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1936~1937년 사이에 벌어졌던 스페인 내전 당시 인민전선을 지지했다. 이때 독재자 프랑코 총통은 나치의 폭격기를 동원해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게르니카를 폭격했다. 이들은 3시간 동안이나 폭탄을 퍼부어 약 2천여 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9백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피카소는 초인적인 예리한 시각과 독자적인 스타일로 게르니카 벽화를 한 달 만에 완성해 비극적인 전쟁의 잔학상을 고발했다.
Q: 피카소 하면 입체파의 거장이라는 표현이 떠오르고 그의 대표작 「게르니카」는 미술 교과서에서도 봤던 작품이에요. 오늘은 잘 아는 작가, 잘 아는 작품이어서 그런지 더 기대되네요.
A: 이 작품은 20세기 ‘현대미술의 제왕’인 스페인 작가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미술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데 1937년 유화로 그렸어요.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저도 직접 가 봤는데 작품이 엄청 커요. 가로 약 7.8m, 세로 약 3.5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작이죠.
Q: 가로 길이가 7.8m, 거의 8m에 가깝네요. 피카소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의 경우에서도 이렇게 큰 유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요?
A: 1937년 피카소는 스페인 정부로부터 파리에서 개최되는 세계박람회 스페인관에 전시할 그림을 제작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서 벌어진 참상을 담아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거예요.
Q: 게르니카에서 어떤 참상이 발생했나요?
A: 1937년은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때로 독재자 프랑코를 지지했던 나치군이 스페인 게르니카 일대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무고한 양민 약 2천 명이 사망했어요. 사실 이 그림만 봐서는 게르니카 학살이 쉽게 떠오르지 않죠. 게르니카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나 깃발도 없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네요. 한마디로 게르니카에서 발생한 사건의 정치적 중요성보다 개인적인 감정 표현에 너무 치우쳤다는 평가 일색이었죠. 사실 피카소는 이 그림을 통해 단순히 게르니카의 참상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Q: 그럼 피카소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A: 피카소는 게르니카의 참상을 계기로 인간의 내면에 숨은 폭력적 야수성과 그로 인해 죽어가는 존재들의 절망과 고통, 공포를 일반화해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인간의 이런 실존상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담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런 점이 「게르니카」가 지닌 우수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그럼 작품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A: 이 그림을 보면 왼쪽 상단에 황소가 있고 황소의 턱 밑에 죽은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여인이 보이죠. 그리고 중앙 아래에는 저항하다가 쓰러진 청년을 짓밟는 군화와 부르짖는 군마가 있어요. 그리고 한 손에 칼을 들고 죽은 청년의 손에 쥔 작은 꽃과 여성의 손에 들린 촛불은 결코 놓아선 안 될 희망의 염원을 담은 듯하죠. 그리고 전체적으로 회색으로 채색된 색감이 학살의 잔혹함과 참상을 떠올리게 해요. 하지만 ‘소는 소이고 말은 말일 뿐’이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각 상징물에 대한 정답은 없어요. 여러분 각자 느낀 대로 해석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이 그림이 유명한 만큼 해석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겠네요.
A: 「게르니카」 해석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다양한 해석이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고발하려던 피카소의 의도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피카소는 예술을 통해 당시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Q: 예술을 통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20세기 최고 작품이라는 이 「게르니카」가 21세기 우리 사회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A: 현재 뉴욕 UN 안보리 건물 벽면에 이 「게르니카」를 태피스트리로 재현한 그림이 걸려 있는데 록펠러가 평화의 상징으로 기증한 작품이에요.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 9 11테러에 대한 복수로 이라크 침공을 결정하고 국방부 장관이 2003년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당시 UN에서는 배경으로 걸린 「게르니카」 그림을 커튼으로 가렸어요. 이 해프닝 때문에 세계는 참담한 고통을 불러오는 전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어요.
Q: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되고 재미있었어요. 「게르니카」를 통해 우리가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A: 몇 년 전 저는 「게르니카」를 보기 위해 스페인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아침 일찍 소피아 미술관에 도착해 이 그림을 만난 순간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네요. 이 땅에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전쟁의 참상이 천재 화가 피카소의 열정을 통해 나타난 그 장면들이 생생히 가슴에 와 닿았어요. 이렇게 예술은 세상에 작은 울림들을 만들고 그 울림들이 결국 거대한 힘을 만들어 이 세계의 행복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 세계의 일을 예술이 담당하고 예술 특유의 부드러운 속성은 물과 같이 이 세계를 강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꼭 「게르니카」가 아니더라도 이런 속성은 모든 예술이 지닌 특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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