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미국 화가이자 영화 프로듀서, 팝아트의 거장이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사회 인식과 달리 현대미술에서 그는 예술적으로 대중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술가다. 팝아트란 대중문화적 이미지를 미술 영역으로 적극 수용한 구상미술의 한 경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 코카콜라는 대중문화 속에 접목되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Q: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 흰색 화면에 검은색 코카콜라 한 병이 그려져 있고 콜라 병목 높이의 오른쪽 공간에 코카콜라 로고 글씨가 따로 적혀 있네요. 그림이 워낙 단순해 따로 이미지 설명을 안 해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A: 화면에 보이는 코카콜라 한 병과 그 옆에 적힌 ‘코카콜라’라는 글자가 이 작품의 전부예요.
Q: 특별한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작품이 너무 쉽고 간단한 것 아닌가요?
A: 앤디 워홀의 작품은 대체로 이렇게 이미지가 간단명료한 것이 특징으로 일명 팝아트(Pop Art)라고 해요. 팝아트는 대중예술을 뜻하는 파퓰러 아트(Popular Art)를 줄인 말이에요. 말 그대로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제작된 대중적 작품을 말해요. 그래서인지 앤디 워홀 작품의 소재는 대부분 우리가 아는 쉬운 것들이고 무엇을 그렸는지 관람객들이 한눈에 알 수 있어요.
Q: 미술작품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제작했다는 말씀을 들으니 대중을 향한 앤디 워홀의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지네요.
A: 앤디 워홀은 이 작품을 제작하고 나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내 미술이 바로 코카콜라 같은 미술이 되길 바란다.”
Q: “내 미술이 코카콜라 같은 미술이 되길 바란다.” 이 말은 자신의 미술이 그만큼 대중적인 것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A: 코카콜라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 볼까요? 미국문화의 상징, 시원하고 톡 쏘는 상쾌함, 독특한 병 모양 등이 아니겠어요? 오늘날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마시는 기호음료 코카콜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자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었다네요. 그리고 코카콜라는 작품이 제작된 1960년대 당시도 대중들이 즐겨 마신 음료였어요.
콜라 애호가로 유명한 인물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현재의 조 바이든 대통령, 워런 버핏 등 셀럽들이 많은데 이 유명인사들 외에도 평범한 회사원이나 노동자부터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층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겠죠. 그럼 노숙자가 마시는 콜라와 대통령이 마시는 콜라는 맛이 다를까요? 또는 재벌 회장님이 5성급 호텔에서 마시는 콜라와 오늘 방송을 마치고 제가 친구와 삼겹살집에서 마시는 콜라는 맛이 다를까요? 한마디로 신분이 높든 낮든, 돈이 많든 적든 누구나 공평하게 같은 맛을 즐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앤디 워홀은 자신의 미술이 코카콜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랐던 거예요.
Q: 그런데 콜라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으니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사 먹을 수 있지만 미술작품은 성격이 좀 다르지 않나요?
A: 그래서 앤디 워홀이 자신의 미술을 코카콜라처럼 대량생산할 방법을 고안해 낸 거예요.
Q: 미술작품을 코카콜라처럼 대량생산한다고요?
A: 앤디 워홀은 미술작업실에 아예 ‘아트 공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거기에 자신이 고용한 조수들을 ‘예술노동자’라고 주저 없이 불렀어요. 그리고 작품을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팔기 위해 작품 한 장 한 장을 공들여 그리는 기존 방법 대신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기법의 인쇄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어요. 코카콜라가 대량생산되듯 미술작품도 대량생산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이런 미술을 ‘대중미술’이라는 뜻의 팝아트라고 부르는 거예요.
Q: 작품을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보급하는, 대중을 위한 미술이라는 점에서 팝아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앤디 워홀의 다른 작품들처럼 그의 작품은 추상화를 볼 때처럼 뭔가 깊이 있게 보고 생각해 내야 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은데요.
A: 그 점도 앤디 워홀 팝아트의 특징이에요. 그는 ‘대중은 누구나’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시했어요. 소수의 특정 전문가나 탁월한 지성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작품이라면 각계각층의 관람객을 아우르는 팝아트라고 할 수 없겠죠. 사실 앤디 워홀이 활동하던 시기는 미국에서 추상미술 작품이 최고의 미술로 인정받던 때였어요. 그러나 사실 추상미술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렵거나 대중들이 소유할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싼 작품에 대항해 대중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고 향유하기 쉬운 예술이 바로 팝아트가 추구하는 강령이에요. 그리고 그 한가운데를 버티고 서있던 인물이 앤디 워홀이고요. 오늘 보시는 코카콜라는 그런 앤디 워홀의 예술관을 가장 정확히 대변하는 작품이에요.
Q: 그러고 보니 앤디 워홀은 주관도 뚜렷하고 시대를 앞서 내다본 감각적인 예술가 같아요.
A: 그런데 예술계처럼 배타적 성향이 심한 세계에서 기존 사조를 거슬러 시대를 앞선 작품 활동을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앤디워홀이 단순하고 쉬운 이미지의 구상작품을, 그것도 ‘아트 팩토리’에서 대량생산해 내는 것에 대해 당시 엄청난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어요. 게다가 앤디 워홀은 순수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디자인을 전공한 상업 디자이너 출신이었거든요. 앤디 워홀은 디자이너가 예술에 대해 뭘 안다고 설치느냐는 비아냥도 묵묵히 감수해야 했어요. 그러나 사회는 대중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대중의 시대에 이미 들어섰기 때문에 그 모든 비난에 굳이 맞서지 않아도 앤디 워홀은 예술가로서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거예요.
Q: 역시 시대정신을 올바로 읽어낸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대중이 힘을 가진 대중의 시대여서 앤디 워홀의 인기가 여전한 거겠죠?
A: 당연하죠. 오늘날에도 앤디 워홀 작품의 인기는 장소를 불문하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잖아요? 그리고 아무리 미술을 모르는 문외한도 앤디 워홀 이름 정도는 아니까요. 그런데 팝아트를 대변하는 이 「코카콜라」 작품을 우리나라 방식대로 바꿔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우리나라 방식으로요? 어떻게 바꾸고 싶으신가요?
A: ‘소주 같은 미술’ 어떨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소주를 즐겨 드시잖아요? 오늘 고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삼겹살집에서 제가 친구들과 편하게 한 잔 나누는 소주나 부자 사장님들이 고급 횟집에서 마시는 소주나 술맛은 똑같잖아요. 그만큼 소주는 전 계층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술 아닌가요? 심지어 길에서 노숙하시는 분들도 소주를 찾지만 사회적 신분이 높은 분들도 친근하게 찾는 술이 소주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팝아트를 ‘소주 같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게 우리에게 더 와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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