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림 오른쪽 남성이 몹시 못마땅해하는 표정이고 그림 뒷부분에 남녀 한 쌍이 있는 것 같은데 먼저 이미지 설명부터 간단히 해주시죠.
A: 이 작품 「질투」는 뭉크 자신이 32세 되던 1895년 캔버스에 유화로 제작한 것으로 가로 1m, 세로 67cm의 작품이에요. 화면 오른쪽 앞에 아나운서께서 말씀하신 대로 뭔가 못마땅한 표정의 남성 얼굴이 우리 관람객 쪽을 향하고 있는데요. 그의 눈빛을 자세히 보면 관람객과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피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남성과 대조적으로 화면 왼쪽 뒤편에 한 쌍의 남녀가 마주 보고 있죠. 여성은 붉은 드레스를 걸쳤는데도 민망하게 알몸을 상대방 남성 앞에 다 드러내고 있고 남성은 그녀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어요.
이들의 뒷배경으로 사과나무에 붉은 사과가 열려 있고 여성은 오른손을 뻗어 사과를 따는 듯 보이고 왼손은 뒤로 감추고 있어요. 그리고 남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옷 밖으로 노출된 여성의 몸도 발그스레 달아오른 듯 붉은 색조로 그렸어요. 뭉크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 작가 뭉크가 이 그림에서 워낙 적나라하게 감정 표현을 했기 때문인지 누가 보더라도 뭉크가 느꼈을 ‘질투’라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이 질투를 상당히 나쁜 감정으로 생각해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질투가 전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질투라는 감정이 있을 거예요. 정도 차는 있겠지만요.
Q: 하지만 누군가에게 질투가 난다고 그를 괴롭히거나 함정에 빠뜨리면 안 되잖아요?
A: 물론 저도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런 행동은 너무 비겁하고 못난 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질투라는 감정 자체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본능이에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질투는 유전자의 생존을 도와주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네요. 그래서 이 본능적인 유전자인 질투 덕분에 우리 인류는 이 땅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예요. 질투는 우리가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감정이에요. 하지만 질투에 휩싸여 불행을 자초하면 안 되겠죠. 어떤 일이든 지나치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질투는 예술가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굉장히 좋은 원동력이 돼요. 지금까지의 예술사를 볼 때 이 질투는 예술가들에게 새롭고 다채로운 작품을 탄생시킨 힘이 되었어요. 대표적인 예가 지금 보시는 뭉크의 「질투」 예요.
Q: 이 ‘질투’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좋은 역할도 많이 하네요.
A: 뭉크의 「질투」를 보면서 질투하는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한 뭉크의 천재성에 놀라게 돼요. 오른쪽 하단에 그려 넣은 질투하는 자신의 표정을 보면 질투에 휩싸인 남성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요. 특히 남성의 눈은 관람객과 마주치지 않아요. 질투는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이어서 그럴까요? 얼굴 표정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죠. 또한, 왼쪽 상단에 얼굴과 몸이 벌겋게 달아오른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한 에로틱한 감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빨간 드레스를 걸친 여성이 오른팔을 뻗어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계율을 어기고 원죄를 짓는 광경을 연상시켜요. 뭉크는 이 그림 속 여인을 사랑했기 때문에 이들의 사랑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기도 싫지만 그림 뒤편에 등장하는 남녀가 사랑하는 연인이라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뭉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질투하고 스스로 삭이는 게 전부였을 거예요.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에 대해 뭉크는 이 「질투」라는 작품으로 승화시켜 우리에게도 공감과 위로라는 선물을 남겼어요.
Q: 이 작품 「질투」는 뭉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라고 하셨으니까 이렇게까지 뭉크를 괴롭히고 사랑의 고통을 느끼게 했던 이 작품 속 모델은 실존 인물이었겠죠?
A: 실존 인물이었어요. 이 여인은 뭉크의 어린 시절 고향 친구였던 다그니 유을(Dagny Juel)로 뭉크가 베를린에서 활동할 때 때마침 음악 공부를 위해 베를린으로 유학 온 여자 친구였어요. 다그니는 지성적이고 성격도 쾌활하고 성품도 따뜻했다네요. 거기에 용모도 아름다워 뭉크의 좋은 모델이 되어주었어요. 특히 뭉크의 대표작 「마돈나」의 아름다운 모델도 바로 다그니예요. 뭉크는 베를린에서 다그니를 만나 그녀에게 푹 빠졌는데요. 이 다그니를 자신이 함께 하던 지성적 예술가 모임인 ‘검은 돼지’에 소개했는데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그 모임에 있던 다른 남성 두 명이 동시에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뭉크까지 세 명이네요. 다그니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세 명의 남성 중 폴란드 출신의 상징주의 극작가 프시비지예프스키와 사랑에 빠졌고 이에 충격받은 뭉크는 자신이 소개해준 친구와 다그니의 사랑을 원망하고 질투하게 된 거예요.
Q: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가 막 화가 나려고 하네요. 내가 소개해준 친구와 다그니가 어떻게 애인이 될 수 있나요? 완전 배신 아닌가요?
A: 당연히 배신감을 느꼈으니 이런 감정을 표현했겠죠. 다섯 살 때 엄마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주던 한 살 많은 누나마저 13세 때 병으로 떠나보낸 뭉크는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고 여성들에게서 위안을 받곤 했는데 이 다그니에게서 만큼은 모성적 사랑을 깊이 느꼈다네요. 그러던 그녀가 뭉크의 친구와 결혼하자 뭉크가 느낀 절망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 감정은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 친구 프시비지예프스키에 대한 질투로 나타났던 거예요. 뭉크의 그런 감정이 극대화되어 표현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에요. 뭉크는 사랑의 이런 아픔과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었지만 다그니와 프시비지예프스키 커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불행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어요.
Q: 사람 가슴에 그렇게 대못을 박고 갔으면 잘 살아야지 불행했다니 그건 또 무슨 얘기인가요?
A: 사실 다그니가 매우 안 좋은 선택을 한 거예요. 폴란드 출신 극작가였던 프시비지예프스키는 원래 아내와 아이가 두 명 있던 유부남이었어요. 전 부인과 이혼하고 다그니와 재혼한 거였어요. 다그니도 그걸 알면서 결혼했고요. 그런데 다그니의 남편 프시비지예프스키가 새로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다그니를 버린 거예요. 이때 다그니는 이 남편의 아이가 두 명 있었고요. 그런데 다그니의 불행은 더 커졌어요. 남편과 헤어진 다그니는 자신의 34세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자신의 아이 두 명과 여행을 갔어요. 그리고 여행 중 묵은 호텔에서 자신의 젊은 애인이 쏜 총에 맞아 허망하게 죽었다네요. 다그니를 친구에게 빼앗기고 그녀의 불행한 소식을 들었을 때 뭉크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뭉크는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가장 절친이던 친구와 결혼한 다그니가 불행한 삶을 살다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사건들을 차례로 접할 때마다 느꼈을 극단적인 아픔들을 매번 작품으로 남겼고 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질투」 예요. 그래서 뭉크의 작품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그것을 승화시킨 분명한 흔적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작품을 보면서 상처, 아픔, 사랑, 위로 등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이 작품에서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의 기능이죠.
Q: 끝으로 이 작품 「질투」를 통해 우리가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A: 뭉크가 이 「질투」에서 표현했듯이 아픔, 고통, 배신감, 고독, 슬픔, 수치심 등은 모두 사랑에서 오는 감정이에요.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으면 되는 걸까요? 그 해답은 여러분이 각자 생각할 몫이겠죠. 하지만 누군가가 제게 묻는다면 “아파도 사랑하자”라고 대답할 거예요.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사랑하는 게 진짜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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