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경청(傾聽)'. 귀 기울여 듣는다는 이 표현, 정말 흔하게 사용됩니다. 정부 기관이나 정치권에서 특히 많이 쓰죠. 거의 대부분의 보도자료나 브리핑, 연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입니다. 주로 상대방, 특히 이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듣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해서 씁니다. 경영, 의료, 교육, 소상공인, 지역 등등 'ㅇㅇ' 부분에 아무 키워드나 넣으면 완성입니다. 6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도 경청이란 말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경청을 했다곤 하는데, 문자 그대로 귀만 살짝 옆으로 기울여서 들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서 그럴 겁니다. 말을 다 듣고선 아무런 피드백을 내놓지 않거나, 상대방 시각과 아예 동떨어진 반응만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정부의 공청회나 정당의 토론회 등을 가봐도 그렇습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반대 의견은 그저 행사를 풍성하게 할 '배경음악'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경청했다면 반대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이 돼야 맞을 텐데, 아무 변화가 없으면 '경청당한' 입장에선 오히려 화가 치밀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거면 듣는 시늉은 왜 했느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죠.
경청이 무엇을 전제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귀를 기울이려면 머리와 몸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마음부터 먼저 기울여야 합니다. 내 안의 중심을 상대방의 중심에 좀 더 가깝게 하는 것, 그러면서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 것. 진정한 경청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겸손함과 차분한 집중, 열린 자세가 동시에 필요하겠죠. 오늘은 우리가 '경청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반드시 돌아봐야 할 것들을 소개합니다. 성급함, 방어적 태도, 무반응, 피로, 무대응이라는 5가지 경청 방해 요인을 짚어보는데요. 한 번 살펴보시고, 귀가 아닌 마음을 기울여 듣는 자세를 다시금 새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경청의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는 여전히 제대로 듣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일은 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왜 그럴까? 경청은 공감과 인내심, 상대방 이야기에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 의도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제가 복잡하거나 감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 대충 흘려듣거나 귀를 닫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경청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리더조차 때로는 실패한다. 성급함, 방어적 태도, 무반응, 피로, 무대응이라는 5가지 치명적인 원인 때문이다.
1. 성급함
성급하게 듣는 것은 아예 듣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반응하면 상대방은 좌절하고, 본인을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취급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조급하게 듣다가 메시지를 놓치면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그 결과 팀의 사기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이야기에 집중하고 관심을 표하고 제대로 이해했음을 확인해줄 때에만 본인의 말을 들었다고 느낀다. 성급하게 반응하지 않으려면 대화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후속 조치를 위한 시간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질문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더 촘촘하고 투명한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간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참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발화자의 메시지와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한 뒤에만 반응하자.
2. 방어적 태도
직원들이 우려사항이나 비판적인 피드백을 내놓으면 자기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굴 수 있다. 방어적 태도는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신뢰와 사기를 떨어뜨린다. 본인이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직원은 업무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업무관계가 약해지고 회사의 성과가 떨어진다.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려면 내 감정은 뒤로하고 대답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입을 열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자. 질문을 던져서 더 많은 정보를 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반격이 들어올 일을 피하고 내 의견을 표현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3. 무반응
무반응은 관리자가 열심히 듣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듣는 티를 내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무관심하고 무성의해 보인다. 때때로 조직의 리더들은 타운홀 미팅이나 직원 설문조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뒤에서 노력하면서도 그 모습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또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있지만 해당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어떠한 시그널도 보내지 않는다. 무관심해 보이지 않으려면 리더는 소통을 늘리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때 이른바 ‘백 채널링(back channeling)’인 보디랭귀지를 사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동으로 시선 맞추기, 고개 끄덕이기, 팔짱을 끼지 않는 등 ‘열린 자세’로 듣기 등등이 포함된다. 구두 확인이나 상대방 메시지를 반복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4. 피로
피로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흘려 듣게 된다. 몸이나 마음이 지친 리더는 일에 집중하고, 정보를 처리하고, 직원들과 생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연이은 회의를 마치고 점심도 거른 채 심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늦은 오후 팀원과 전화통화 하는 상사가 있다고 해보자. 몸은 그 자리에 있을지 몰라도 주의력은 이미 흩어져 신중하게 대응할 수 없다. 지친 상태에서 이야기를 듣는 상황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본인의 사무실이나 스케줄이 열려 있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구분하거나, 대화 시간에 제한을 두거나, 대화가 길어질 경우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방법 등이 있다.
5. 무대응
마지막 함정이 가장 치명적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2018년 구글이 사내 성적 괴롭힘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자 직원 2만 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TGIF 미팅이 갈등과 대립으로 격화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듣기만 하고 후속 조치나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직원들은 본인은 물론이고 관리자의 노력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항상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대화를 끝내기 전에 들은 내용을 확인하고 어떤 조치가 뒤따를지 밝히고 재검토하기 위한 일정을 함께 정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투명하게 밝히고 모든 경우에 그 이유를 설명하라. 직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라면 팀이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설명하라. 예산의 한계나 회사의 방침, 그 밖의 제약 때문에 직원이 원하던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라. 조치를 취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면 다른 대안을 위해 브레인스토밍 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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