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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feat. 언어는 무의식의 가능조건)

by 트렌디한 일반 상식 2024.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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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feat. 언어는 무의식의 가능조건)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feat. 언어는 무의식의 가능조건)

 

우리는 지금까지 현대에서 언어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면서 여러 각도에서 언어현상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을 살펴보았다. 인식주체가 이성의 능력을 갖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인식의 대상으로 경험의 장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근대의 주체-객체-관계의 두 자리 모델이 인간경험에 대한 올바른 모형이 될 수 없음을 철학자들은 주장하였다. 그러한 주객관계를 다루는 주체철학은 이제 주체-주체-관계라는 상호주관성에 바탕한 새로운 철학에 의해 해체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대화상황이다. 사유하는 주체는 대화하는 주체로 대치되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자신이 만들지 않은 하나의 세계에 내던져진다. 그 세계에 살면서 그는 그 세계에서 통용되는 삶의 문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그의 사유와 인식의 틀은 그가 배우는 언어에 의해 자리를 잡아간다. 인간이 어떤 사물을 인식할 때, 인식하는 주체와 인식되는 사물 사이에 일대일의 관계가 성립된다고 근대의 주체철학은 생각했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그 자리에는 이해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언어공동체로서의 세계가 함께 있다. 그래서 이제 철학의 모델은 주객의 인식상황이 아니고 말하미가 어떤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상황이 된다. 철학은 언어비판으로, 언어분석학으로, 언어해석학으로, 초월론적 화용론으로, 보편(형식) 화용론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제 인식과 의사소통의 선험인 언어가 철학의 가능조건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는 듯싶다. 인간의 모든 의식행위와 그 성과물을 관장하는 철학에서 언어는 그 밑바탕이 되는 의사소통적 이성이며 생활세계적 이성으로서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렇게 인식, 경험, 사유, 표현 등과 같은 분명한 의식의 영역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위상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런 의식의 영역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을 논의하면서 언어가 무의식의 가능조건임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현대 정신분석학계뿐 아니라 철학계, 인문학계, 예술학계에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라캉(Jacques Lacan)이 바로 그 사람이다.

 

20세기 철학사에 길이 남을 발견의 하나가 ‘몸(육체)의 발견’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고려에 넣어야 할 사항은 ‘무의식의 발견’이다. 프로이트에 의한 무의식의 발견은 20세기 학문의 지형을 바꿔놓는다. 의식철학으로 무장한 주체철학이 자신의 영향력을 뽐내고 있을 때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라는 폭탄선언이 발표된다. 데카르트가 가장 확실한 진리라고 선언했던 “나는 사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사유) 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존재한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될 정도이다.

 

사유존재라고 뽐내며 육체, 감정, 정열, 느낌 등을 무시했던 인간에게 “너는 한낱 욕망의 존재일 뿐”이라고 말해진다.
이렇게 주체의 죽음을 알리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치를 치켜든 구조주의자들이 탐구의 모형으로 택하고 방법론적으로 뒤따른 것도 놀랍게도 “언어학”이다. 레비-스트로스와 라캉이 자신들의 연구에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한 방법은 소쉬르와 그의 추종자들이 열어놓은 구조주의 언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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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은 한마디로 “언어는 무의식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아니카 르메르(Anika Lemaire), 『자크 라캉』, 이미선 옮김, 문예출판사, 1994, <자크 라캉의 서문>, 20.]  언어가 없으면 무의식도 없다고 말한다. 언어에 의해 실재가 재현된다. 언어 없이는 사고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다른 사람들, 자신에 대한 지식은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은 언어의 기표체계 속으로 들어가서 그 체계에 종속된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이 언어체계 속에 진입해서 상징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산경험과 그것을 대체하는 상징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이 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벌어진다. 언어란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의 기관이며 산경험을 나타내는 반성기관이다. 그러나 이 산경험이 언어로 도저히 나타내질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산경험을 항상 ‘합리화’하고 ‘억압’하려는 반성은 결국 산경험으로부터 엄청나게 동떨어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라캉은 언어가 무의식을 형성하는 1차 억압과 동시에 출현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주체에게 자신의 ‘주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수단 혹은 준거를 제공한다.

 

라캉은 무의식이 언어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그에 의하면 무의식의 요소는 실제 언어 연구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법칙들에 따라 작용한다. 정신분석의 경험이 무의식 속에서 발견해 낸 것은 언어의 구조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진실의 모든 효과는 정신과 아무 상관없이 문자에 의해서 생겨난다. 이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정신의 허세가 사라지게 되었다.

 

라캉은 언어학의 모형을 정신분석자료에 적용한다. 그는 주체를 여러 층의 구조로 이루어진 하나의 도형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것은 프로이트가 의식, 전의식, 무의식을 지형학적으로 구분하는 것과 일치한다. 무의식은 의식적이고 투명한 자아-성향으로 가려져 있는 두 번째 구조이다. 무의식은 기표로 이루어져 있다. 무의식의 요소들이 비록 분리될 수 있고 서로 결합할 수 있다 할지라도 이 요소들은 여러 범주와 부분집합들 속에서 정확한 배열의 법칙에 따라 표출된다. 이런 의미에서 무의식은 구조화되어 있다. 그리고 무의식의 구조는 공시적 차원에서 발견되는 언어의 구조와 동일하다. 공시적 차원에서는 언어가 같은 종류의 요소들 속에 놓이게 된다.

 

라캉은 언어에서의 은유와 환유를 각각, 정신분석에서의 압축, 전치와 동일시한다. 압축과 전치는 무의식의 형성물 들 속에서 무의식이 작용하는 두 기제이다.

 

“정신분석에 의해서 분석될 수 있는 증상은 …… 언어의 구조와 동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 이것은 그 구조의 토대를 의미한다. 즉, 그 속에 서로 얽혀 있는 기표와 기의의 두 영역이 명확한 법칙들을 따르도록 해주는 이중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영역’이라는 단어는 총체적인 두 개의 연쇄를 나타낸다. 기표와 기의가 구분되는 첫 번째 요건은 이 두 영역이 결코 축어적으로 동일시될 수 없다는 점이다.”

 

담론의 통시성이 총체적인 의미로부터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는 것은 두 개의 주된 문체론적 효과 때문이다. 즉 은유와 환유에 의해 담론의 통시성이 상대적인 자율성을 얻게 된다. 이 두 문체론적 비유법에 의해 기표들이 대체됨으로써 의미는 문장의 어떤 한 요소에도 문자 그대로 갇히지 않은 채 어디든지 마음대로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은유와 환유는 정확하고 명확한 언어학의 법칙에 따른다. 은유에서는 한 기표가 의미가 비슷한 다른 기표로 대체된다. 환유에서는 의미의 전치가 이루어진다. 한 문장 속에 이 문체론의 장치들이 존재함으로써 유사성의 법칙에 의해서, 혹은 문장 속에 각각 분리되어 있는 의미가 서로 결합함으로써, 문장 속의 기표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수직적인 연쇄고리를 형성한다. 총체적인 의미가 나타나는 것은 바로 문맥에 의한 이 두 준거틀에 의해서이다.

 

라캉에 의하면 정신분석의 영역에서 무의식의 형성물들이 숨겨진 듯한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은 무의식이 기표들의 조직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무의식의 형성물 표면에는 은유와 환유라는 언어학의 법칙에 따라 구조화된 한 조직망이 계속 나타난다.

 

라캉에 의하면 어린아이가 사회 문화적, 언어적 상징구조에 진입하기 전에 이미 이 상징구조는 형성되어서 질서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아이는 상징계에 편입해서 상징계의 고유한 구조들에 따라 형성된다. 주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의해, 그리고 언어의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 언어나 사회조직의 상징체계는 특정한 법칙들에 의해 결합된 상호의존적인 기호들로 이루어진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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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명백히 의식적이고 투명한 자아-성향 아래 숨겨져 있는 구조이다. 여기에 라캉은 무의식이 언어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억압된 것은 기표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의식의 기표들은 은유적이고 환유적인 연상작용에 의해 지배되는 조직망을 형성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어학적 모형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기표들의 복잡한 조직망이 형성된다. 꿈, 증상, 이름 잊어버리기 등 무의식의 형성물들이 분석될 때 바로 이런 점이 드러난다.

 

오이디푸스 현상과 언어 현상에 의해 어린아이는 주체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율성을 완전하게 인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상징계는 사물 사이의 관계 속에서 중개자로 역할한다. 즉 사람과 사람, 자아와 타자의 관계는 상징에 의해 중개된다. 사물의 관계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중개된다.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주체성을 갖게 해주는 것은 바로 중개자이다. 반면 직접적인 관계에서는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흐려진다.

 

주체가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그 사물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체가 주체성과 그 주체성을 나타내는 기표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캉에 의하면 오이디푸스 현상이 실패할 때 정신병이 발생한다. 그리고 정신병과 신경증은 오이디푸스 현상의 실패에 의해서 구분된다.

 

오이디푸스 현상과 병행해서 어린아이는 ‘나’라는 문법적인 범주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한다. 처음에 3인칭 단수동사 형태를 이용해서 자신을 자신의 이름으로 지칭하던 어린아이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을 완전하게 일인칭으로 지칭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상징계로 진입하는 것이 개별성을 획득할 수 있는 선행조건이 된다.

 

라캉의 독창성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최근의 양식으로 새롭게 규정했다는 점이다. 라캉은 최근의 구조주의적 방법에 따라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분석하고 그 이론에 언어학을 도입했다. 라캉은 무의식을 구조주의 언어학으로 새롭게 과학화함으로써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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