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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예술

우피치 미술관 - 르네상스 황금기의 타임캡슐

by 트렌디한 일반 상식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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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 - 르네상스 황금기의 타임캡슐
우피치 미술관 - 르네상스 황금기의 타임캡슐

 

1. 우피치 미술관 - 르네상스 황금기의 타임캡슐

피렌체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메디치 가문의 흔적을 발견하기 쉬운데, 특히나 우피치 미술관의 위상은 각별하다. 피렌체의 황금기를 마치 타임캡슐처럼 보관하고 있는 장소라고나 할까. 로렌초 메디치로부터 약 반세기 뒤 피렌체를 다스렸던 코시모 1세 때 세워진 우피치의 원래 기능은 사무용 공간이었다. 애초 건립 목적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각종 행정 부서들을 한 장소에 집결시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감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으니, 우피치는 오늘날로 치면 ‘정부 종합 청사’ 비슷한 건물이었다. 이탈리아어 우피치(uffizi)와 영어의 오피스(office)가 비슷한 철자와 발음, 의미를 가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두 어휘 모두 봉사, 의무, 기능, 업무를 뜻하는 라틴어 오피시움(officium)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에게 우피치는 피렌체의 모든 명소 가운데서도 방문 1순위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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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대한 작품, 위대한 스타의 탄생 - <수태고지>

우피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기작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 <수태고지>를 소장하고 있다. 그림은 한 번 시선을 주면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포스를 뿜어낸다. 다빈치가 20세 전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태고지>의 소재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그리스도의 잉태를 알려 준다는 신약 성서 누가복음의 내용이다. 다빈치의 그림 역시 수태고지를 묘사할 때 활용되는 전통적인 구도인 좌 천사 우 성모 배치에, 그 뒤로 잘 정돈된 풍경을 배경으로 까는 방식 등을 충실히 답습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다빈치는 여기서 이미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사건의 무대를 실내가 아닌 탁 트인 야외로 잡은 것은 대담한 결정이다. 물론 그림 속 잘 정돈된 정원과 산줄기 등은 수태고지의 원래 무대인 고대 이스라엘 나사렛과는 아무 상관없는 당대 피렌체의 교외 풍경이다. 다만 정원수의 모양새와 독서대의 상감 문양, 건물 석재의 이음새에 이르기까지 그 디테일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간 흔적이 없다.

 

마리아에게 구세주의 처녀 잉태를 예언하는 가브리엘의 묘사에서도 다빈치 특유의 터치를 감지할 수 있다. 장발의 젊은 미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진 가브리엘은 오른손으로 마리아를 점지하고 왼손으로는 순결과 모성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백합은 우피치 미술관이 위치한 피렌체의 상징이기도 하니 이런 미장센까지 놓치지 않은 젊은 다빈치의 안목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수태고지
수태고지

 

가브리엘의 대칭점에 있는 마리아는 기껏해야 15~16세 안팎의 소녀 모습이지만 그 존재감, 위엄은 대천사 지위에 있는 가브리엘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다. 보통의 소녀라면 천사장의 출현에 감격하여 무릎을 꿇거나 겁이 나서 벌벌 떨 법도 하건만 그림 속 마리아는 읽던 책을 잠시 옆으로 물린 것 외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가브리엘을 맞이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 작품 속에서 다빈치가 젊은 화가로서 한계를 보인 예로 거론되던 부분은 마리아의 오른팔이다. 그 길이가 다소 길게 그려진 것이 인체 비율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실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평론가들은 오히려 그 긴 오른팔이야말로 다빈치의 재능이 일찌감치 발현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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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에 따르면 <수태고지>가 만약 어느 수도원이나 교회의 벽에 걸리기 위해 제작되었다면 일반인의 시선보다 훨씬 높은 벽면에 걸렸을 것이고, 이 경우 그림의 오른쪽 하단부에서 마리아를 비스듬히 우러러보는 관람자에게는 팔 길이가 정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설령 마리아의 오른팔 묘사가 경험 부족의 결과라고 해도 작품의 존재감, 그 위대함에 전혀 누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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