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일전을 하루 앞둔 저녁, 뉴스 말미에 앵커가 “내일 일본과 축구경기가 있는데, 비 예보가 있어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저는 “비는 한국 선수들한테만 오는 게 아닌데 괜한 걱정을 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 앵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축구경기는 상대와 경쟁하는 것이고, 일본 선수들 역시 최적의 조건에서 경기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크지 않겠지요.
1. 상대적 판단과 절대적 판단 사이의 혼동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경우에 절대적인 판단을 하고, 때로는 절대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 상대적인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제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Don Moore 교수와 함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자세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라는 저널에 게재되었습니다)
총 4개의 실험을 통해 세부적인 면을 살펴봤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첫 번째 실험에서 학부생들을 퀴즈 게임에 참여시켰습니다. 참가한 학부생들은 4달러씩 지급받게 됩니다. 퀴즈는 매우 어려운 버전과 (예를 들어, 태양계 밖의 별 중 가장 가까운 별은 무엇입니까 등) 매우 쉬운 버전(태양계 중심에 있는 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등)으로 나누어 참가자에게 배부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과 같은 난이도의 퀴즈를 푼 상대와 경쟁하게 되며, 지급받은 4달러 한도 내에서 베팅을 할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게 되면 자신이 베팅한 금액과 같은 액수를 상금으로 가져가고 질 경우에는 베팅한 금액을 잃게 됩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같은 난이도의 질문을 가진 상대와 경쟁하기 때문에 쉬운 퀴즈건 어려운 퀴즈건 상관없이 무작위 조합의 경쟁에서 이길 확률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4달러 중에서 쉬운 퀴즈를 푼 학생들은 평균 2.95 달러를, 어려운 퀴즈를 푼 학생들은 평균 1.74 달러를 베팅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상대적 점수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쉬운 퀴즈를 푼 학생들이 어려운 퀴즈를 푼 학생들보다 69.5% 높은 금액을 베팅했다는 것입니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작용한 거죠.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외발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없는 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발자전거를 타는 경우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외발자전거가 쓰러질 때까지 버티는 시간을 측정했을 때 자신이 50명의 평균보다 더 길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평균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50명 전원 외발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상대평가를 했다면 이론적으로는 25명이 나와야겠지요.
2.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관점 차이
기업에서 평가는 리더가 수행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면서도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구성원의 원성을 피하고 싶어서겠죠. 많은 조직에서 평가를 할 때 강제분포 할당법(Forced Distribution Method)을 통해 상대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피평가자 들은 1년간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합니다. 그러다가 상대적 평가 결과를 받아보게 되니 실망하게 되는 거죠.
관점이 다른 것입니다. 평가자는 상대평가를 하는데, 피평가자는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결국 서로에게 불편한 결과만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자와 조직원 모두 절대적 노력보다는 그 노력이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 벌어졌으며 기업조직 전체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했는지, 다른 동료들과의 상대적 비교 결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피평가자 입장에서는 평가의 결과에 대해 조금 더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더 입장에서도 평가를 곤혹스럽기만 한 일로 여기기보단 구성원들에게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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