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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기개발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에 숨겨져 있던 비밀 (feat. 참가자 총 653명)

by 트렌디한 일반 상식 202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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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실험의 결과에 숨겨져 있던 비밀 (feat. 참가자 총 653명)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에 숨겨져 있던 비밀 (feat. 참가자 총 653명)

 

‘마시멜로 실험’을 아시나요? 1960년대 초반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이 고안한 실험입니다. 실험자는 3~5세의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 한 접시를 놓고 말합니다.

 

“마시멜로를 먹고 싶으면 지금 먹어도 괜찮아. 하지만 15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더 줄게.”

 

실험자는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웁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 동안 끝까지 기다린 아이도 있었고, 반대로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과 먹은 아이들이 각각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했던 미셸은 십수 년 후, 이들에 대한 추적조사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 마시멜로를 ‘참은 아이’는 ‘먹은 아이’보다 전반적인 성장 과정에서 더 우수한 발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지속된 추적연구에서도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은 각종 사회 부적응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반면, ‘참은 아이’들은 비교적 무난하고 성공적인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로 자기 통제(self-control)와 의지력(willpower)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는 많은 비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는 총 653명이었는데, 이들은 스탠퍼드대 부설 유치원에 재학 중이었으며 대다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가정 출신이었습니다.

 

또한 추적조사는 원래 실험에 참여한 653명 중 1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중 단 94명만이 SAT 점수를 제출했습니다. 초기 조사에 사용된 표본의 절반 미만이 사용된 것이므로 편향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고 애초에 추출된 표본 자체도 편향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미국 뉴욕대학교의 심리학자 타일러 와츠(Tyler Watts)는 동료들과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타일러는 만 4세 정도의 어린이 918명을 대상으로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뒤, 15세 때 성취도를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 중 500명 정도의 어린이는 어머니가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가정 출신으로 표본을 설정했습니다.

 

타일러가 진행한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는 청소년기의 성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경제적 조건이나 사회적 배경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타일러가 진행한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 자아정체감(Ego Identity)*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자아정체감(Ego Identity)이란?

자아정체감은 한 개인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개념으로 자신에 대한 일관된 믿음과 감각, 즉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안정적인 인식을 의미합니다. 자아정체감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 개인의 경험, 가치관, 목표 등을 통해 형성됩니다.

 

자아정체감은 특히 청소년기에 형성해야 할 중요한 발달과업이며 심리학자 에릭 에리슨(Erik Erikson)의 발달이론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아정체감은 부모와의 관계를 중심 하여 발달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진 부모는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아정체감의 형성은 부모와 같은 유의미한 타인의 보상행위와 동일시 또는 반복된 관철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청소년의 자아정체감 형성과 발달에 가정환경이 핵심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일러의 실험에서 주목할 점은 ‘가난한 어린이는 눈앞의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어치우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를 더 주겠다는 어른의 말을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불신이 깔린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는 기회가 있을 때 ‘일단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부모의 소득이 낮은 어린이일수록 불안정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자아정체성이 불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확실하게 보장된 미래가 없는 불안한 아이들에게는 마시멜로가 눈앞에 있을 때 먹는 것이 이득입니다. 실제로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장기 계획보다 단기적 보상에 더 집착한다는 여러 증언과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자아정체감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애정과 보호를 받으며 부모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정 내의 인간관계에서 발달합니다. 따라서 마시멜로 실험에 개인의 통제력과 의지력이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생각보다 희미할지도 모릅니다. 타고난 기질이 동일하다 해도 이는 개인의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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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연 개인의 가정환경만이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를 뒤집었을까요?

우리는 마시멜로 실험이 진행된 1960년대와 현재를 비교하여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의지력의 비율이 감소한 원인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2018년 취업플랫폼 업체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남녀 1,336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수저계급론은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90.3%)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에 대해서도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 및 재력이라는 응답(37.1%)이 개인의 역량(18.1%), 인맥(11.5%), 성실성(10.4%), 학벌(8.3%)과 같은 개인의 노력과 관련된 요인들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2018년 영국의 경제학자 벨필드(Clive R. Belfield)의 연구팀은 동일 기관에서 동일 수준의 능력(학력 및 전공)을 보유했더라도 부모의 자산에 따라 자녀의 미래 소득에 있어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2022년 한국경제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자산 규모가 상위 50% 이내에 속하는 부모를 둔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대기업의 정규직 일자리에서 첫 직장경력을 시작할 확률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부모가 1 분위 및 2 분위에 속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경우에 비해 최상위 분위에 속한 부모를 둔 자녀가 양질의 첫 일자리를 찾을 확률이 각각 7.6% p 및 6.7% p 높으며 이러한 결과는 5% 및 1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그렇다면 부모의 재력은 자녀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일까요?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허황된 이론에 불과한 것일까요?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1968)과 타일러의 재현실험(2018)에는 약 50년의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에 있어서 의지력의 비율이 감소한 원인에는 사회의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미셸의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가 성장한 기간(1970~90년대)과 타일러의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가 자랐던 기간(2000년대)의 사회 분위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부의 대물림과 가난의 대물림으로 부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개인의 노력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구조로 고착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수저계급론이 대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미셸은 본인의 마시멜로 실험이 성공할 아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습니다. 그는 아이의 의지력은 타고나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교육과 노력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후천적으로 길러진 의지력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오늘날의 사회를 본다면 미셸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된 지금, 가뭄이 든 개천에 시원한 단비가 내리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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