕을 열면 자동차의 포효가 더욱 생생해진다. 실내에 스미는 배기음과는 질감이 다르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아투라 스파이더의 합주를 지휘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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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 로터스 엘레트라

예전 로터스는 절제미가 돋보였다. 경량 스포츠카라는 순수함을 향해 나아갔다. 고배기량 엔진보다 경량에 집중해 로터스만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제 로터스는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났다. 그동안 경량을 고집하며 덜어낸 만큼 이젠 아낌없이 더하기로 했다. ‘엘레트라’는 그런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럭셔리 대형 전기 SUV는 절제보다는 과잉이 미덕이니까. 엘레트라는 크기부터 출력, 안팎 질감까지 풍요를 지향한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엘레트라 R’은 선포 같은 고성능을 품었다. 전기차 브랜드로서 로터스가 사람들에게 각인될 만큼 인상적인 숫자들이 즐비하다. 최고 출력 918마력과 최대 토크 100.4㎏·m.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2.95초. 듀얼 모터 시스템으로 구현한 가공할 숫자들이다. 출력만 아낌없이 더한 게 아니다. 고성능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안팎도 구현했다. 예전 로터스 모델을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이라면 눈을 의심할 편의 장치가 수두룩하다. 질 좋은 가죽을 두르고, 첨단 디지털 장치를 구비했다. 그동안 절제했기에 변화 폭이 더 크다. 제한 없이 최고급을 향해 달려간다.

 

No10. 포르셰 911 터보 S

브랜드에서 정점에 선 모델은 면면이 차고 넘친다. 포르셰의 정점은 ‘911 터보 S’가 맡는다. 물론 포르셰는 스포츠카 브랜드인 만큼 각 모델 모두 고출력을 자랑한다. 정도 차이는 있을 뿐 어느 하나 모자랄 리 없다. 그럼에도 숫자는 어쩔 수 없이 순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911 터보 S의 숫자는 2.7.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얘기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품은 서킷 머신 ‘911 GT3’도, 출력 뽑아내기 수월한 ‘타이칸’도 그보다 0.1초라도 늦다.

 

그렇게 911 터보 S는, 의도적이자 전략적으로 포르셰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로 군림한다. 포르쉐에서 터보는 그런 위치를 고수해 왔다. 전통을 중시하는 브랜드일수록 이런 규칙에 엄격하다. 그만큼 911 터보 S를 탄다는 건 포르셰의 기술력을 정점에서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911 터보 S의 론치 컨트롤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고 브레이크를 밟은 왼발을 떼던 그 순간, 아주 잠깐 시공간이 달라졌다. 과해서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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