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와디즈에서 경영의 체계를 잡아준다 등등 후킹으로 노션 템플릿, 엑셀 템플릿 파는 펀딩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은 결과적으로는 사업의 구조화라는 점에서 매뉴얼과 템플릿은 같아 보이지만 과정으로는 정 반대의 효과다.
조직의 규칙을 정하는 것,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의 모든 조직개발 컨설팅의 결과물은 바로 '매뉴얼' 만들기로 귀결된다. 그런데 그렇게 큰 투자를 해서 만든 매뉴얼이 왜 현장에서는 동작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남이 만든 규칙'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을 전문가라는 남이 만들어서 시키는 대로 하라면 대부분 그대로 흉내는 내지만 내재화가 되기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칙을 만드는 그 과정에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여 협의를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회사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나는 조직개발과 관련해서 교육, 컨설팅, 퍼실리테이션을 각각 수백번씩도 넘게 해 봤지만 그중에서 가장 효과가 큰 방식은 퍼실리테이션이었다. 강의나 컨설팅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즉 조직개발의 근간이 되는 Work way를 만드는 것은 disorganized 상태에서 경영진의 명확한 디렉션과 전문가의 가이드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치열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합의하는 방식이 효과성이나 내재화에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즉, 경영진의 디렉션은 있으나 기본 방향은 Bottom-up이어야 한다.
그럼 템플릿 방식은 무엇이냐하면 주어진 템플릿에 맞추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방식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욕하면서도 주입식 교육을 선호하고, 입으로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탑다운을 선호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수동적으로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템플릿대로만 하면 얼마나 그에 맞춰서 했는지만 보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템플릿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사고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내가 템플릿 위주의 교육이나 컨설팅을 반대하는 이유다.
더 근원적인 질문은 템플릿이 수단이냐 목적이냐는 것이다. 이것이 보다 좋은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한 보조적인 도구가 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것을 도입한다고 조직이 개선된다고 믿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솔루션을 도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솔루션을 통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진짜 질문이다.
요약하자면, 제로베이스에서 토론과 협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은 매뉴얼이어야 한다. 하지만 템플릿을 던져놓고 그에 맞춰서 일하라는 것은 편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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