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vs 공기업 뭐가 좋아요?” “대기업 차장인데 스타트업 가도 될까요?” 350만 직장인 플랫폼답게 커뮤니티엔 직장과 관련한 밸런스 게임류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첫 취업 때도 물론이거니와 이직을 할 때도 모든 이의 최우선이자 영원한 관심사는 ‘내게 꼭 맞는 직장은 무엇일까’ 일 겁니다.
지난주 커뮤니티 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글도 비슷한 맥락을 담고 있었습니다. 제목은 이러합니다. <공기업을 나가고 싶은 결정적인 5가지 이유>. 작성자의 주장을 압축하면 ‘공기업에선 현실에 안주만 하고 커리어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게 요지였는데요.
공기업은 ‘신의 직장’ ‘철밥통’으로 불리죠.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살 법도 한데 이분은 퇴사를 꿈꾸셨습니다. 아무리 ‘신의 직장’이어도 우리의 직장 만족도를 완벽히 채워줄 순 없는 걸까요. 내게 맞는 조직을 어떻게 찾아나갈 수 있을까요.
1. 확대 해석은 금물. 세밀한 문제 진단이 필요
작성자의 사연을 읽고 “역시 공기업에서 성장은 불가능하다” “진취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류의 격앙된 반응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직군이나 업계 전체를 어느 한 가지 시선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공기업만 해도 에너지/언론/관광 등등 분야가 여러 가지이며 각 기업마다 직무가 완전히 다른 팀들이 여럿입니다. 주관적인 요소겠지만 분위기도 다 다를 겁니다.
이 같은 차이들을 무시하고 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업계 전반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잦은 선택 실수와 불가피한 이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공기업뿐 아니라 그 수와 종류가 훨씬 다양한 사기업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내가 느끼는 문제를 차분히 인식하고 주위를 둘러봐야 합니다. 현재 속한 팀에서 느끼는 문제점이 다른 팀에선 해결된 게 아닐지, 그게 아니라면 같은 업계 다른 기업은 괜찮을지 등 말입니다. 당장 다른 업계로 훌쩍 떠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세밀하게 문제를 들여다보고 진단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2. 각 분야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는 게 중요
하나 더 필요한 건 내가 몸 담은 조직의 분야와 생리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일례로 공기업은 대체로 사회기반시설이나 공공 서비스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 시장을 기민하게 읽어내거나 민첩하게 조응하는 류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할 겁니다. 대신 공공성을 아우르면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야죠.
이 같은 생리를 헤아리고 나면 개인의 관점에서는 불만으로 보이던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거나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나와 이 조직이 정말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조직의 생리와 운용 방식이 대체로 조화되고, 이를 내가 납득할 수 있다면 아직 떠날 때는 아닙니다. 내가 느끼던 문제점 중 조직이 따를 수 있는 변화부터 우선순위로 요구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수용될 수 없는 요구에 계속 낙담하는 것보다 과감히 조직을 떠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사소한 밸런스 게임? 조직엔 명운이 달렸다
결국 공기업이냐 사기업이냐,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 등등 직장 간 밸런스 게임은 세밀한 문제 정의와 조직의 생리와 나의 기호 사이에 균형 잡기가 필요한 예민하고도 복잡한 게임입니다.
그럼 조직 담당자는 그게 생리로 인한 것이니 안주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때로 해당 분야의 ‘생리’라는 말은 모든 불만족의 좋은 핑곗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우리 조직의 생리가 원래 그래”라며 넘기기보다, 변화가 가능한 지점은 무엇인지 혹은 조직의 생리 자체가 변해야 하는 건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빈번히 일어나는 직장 간 밸런스 게임에 가장 오싹함을 느껴야 할 것은 직원보단 조직과 그 조직의 리더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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