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4, 6 뒤에는 어떤 숫자가 올까요? : 많은 분들께서 8이라고 답하실 겁니다. 짝수의 나열인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8일까요? 이렇게 재차 물으면 좀 더 다양한 답이 나옵니다. 앞의 두 숫자를 더한 10, 혹은 앞의 세 숫자 모두를 더한 12 등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다일까요? 1은 어떨까요? 2, 4, 6, 1, 3, 5와 같은 나열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혹시 102는 어떨까요? 2, 4, 6, 102, 104, 106의 나열로 볼 수도 있지요.
사실 어떤 숫자가 오더라도 이상한 조합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첫 답변에서 큰 의심 없이 8이라는 숫자를 생각했을까요?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는 재확인 선호편향(Confirmation Bias)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1. 왜 8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판단을 내릴 때, 아무리 찰나의 순간이더라도 가설수립 – 증거수집 – 판단의 단계를 거칩니다. 처음에는 접한 정보를 통해 가설을 세웁니다. 2, 4, 6이라는 숫자를 보고 “짝수의 나열이군”이라는 가설을 세우는 거죠. 흥미롭게도 증거수집 단계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가설을 확증하는 증거를 수집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가설을 반증하는 증거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집니다. 이것이 재확인 선호편향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음, 다시 봐도 짝수의 나열이 맞네. 8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라는 생각으로 8이라는 결론을 내는 거지요.
2. 첫인상이 지나치게 많은 걸 결정하게 되는 이유
재확인 선호편향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범하는 인식적 오류 중 하나입니다. 채용 면접에서도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지원자가 면접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면접관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이 순간 면접관은 몇 주전 소개드린 소통의 3가지 단서들(시각적, 청각적, 언어적)을 이용해 지원자에 대한 첫인상을 구축합니다. 이 첫인상이 긍정/부정의 가설 수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의 가설을 수립했다면 30분에 걸친 면접시간 동안 지원자의 긍정적인 면모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자신의 가설을 확증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시도가 마무리되면 합격이라는 판단과 결론을 내리게 되는 거죠.
비약적인 예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채용 의사 결정의 80% 이상이 첫 5초 안에 이루어진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물론 보편적인 첫인상이 좋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선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면접관은 스스로 쌓은 인적 자원에 대한 기준을 토대로 지원자의 역량, 가치관 등에 대해 첫 판단을 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재확인 선호편향은 의사결정의 오류입니다.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3. 자신의 결정에 의문을 품어라
스스로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습관화하거나 제삼자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제삼자 중에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름 제격입니다.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연구중심 대학의 교수는 직무기술서의 70%가 연구활동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아닐 수도 있는데”라는 질문을 하게 돼서, 마치 직업병처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도 합니다.
친구분들 중에 교수가 있다면 그들과의 대화 패턴을 한번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어떤 말을 했을 때 아마도 친구의 반응은 “그게 아니고…” 로 시작하는 일이 많았을 겁니다. 혹시라도 “저 친구는 무슨 말만 하면 딴지를 걸어”라고 마음 상하셨을 수도 있었겠지만, 제삼자의 관점을 공유하려는 시도라고 이해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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