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단어들입니다. 함께 다니는 말로 '거수기'나 '고무도장(rubber stamp)', '패싱' 같은 게 있죠. 며칠 전 금융감독원의 발표 직후에도 같은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주인공은 우리금융 이사회였습니다. M&A와 같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당한 사실이 확인됐거든요. 우리금융은 지난해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규에 따르면 이렇게 중요한 경영사항을 추진할 때는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진행하고, 내용을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안건은 위원회 개최 전부터 일찌감치 이사회에 상정됐습니다. 심지어 리스크위원회는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는 당일 이사회와 20분 간격만 두고 열렸어요.
당시 주식매매계약서엔 '금융 당국의 자회사 편입 불허시 계약금을 몰취(沒取)한다'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금융 당국이 인수를 허가하지 않으면 지불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건데요. 이 계약금이 인수가액 1조 5493억 원의 10%인 1550억 원이나 됩니다. 이런 무거운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것을 두고 이사회에서 공식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어요. 결정은 경영진이 하고, 이사회는 손만 들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KB국민은행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습니다.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부코핀 은행에 대한 2000억 원 규모 유동성 지원을 이사회 보고 없이 결정했거든요. 송금 당일 아침이 돼서야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만 이사회에 보고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도 나중에 열었습니다.
물론 견제와 감시 역할에만 집중하는 이사회도 바람직하진 않을 겁니다. 경영진의 발목을 잡거나, 소모적인 논쟁을 늘리는 이사회 역시 존재하긴 하죠. 하지만 실존하는 조직, 그것도 이사회라는 커다란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리라면 적어도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는 말을 들어선 안 될 겁니다.
오늘은 바람직한 이사회의 관여 수준, 경영진과의 소통 방법에 대해 다룹니다. 핵심은 안건별로 이사회가 관여하는 수준을 사전에 조절하는 겁니다. 크게 소극적, 멘토, 파트너, 통제 등 4가지 수준의 모드를 두고, 이사회가 경영진과의 소통 하에 안건에 가장 적합한 모드를 자유롭게 오가는 식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의 아티클을 읽어보시면서 이사회가 최고의 모습으로 거듭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유명무실 말고 '유명유실' 이사회로
거버넌스 관행 연구 결과 대부분의 이사회는 의사결정 유형이나 중요도에 관계없이 항상 단일한 관여방식을 유지한다. 이런 유연성 부족한 태도는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이사회의 효과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글은 이사회가 신의성실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경영진과 애자일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단계별 거버넌스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사회는 경영진은 다양한 형태로 관여한다. 핵심은 협상, 전략 결정, 기타 상호작용의 핵심 정보를 경영진과 이사회 중 누가 갖고 있는가에 달렸다.
① 소극적 모드 : 경영진이 의사결정에 거의 전적인 재량권을 행사한다. 경영진은 이미 내린 결정을 '프레젠테이션'할 뿐, 다른 정보나 대안을 거의 제시하지 않는다. 이사회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주요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며, 이의 제기도 하지 않는다.
② 멘토 모드 :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경영진에게 있지만, 이사회가 다양한 옵션에 대한 논의에 초기부터 참여한다. 경영진은 이사회에 조언을 구하고, 이사회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한다. 이사회 회의는 경영진 프레젠테이션보다 이후의 토론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③ 파트너 모드 : 이사회 멤버는 대개 각자의 전문지식을 갖고 토론에 적극 임한다. 다만 파트너 이사회는 멘토 이사회와 달리 조언 제공 이상의 역할을 한다. 경영진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승인한다. 의사 결정은 이사회와 경영진의 협상이며, 이사회는 실행을 면밀히 감독한다.
④ 통제 모드 : 이사회는 거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다. 경영진은 프로세스에 참여하지만 최종 결정은 이사회가 내린다.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경영진은 정보 우위를 이용해 이사회를 선호 제안으로 유도한다. 일부 이사회는 이 모드를 과도하게 적용해 비전략적 이슈에 귀중한 회의 시간을 소모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거버넌스 교육에 참여한 이사들이 작성한 400건의 보고서를 분석하고 많은 이사들을 인터뷰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 이사회는 당면 의사결정이나 주변 상황에 관계없이 단일 모드를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이사회 중 9% 만이 두 가지 이상 모드로 경영진과 소통했다. 또한 안타깝게도 소극적 모드가 전체 46%로 가장 일반적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이사회 거의 절반이 M&A 거래, 이사회 안건, 심지어 이사 임명 등 중요 사안에 대해 고무 도장 역할을 하며 경영진에게 의사결정을 미뤘다. 다음은 통제(19%) 모드였고, 멘토(14%), 파트너(12%) 모드가 가장 저조했다.
두 가지 이상 관여 모드를 채택한 이사회도 대개 소극적 모드와 통제 모드를 오갔고, 멘토와 파트너 모드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멘토 또는 파트너 모드를 적절히 활용하면 회사와 주주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사회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론장 역할을 하고, 주요 전략적 의사결정의 계획을 스트레스 테스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애자일 이사회의 핵심은 의사결정에 따라 적절한 관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경영진과 단일한 관계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관여하는 다양한 관계 모드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정의해야 한다.
즉, 주어진 안건에 관해 어떤 모드를 택할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가치에 미치는 영향, 이해 상충, 조직의 미션에 주는 함의, 인재와 역량 등이 주로 영향을 미친 요인이었다. 이 같은 요인을 두고 조직이 직면한 주요 의사결정의 목록을 검토한 다음 안건별로 기본적인 관여 모드를 설정해야 한다. 상황이 바뀔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의 논의를 통해 특정 안건에 대한 기본 관여 수준을 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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