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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경영

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 (feat. 퍼블리의 시작)

by 트렌디한 일반 상식 2024.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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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 (feat. 퍼블리의 시작)
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 (feat. 퍼블리의 시작)

 

퍼블리는 웹사이트도 상품도 없던 시절 What We're Reading이라는 뉴스레터로 시작했습니다. 2015년 6월 16일에 구독자 506명(저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에게 발송된 첫 뉴스레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퍼블리 에디터 김안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퍼블리의 정식 서비스 런칭에 앞서 '좋은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고민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담은 저희 팀의 작은 실험입니다. 혼자 읽기 아까운 글을 소개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과 생각을 정성스레 담았습니다. 여유로운 주말에 차분히 읽어주세요."

 

모두가 '요즘 누가 이메일을 읽어?'라고 말하던 2015년에 퍼블리는 용감하게 뉴스레터를 시작했고, 놀랍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뉴스레터 붐이 일어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는데, 퍼블리의 What We're Reading이 그 시초였습니다. 당시 제가 맡았던 쏘카 CRM 조직은 이메일 마케팅의 좋은 사례로서 퍼블리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의 마지막은 제가 장식(?)했습니다. 2020년 8월 28일에 보낸 메일에서 이렇게 작별인사를 드렸었네요.

 

"안녕하세요, 퍼블리 김민우입니다. 제가 보내 드리는 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팀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고, 그 역할에 집중해서 매진하기 위해 아쉽지만 뉴스레터 업무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이 뉴스레터를 사랑하고 아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보내 주신 답장, 남겨 주신 피드백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What We're 뉴스레터의 전성기는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레터를 쓰던 시기였습니다. 각자가 일하면서, 혹은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담은 글을 도입부에 썼는데,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와서 글을 쓰는 시간이 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몇만 명이 읽는 뉴스레터를 통해 글을 전하고, 글에 공감하는 독자들의 답을 받는 것이 주는 기쁨은 정말... 어디에도 비할 수 없었습니다.

 

뉴스레터 중간 중간에 퍼블리 컨텐츠를 광고하는 걸 잊지 않았지만, What We're Reading은 수익보다는 독자와 작가(=그 주의 뉴스레터를 담당한 멤버)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내 경험과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글을 써서 보내고, 구독자들의 답을 받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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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뉴스레터를 최종 검수하고 발행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겁니다. 띄어쓰기나 맞춤법과 링크를 검수하면서 동료들의 진심이 담긴 글을 누구보다 먼저 읽는 즐거움은 꽤 쏠쏠했습니다.

 

'아, 이 분은 이런 고민을 해 왔구나. 이렇게 내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글을 쓴 동료들에 대한 친밀감이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레터를 발송하는 금요일마다 그날의 뉴스레터를 주제로 이야기꽃이 피기도 했습니다. 성장 성장 성장을 추구하던 회사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뉴스레터는 사라졌습니다. '뚜렷한 매출 증대 효과가 없는 뉴스레터에,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시간을 쓰는 게 맞는 거냐'라는 지적이 어디선가(...) 계속해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 같으면 '한 달에 하루씩 컬처데이니 뭐니 해서 전 직원이 놀러 가는 회사들도 많은데,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 하나쯤 있는 게 뭐 어때서? 구독자들도 좋아하잖아? 퍼블리라는 회사가 What We're Reading으로 시작했는데, 그 정체성을 지키는 것 자체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겠어?' 했겠지만, 데이터와 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던 그때의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브랜딩을 하는 분들이 보시면 통탄할 일이겠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글을 쓰는 방식을 버렸고,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는 일종의 유예기간처럼 제가 혼자 뉴스레터를 보냈고, 2020년 8월에는 조직 구조 변경과 함께 제 역할이 변경되며 자연스럽게(?) 뉴스레터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2주 뒤에 퇴사를 했습니다. 뉴스레터 못 보내게 돼서 상심해 갖고 퇴사한 건 아니고...)

 

퇴사 이후에도 가끔 '그때 뉴스레터 잘 읽었어요' 하고 말해주는 분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미안했습니다. 글을 읽고 기억해 주시니 감사했고, 구독자들과의 소통의 장을 제 손으로 닫아 버려서 미안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일 수 있지만, 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를 생각할 때면 '기업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꼭 수익 추구에 이바지해야만 할까?'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직결되지 않은 활동들, 음악과 춤과 미술처럼 직접적인 쓸모가 없는 활동들이라고 하죠. 기업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퍼블리에는 What We're Reading이 그런 활동이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건 투자자들이 보면 통탄하시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읽던 금요일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What We're Reading도 사라지고 퍼블리도 사라졌으니, 그 시절을 잘 애도하고 보내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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