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나 할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인으로서 상급자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게 쉽지 않으니까 내 장사를 하면서 눈치 볼 일 없이 살고 싶다는 의미일 테다. 직원을 일하게 두고 지금보다 좀 더 자유를 얻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도 들어 봤다.
2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장사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장사가 쉽다면 자영업자 폐업률이 그토록 높을 리 없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외식업의 경우 창업 3년 내 폐업률이 90%를 넘긴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남의 손에 모든 걸 맡길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장사/사업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가 타인이 아닌 내가 모든 걸 결정하고 끌고 나가고 싶어서인데, 남의 손에 맡긴다면서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엄청난 모험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똑똑한 직원을 뒀더라도 사장의 역할은 그와 별개이다. 반드시 사장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장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뭘까. 내 경험에 입각해 그 원칙을 제시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사장의 가장 중요한 일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사장이 열고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업장의 문을 열고, 마감 시간이 되어 셔터 문을 내리는 걸 사장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업장을 열고 닫는 일을 꼭 사장이 해야 한다는 건, 매일 장사 준비와 그날의 마무리 및 다음 날 준비 또한 사장이 한다는 것이므로 일의 양이 상당하다. 청소와 정리 정돈처럼 장사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작은 행위부터 자금 관리와 같은 중요한 행위까지 사장이 총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리적 공간, 기자재 및 원재료, 자금 등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
특히 나는 식당이나 카페바를 운영할 때 반드시 직접 원재료를 관리하였다. 도매 시장에 가서 장을 보았고 냉장/냉동고에 넣어 두고 수시로 재고 및 유통 기간 등을 체크했다. 시장에 하도 드나들어서 지금도 가면 가게 사장님들이 곳곳에서 인사를 건네 온다. 외식업에서는 음식 맛이 가장 중요한 만큼 원재료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물론 이 모든 행위를 잘게 쪼개 직원에게 맡기지 못할 건 없다. 하지만 나는 사장이 직접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맡기더라도 그 시간에 사장이 사업장에 나와 총지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장사를 준비하는 행위를 사장이 지휘하면 고객들이 만족하도록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마감 행위를 사장이 지휘하면 그날 고객들의 컴플레인, 만족도, 매출 등을 체크하고 다음 날엔 좀 더 실수 없이 부족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다. 장사는 그날그날 찾아오는 사람이 다르고 매출도 오르락내리락한다. 매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장은 이를 꼼꼼하게 체크하여 다음 날 장사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중요한 행위를 어떻게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 손에 맡길 수 있겠는가.
지금껏 숱한 매장을 다니면서 그곳 사장이 매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우는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홀 내부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고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에 안정감이 있으며 테이블 회전율 등 고객들의 움직임도 체계적으로 느껴지는 곳은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반면에 홀 분위기가 산만하고 휴지가 바닥에 나뒹구는 등 청결치 못하거나 고객 반응에 무심한 매장에는 사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매장의 경우 고객이 버젓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청소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원이 자기 퇴근 시간에 맞춰 빗자루질과 걸레질을 하면서 먼지를 일으키는 통에 부랴부랴 자리를 비워야 했다.
매장에 CCTV를 설치해서 직원들을 감시한다고 해도 사후 약방문인 경우가 많으며, 그런 방식의 감시는 직원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보다는 사업장에 매일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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